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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집 “이옥선 할머니 아픔 잊지 않겠습니다”

  • 사회
  • 입력 2023.08.12 14:15
  • 수정 2023.08.24 17:17
  • 호수 1693
  • 댓글 3

‘기림의 날’ 이틀 앞둔 8월12일 나눔의집서
고 이옥선 할머니 청동흉상 제막 행사 개최
성화 스님 “피해자 240명 중 생존자 9명 뿐”
“정관계 인사 한 뜻으로 문제 해결 도와달라”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피해 당한 뒤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에 머물렀던 고(故) 이옥선 할머니의 청동 흉상이 나눔의집 역사관 광장에 건립됐다. 

‘기림의 날’을 이틀 앞둔 8월12일 오전 경기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집에서 행사가 열렸다. ‘기림의 날’은 고 김학순(1922~1997) 할머니가 1991년 8월14일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 가운데 처음으로 피해사실을 공개 증언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됐다. 

나눔의집 법인 대표이사 성화 스님은 “2006년 7월 나눔의 집에 입소한 고 이옥선 어르신은 힘겨운 생활 속에서도 본인보다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일을 망설이지 않으셨다”면서 “흥이 많으셨고 장구 솜씨도 뛰어나 나눔의집을 찾는 분들과 자원봉사자들에게 항상 인기가 좋으셨다”고 회상했다. 

이어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40명 중 생존자 9명을 제외하고 모두 세상을 떠났다. 한 분이라도 더 살아계실 때, 일본의 책임 있는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다시 한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행사에 참석한 정관계 인사를 향해 “이 자리에 있는 분들이 한 뜻으로 문제 해결에 마음을 모아달라”고도 당부했다.

또 “위안부 피해자들의 자료를 지속해서 수집하고 연구해 ‘복합문화공간’으로서 나눔의집을 잘 지켜나가겠다”며 “이 모든 것은 전 국민이 역사적 공동체 의식을 갖고 참여해 여성 인권을 지키고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열망과 노력을 함께 할 때 실현되고 빛을 발할 것”이라고 했다.

흉상으로 제작된 고 이옥선 할머니는 1928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16살 때 ‘일본 공장에 취직시켜 주겠다’며 찾아온 일본 군인에 의해 중국 만주 위안소로 끌려가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를 당한 뒤 해방 직후 귀국했다. 고향으로 가지 못한 채 충북 보은 속리산의 산골 마을에서 약초 행상을 하며 생활했던 할머니는 오랫동안 피해 사실을 말하지 못하다 1993년 정부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됐다. 2018년 나눔의 집에 정착한 할머니는 수요시위 참가 등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 활동에 활발히 참여했다.

할머니의 생전 모습을 담은 흉상은 경기도 지원으로, 윤정이 작가가 두 달 동안 제작했다. 흉상이 세워진 광장에는 나눔의 집에서 머물다 먼저 세상을 뜬 할머니 18명의 흉상도 자리 잡고 있다. 흉상 좌대에는 할머니들의 약력과 일생을 한국어와 영어로 간략히 담았다. 윤 작가는 “아픈 세대를 사셨기에 슬픈 마음이 많이 앞섰다. 경건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를 표현했다”고 말했다. 

고 이옥선 할머니와 동명이인인 이옥선 할머니도 연로한 몸을 이끌고 행사에 참석했다. 두 할머니는 함께 나눔의집에 거주했다. 고 이옥선 할머니는 "속리산 할머니"로, 이옥선 할머니는 "부산 할머니"로 불렸다.

'부산' 이옥선 할머니는 이날 현장에 나와 울먹이며 “(요즘은) 나눔의집에서 걱정 없이 지내고 있다”며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어서 모든 것이 고맙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열다섯살 어린 나이에 길에서 끌려가 중국 옌볜 위안소에서 3년을 살았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소녀들의 이야기를 다룬 ‘귀향’의 실제 주인공이기도 하다.

‘소녀와 꽃’을 주제로 한 이날 행사는 개식 선언, 국민의례, 참석자 소개, 기념사, 환영사,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인사 말씀 순으로 진행됐다. 이곳에서 지내다가 지난해 12월 별세한 고(故) 이옥선 할머니 흉상 제막식과 고인을 위한 학생들의 편지 낭독도 이어졌다. 

나눔의집 대표이사 성화 스님, 나눔의 집 감사 도봉 스님을 비롯해 송석준 국민의힘 경기도당위원장, 남종섭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 서성란·국중범·조성환·김동영·김회철·이재영·이채명·임창휘 경기도의원, 윤영미 경기도청 여성가족국장, 김현덕·박종성 나눔의 집 이사, 박재홍·강내록 나눔의 집 운영위원회 위원, 후원자·시민·학생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 말미에는 경기도 문화예술인들이 무대에 올라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 무용, 악기 연주 등 헌정 공연을 선보였다. 이날 오후 7시부터 성남시 아트리움 대강당에서도 위안부 피해자 헌정 공연인 기림 문화제가 진행될 예정이다. 행사는 비영리민간단체 ‘더아트플러스’가 주최·주관하고 사회복지법인 조계종 나눔의집이 후원해 열렸다.

한편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40명 중 생존자는 9명이다. 1992년 설립한 사회복지법인 나눔의 집에는 현재 위안부 피해자 박옥선·강일출·이옥선 할머니가 생활하고 있다. 

경기도 광주=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693호 / 2023년 8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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