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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필 회고담으로 읽는 화엄종주의 삶

  • 불서
  • 입력 2023.08.14 16:11
  • 수정 2023.08.14 16:32
  • 호수 1692
  • 댓글 0

못다 갚을 은혜; 월운당 도중사
신규탁 엮음 / 도서출판 중도 / 341쪽 / 2만5000원

“사문의 신분으로는 분명 군일임을 알지만 고인들께서도 이미 이르시기를 ‘실제이지(實際理地)에는 불수일진(不受一塵)이나 불사문중(佛事門中)에는 불사일법(不捨一法)이라’ 하셨으니, 출가사문이라기보다는 한 인간으로서 ‘갚아야 할 은혜는 잊지 말자’는 정도로 마음에 간직하고 정리하기 위해 겪은 일들의 편린(片鱗)을 생각나는 대로 이렇게 정리해둔다.”

‘역경보살’로 찬사를 받으며 팔만대장경을 비롯한 한문경전을 우리말로 옮기고 후학을 양성하는 데 평생을 매진해온 화엄종주 월운당 해룡 스님이 자필 회고담 ‘못다 갚을 은혜; 월운당 도종사’를 남긴 이유다. 지난 6월16일 봉선사 다경실에서 세납 95세, 법랍 74세로 입적한 스님이 출가한 1949년부터 쓴 평생의 일기를 토대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자신의 일생을 회고하며 80개의 항목으로 정리해 연대순으로 회고한 생생한 기록물이다.

세간과 출세간의 존경을 동시에 받았던 스님의 회고록은 18세까지의 어린 시절, 1949년 21세에 출가해서 운허 스님의 제자로 경전을 공부하던 시절, 10여 년간 공부를 마치고 1957년 운허 스님을 이어 통도사 강사로 학인들을 교육하던 시절은 물론, 1964년 동국역경원이 설립되고 은사인 운허 스님을 도와 최연소 역경사로 한글대장경 역경 작업에 착수해 2001년 완간하기까지 자신과 주변 상황을 구체적으로 진솔하게 엮었다.
 

월운당 해룡 스님 진영.
월운당 해룡 스님 진영.

그런가 하면 6‧25 전쟁 중 전소된 봉선사 복원에 얽힌 사연, 한국불교 근대교육과 관련한 홍월초 스님, 월초 스님 손제자 운허와 태허의 독립운동, 이순재 스님의 항일 재판기록 등에 대한 생생한 기록까지 더해져 봉선사 스님들이 그 시대를 어떠한 마음으로 대했는지를 엿볼 수 있다. 또한 재가자 포교전략으로 세운 ‘삼화행도’ 이론을 비롯해 출가자 전문교육을 위한 홍법강원과 능엄학림의 운영과 함께 그곳에서 배출한 제자들을 상세하게 기록했다. 더불어 불경서당과 통신강원에 얽힌 이야기 등 교육에 관한 기록에서는 스님의 열정에서 장엄과 희열까지 느끼게 한다. 여기에 더해 1957년 29세 때부터 집필한 98권에 달하는 저술의 원고를 쓰던 당시의 상황과 심정까지 기록으로 남겨 스님의 생애와 사상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당초 ‘김월운의 회고담; 자초연기(自抄年紀)’라 이름붙인 회고록을 출판 과정에서 ‘못다 갚을 은혜; 월운당(月雲堂) 도중사(途中事)’로 바꾼 신규탁 교수는 “회고담 속에 깔린 우리 스님의 정서가 부처님 은혜, 사부님 은혜, 부모 형제 은혜, 도반과 시주님의 은혜, 나라의 은혜로 이해되기 때문이며, 스님을 기억하는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월운 스님께 못다 갚은 은혜로 남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구마라집과 현장법사의 역경원력에 비견됐던 화엄종주 월운 스님의 역경, 포교, 도제양성에 대한 원력과 실천모습에서 대선지식의 면모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692호 / 2023년 8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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