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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대불련 총동문회 색안경부터 벗어야

  • 기자칼럼
  • 입력 2023.07.27 09:37
  • 수정 2023.08.04 12:30
  • 호수 1691
  • 댓글 23

대불련 총동문회장, 상월결사 전법위 동참 이유로 사퇴
회원 일부 ‘논의없이 동참’ 지적하며 퇴진 요구한 결과
교계 “감정 앞서 대학생포교라는 대의 저버린 것” 비판

대학생 포교를 위해 불교계가 원력을 결집 중인 가운데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대불련) 총동문회장이 상월결사 대학생전법위원회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회장직에서 물러나는 상식 밖의 일이 벌어졌다. 대불련 총동문회 일부 회원들은 현 회장이 적법한 논의 절차 없이 대학생전법위에 참여했다며, 전법위원을 사퇴하거나 회장직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 결과 동문회장이 사퇴하고 그 소식이 알져지면서 대학생불교를 지원해야 할 대불련 총동문회가 스스로 정체성을 부정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불련 총동문회가 대학생전법위원회를 문제 삼은 것은 (사)상월결사에 대한 거부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회주를 맡고 있는 상월결사는 2019년 허허벌판에서 혹독한 추위를 견디며 정진한 천막결사를 시작으로 자비순례(2020)·삼보사찰 천리순례(2021)·평화방생순례(2022)·인도순례(2023) 등 새로운 수행·신행문화를 이끌어왔다. 특히 인도순례 회향 후 전법의 기치를 내걸고 내년까지 대학생 1만명에게 부처님 법을 전하겠다는 원력을 세웠으며 7월6일 대학생전법위원회를 발족시켰다. 발족식에는 전국 24개 교구본사에서 추천된 284명의 스님을 비롯해 교수, 군법사, 학생, 일반인 등 사부대중 600여명이 전법위원으로 위촉됐다. 대학생 포교를 위한 단일 조직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대불련 출신 모임을 이끄는 대불련 총동문회장도 이 자리를 통해 전법위원 위촉장을 받았다.

올해 6월 대구 동화사에서 열린 대불련 제19회 전국동문대회 모습. [대불련 총동문회 홈페이지]
올해 6월 대구 동화사에서 열린 대불련 제19회 전국동문대회 모습. [대불련 총동문회 홈페이지]

한국불교의 미래를 걱정하는 이들에게 대학생 포교는 불교계가 직면한 절체절명의 과제다. 지금처럼 젊은이들의 불교 외면이 계속된다면 수십 년 뒤엔 스님도 불자도 찾아보기 힘든 상황과 마주할 것이 분명하다. 실제로 2000년대에 들어 청년·대학생들의 불교활동은 사실상 멈춰 섰다. 한때 200여 곳에서 활동했던 전국의 불교학생회도 잇따라 폐쇄돼 현재 남은 곳은 60여 곳에 불과하고, 그나마 명맥 유지도 힘든 곳이 많다. 조계종 포교원을 비롯해 승가결사체, 한국교수불자연합회, 대불련 총동문회 등이 다양한 방안을 모색했지만 흐름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생전법위가 출범하면서 각 지역 사찰들이 팔을 걷어붙였고, 교불련, 대불련, 대불련 총동문회가 함께 함에 따라 벼랑 끝에 내몰린 대학생 포교의 판도를 뒤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높였다.

상월결사가 결성한 대학생전법위의 목표는 명확하다. 실질적인 대학생 포교를 통해 전국 400개 대학 전체에 불교학생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교구본사별로 1개 대학을 선정해 연내 불교학생회를 신설하고, 내년 말까지 불교학생회 활동 회원 1만명을 목표로 기존 대불련 및 불교학생회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로 의기투합한 것이다.

그런데 대불련 총동문회 일부가 이런 대의를 외면한 채 논의 과정 운운하며 회장에게 사퇴 압력을 행사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시대를 역행하고 불교의 절박함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당시 동문회장은 회원들에게 “동문회 목적인 후배들을 양성하고 지원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거듭 밝혔으나, 일부의 격렬한 반대의견에 결국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대불련 동문들 내에서도 쓴 소리가 나온다. 한 관계자는 “규정에 따라 사전에 동의를 구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지적할 수 있지만 불교학생회를 살리자고 결정한 일을 문제 삼아 사퇴까지 요구한 것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어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관계자도 “문제를 제기한 측은 지속적으로 조계종을 비판해온 이들로, 종단 차원에서 추진하는 일이라 반대했다는 얘기가 많다. 결과적으로 감정이 앞서 대학생 포교라는 대의를 저버린 것”이라고 씁쓸해했다.

옛날 스님들의 비유처럼 밤길을 가는데 횃불을 든 사람이 싫다 하여 불빛을 거부한다면 구렁텅이에 떨어지기 십상이다. 삼류 정치인이 아닌 이상 호불호가 갈리더라도 대의에 걸맞고 꼭 필요한 일이라면 힘을 합치는 게 순리다. 더욱이 대학생 전법이 핵심이라면 대불련 총동문회가 먼저 박수를 치고 환영할 일이 아닌가. 진행 과정 중에 드러나는 문제점이 있다면 그때그때 지적하고 개선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그런데 몇몇의 강성 대불련 총동문회원들은 선입견으로 모든 것을 거부하고 횃불을 걷어찼다.

누군가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도, 누군가에 극단적으로 반발하는 것도 어리석음일 수 있다. 그들 말대로 한국불교는 위기상황이다. 그 속에서 희망을 만드는 일은 상을 내려놓고 색안경을 벗는 데에서 비롯된다. 대불련 총동문회는 사람이 아니라 사안을 바라봐야 한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691호 / 2023년 8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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