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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걸음걸음에 마음챙기는 걷기명상-3

기자명 일중 스님

“잃어버린 내 안의 붓다 찾기”

걷기 중요시한 마하시·아잔 차
발 감각 온전 접촉해 관찰하고
걸음걸음에 ‘붓도’ 이름도 붙여
경행 내내 발 마음챙김 주시해야

태국 아잔 차 스님의 스승이신 아잔 먼 스님의 이야기이다. 아잔 먼 스님이 정글의 꾸띠(수행처)에서 혼자 계실 때 항상 걷기명상(경행)을 하곤 했다. 

고개를 살짝 숙이고 일정한 거리를 왔다 갔다 하면서 경행을 하는데, 먼 거리에 있는 농부들이 스님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저 스님이 뭔가 잃어버린 것이 있는가? 왜 그렇게 고개를 숙이고 똑같은 길을 왔다 갔다 하는 거지?’ 그러다가 어느 날 몇 명의 농부들이 스님을 찾아왔다. “스님, 뭔가 잃어버린 게 있나요? 저희가 함께 찾아드릴게요.” 그러자 아잔 먼 스님은 “그렇소, 잃어버린 내 안의 붓다를 찾고 있으니 여러분도 함께 찾아보지 않겠소?”라고 말했다. 명상이 무엇인지 전혀 몰랐던 농부들이 그때부터 명상을 시작했다는 아름다운 이야기다. 

그럼 남방 상좌불교 수행전통에서는 걷기명상을 어떻게 전승할까? 우리에게 잘 알려진 수행전통은 미얀마의 마하시 사야도 전통, 레디 사야도 전통, 파욱 사야도 전통과 태국의 아잔 차 전통이 있다. 레디 전통이나 파욱 전통은 걷기명상을 공식 수행으로 전승하지 않는다. 그에 비해 마하시 전통이나 아잔 차 전통은 걷기명상을 좌선만큼이나 중요시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마하시 전통과 아잔 차 전통의 걷기명상을 간략하게 소개해보기로 하겠다.

마하시 전통은 걷기명상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단계별로 제시한다. 걷기 전에 먼저 ‘서 있음’의 자세를 알아차리고, 걷고자 하는 ‘의도’도 그때그때 알아차리라고 한다. 

1단계는 한 걸음을 하나로 관찰한다. 즉 걸음을 걸으면서 ‘오른발, 왼발’로 알아차리거나 혹은 ‘걸음, 걸음’이라고 알아차린다. 2단계는 한 걸음을 두 단계로 관찰한다. 즉 발을 들어 올릴 때 ‘들어서’라고 알아차리고, 발을 내릴 때는 ‘놓음’이라고 알아차린다. 그러니까 걸음걸음에 ‘들어서, 놓음’ ‘들어서, 놓음’이라고 주의 깊게 관찰한다. 이때 한쪽 발의 움직임이 다 완료된 뒤에 다른 발을 움직이는 것이 좋다. 

3단계는 한 걸음을 3단계로 관찰한다. 즉 발을 ‘들어서, 앞으로, 놓음’ ‘들어서, 앞으로, 놓음’이라고 명칭을 붙이며 마음챙겨 알아차린다. 발의 움직임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발의 감각들을 관찰하는 것이 실은 더 중요하다. 발의 무거움, 가벼움, 떨림, 뻣뻣함, 압력 등이 느껴질 수 있는데, 이것은 지수화풍 4대의 현상들이다. 그런 감각들의 본성과 특성을 자각하면서 차분하게 걷기명상을 하면 된다.

4단계는 한 걸음을 네 단계로 보는 것이다. ‘들어서, 앞으로, 놓음, 누름’ ‘들어서, 앞으로, 놓음, 누름’ 이렇게 면밀하고 상세하게 관찰하는 것이 마하시 전통의 기본 행선이다.

발의 움직임에 따라 ‘명칭 붙이기’를 하는 것은 마하시 전통의 특징이면서 방편이다. 초심자가 마음챙김과 알아차림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마음챙김의 힘이 좋아져서 수행이 순일하게 되어가면, 명칭 붙이기는 중단하고 그저 발의 감각과 온전하게 접촉하며 관찰해야 한다.

그럼 태국의 아잔 차 수행전통에서는 걷기명상을 어떻게 가르칠까? 특이하게도 아잔 차 스님은 걸음걸음에 ‘붓도(Buddho)’라는 명칭을 활용하도록 가르친다. 일정한 거리를 정해두고 왔다 갔다 하면서 경행을 하는데, 오른발을 움직이면서 ‘붓도’, 왼발로 걸으면서 ‘붓도’라고 한다. ‘붓도’란 ‘아는 자’를 의미하는데, 경행 내내 자신의 발을 마음 챙겨 주시하면서 ‘붓도’와 함께 걸으면 된다.

‘앙굿따라 니까야’의 ‘웨나가뿌라경(A3:63)’에서 부처님은 재미있는 비유를 든다. 수행자가 사마타명상을 통해 초선에서 4선정을 성취하고 경행을 하면, 그것은 ‘천상의 경행’이라고 했다. 자비희사 사무량심 수행으로 선정을 성취하고 경행을 하면, 그것은 ‘범천의 경행’이라고 했고, 번뇌를 다 멸절하여 성자의 단계를 증득하고 경행을 하면, 그것은 ‘성자의 경행’이라고 했다. 당신이 원하기만 한다면 부처님은 언제든지 이런 경행을 바로 여기에서 할 수 있다고 하셨다. 
 
일중 스님 동국대 강사 satiupekkha@hanmail.net

[1692호 / 2023년 8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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