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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노래

기자명 성진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23.08.14 14:55
  • 수정 2023.08.14 14:56
  • 호수 1692
  • 댓글 0

어버이날 노래 ‘어버이의 은혜’
‘부모은중경’ 내용 가사의 모태 
노래·경전 모두가 어머니 관련
아버지 역할에 대해 고민할 때

이제 얼마 있지 않으면 음력 7월15일 절기로는 ‘백중’이 다가온다. 불가에서는 하안거를 마치는 날인 동시에 우란분절로 부른다. 우란분절은 석가모니 부처님 제자인 목련존자의 일화에서 유래하여 돌아가신 부모님을 비롯한 조상님의 극락왕생을 위한 제사를 모시고 스님들께 공양 올리는 날이다. 이때 많이 독송되는 경전이 ‘불설대보부모은중경’이다. 이 경전의 내용은 불자가 아니어도 대한민국에 사는 대부분 국민이 알고 있을 것이다. 5월8일 어버이날이면 어김없이 불르는 노래가 바로 ‘어버이의 은혜’ ‘어머니의 마음’이다. 이 노래 가사에 나오는 “나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 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이 구절은 ‘불설대보부모은중경’에 나오는 부모님의 10가지 은혜 내용에 고스란히 나온다. 

어린 시절 이 노래를 부르면서도 들었던 의문이었지만 사실상 내용의 대부분은 어머니와 관련된 것이 대부분이다. 이 노래 가사 모태인 ‘불설대보부모은중경’의 10가지 은혜 또한 사실상 어머니의 은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모의 역할 중 어느 쪽의 역할이 더 큰 것인지 우열을 가리는 것은 무의미할 것이다. 하지만 어버이날에 부르는 노래가 어머니의 노래이고, 불교 경전에서도 어머니의 은혜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본다. 그렇다고 지금 새로이 부모님과 관련된 노래를 짓는다면 아버지의 역할과 은혜가 과연 더 많이 담길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과거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2010년 남성 중 육아휴직을 신청한 사람이 819명에 불과했다. 2017년에 이르러 1만2043명의 아버지가 육아휴직을 신청했다고 한다. 현재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육아대디’가 있을 것이다. 

특히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 있어 아버지는 모든 아들의 인생 모델인 동시에 닮고 싶지 않은 대상이 되기도 한다. 아버지처럼 되지 않겠다고 하는 아들과 아버지처럼 살고 싶다는 아들 그 어느 편에 더 많을까? 아들에게 있어서 아버지와 관계는 어머니와 딸의 관계보다는 서먹서먹한 것이 사실이다. 필자도 어린 시절 아버지와 단둘이 4시간이 넘게 차를 타고 동행한 적이 있다. 그때 나눈 대화가 채 몇마디 되지 않는다. 처음 만난 사람도 이보다 많을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아버지의 행동이나 말투는 가끔 아들에게 마치 복사되듯이 옮겨가 있음을 본다. 심지어 목소리마저 비슷해 친구 집에 전화 걸었다가 아버지와 친구를 혼돈해 실수하기도 했었다. 대부분 아들은 어머니에게는 칭찬, 아버지에게는 같은 남자로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그 인정은 사회적 성공의 의미가 아니다. 아버지의 인정은 아들을 정서적으로 성인이 되게 하는 힘이 있다. 대부분의 가정폭력이 아버지에 의해 벌어지고 그것을 통해 회복되기 어려운 정신적 상처를 받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불설대보부모은중경’은 유교의 ‘효경(孝經)’처럼 자식이 부모에게 보여야 하는 행동강령을 설명하지는 않는다. 부모의 은혜에 대해 깊이 깨닫고 자식이 그 은혜를 갚기에 얼마나 무겁고 큰 것인지 이야기한다. 은혜를 알게 해주는 것은 무엇을 어떻게 하라고 말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그래서 초기경전 중 하나인 ‘육방예경(六方禮經)’에서 “부모의 자애로움이 자식의 골수에 새기게 하라”는 말씀이 부모가 자식에게 가져야 할 의무로 설해진다. 

중고등학생 아이와 함께 찾아오는 아버지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필자가 드는 안타까움은 아버지가 자식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는 것이다. 아버지로서 자식에 대해 아들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성적이나 어느 학원에 다니는지가 아니다. 아버지와 아들 두 사람만이 간직하고 공유하고 있는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아들은 그 기억이 어른이 되어도 늘 마음의 그림으로 새겨있어야 한다. 친구 같은 아버지이건 엄한 아버지이건 중요하지 않다.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만들어 간 이야기책이 있다면 그것이 신(新) 부모은중경이 될 것이다.

성진 스님 남양주 성관사 주지 sjkr07@gmail.com

[1692호 / 2023년 8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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