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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라도 깨칠 수 있음을 보여준 정진의 화신들

  • 불서
  • 입력 2023.08.14 16:26
  • 호수 1692
  • 댓글 0

부처님의 위대한 제자들
냐나뽀니까 장로‧헬무스 헥커 지음, 김충현 옮김 / 운주사 / 728쪽 / 4만원

부처님 당시에 아라한이 된 24명 제자들 삶을 생생하게 복원
브라만‧귀족에서 천민‧살인자‧창녀까지 살아 온 삶들도 다양

부처님은 인간의 몸으로 이 땅에 오셨다. 그러나 불자들의 인식 속에서 부처님은 결코 인간이 아니다. 사람과 신들의 스승으로 홀로 존귀한, 인천(人天)의 스승이며 유아독존(唯我獨尊)의 존재다. 부처님은 태어날 때부터 왕자였으니, 신분이 이미 고귀했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극한의 고행과 치열한 수행 끝에 마침내 성도했다. 깨달음 이후 열반에 드는 순간에도 중생구제와 교화를 멈추지 않았던 놀라운 삶은 인간이 이룬 성취라 믿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온전히 따라가면 결국 우리도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가르침이 그래서 때로는 허공 속의 메아리로 들리게 된다. 부처님은 우리 중생들이 감히 닿을 수 없는 ‘넘사벽’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부처님과 중생들 사이의 이런 간극을 메꾸는 것이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정진한 결과 부처님과 같은 아라한에 이른 제자들의 삶이다. 브라만이나 귀족처럼 신분이 높은 제자들도 있었지만 천민, 살인자, 창녀와 같은 밑바닥의 삶을 사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발심해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수행한 결과 차별 없이 깨달음을 얻었다. 그래서 부처님과 동시대에 살았던 제자들의 삶은 부처님의 위대한 삶에 대한 해설서이자 부록과 같은 느낌이다. 우리 또한 부처님을 따랐던 제자들처럼 열심히 정진하면 결국 깨달음을 이룰 수 있다는 용기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책은 부처님과 함께 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열심히 정진한 수행자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제자 24명의 삶과 수행, 그리고 깨달음의 과정을 촘촘히 담고 있다. 경전 여기저기 파편처럼 흩어져 있는 제자들의 삶을 팔리 경전과 주석서를 토대로 생생하게 살려냈다. 

이들의 삶은 부처님이 이룬 깨달음과 해탈이 우리가 결코 이룰 수 없는 신기루가 아니라 열심히 배우고 수행하면 반드시 이룰 수 있는 경지임을 일깨운다.
 

부처님이 제자들과 함께 공양하는 모습. 간다라 출토. 1~4세기.

책 속에 등장하는 부처님의 제자들 또한 우리와 같은 고통과 번민, 망상에 휩싸인 평범한 중생이었다. 그럼에도 부처님을 만나 발심해 열심히 정진함으로써 중생으로서의 모든 한계를 뛰어넘어 진정한 깨달음과 해탈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래서 부처님 제자들의 삶은 바로 우리가 따라가야 할 길라잡이인 것이다.

24명의 제자들은 모두 수행의 마지막 단계인 아라한을 성취했다. 아라한은 번뇌를 완전히 끊고 해탈을 이룬 사람이다. 부처님 또한 스스로를 아라한이라고 했다. 책 속에는 부처님의 상수제자로서  지혜제일로 불리는 사리불, 신통제일이었던 목건련, 부처님 열반 이후 승단을 이끌었던 마하가섭, 부처님의 시자이자 법의 보물창고 아난, 천안제일 아나율, 논의제일이었던 마하가전연 등 익히 잘 알려진 제자들이 등장한다. 또 여성제자들로는 위대한 후원자 위사카, 꽃을 공양하고 왕비가 된 말리까, 지혜으뜸 비구니 케마, 곧바로 최상의 지혜를 이룬 밧따 꾼다라케사, 부처님의 여동생 난다, 자비의 화신 사마와띠 왕비, 계율에 정통한 비구니 빠따짜라, 몸 팔던 여인 암바빨리, 기녀 시라마, 세 명의 남편에게 버림받은 이씨다씨, 여기에 살인자였던 앙굴리말라, 위대한 시주자로 급고독 장자로 알려진 아나타삔디까, 찟따 장자, 부부가 함께 아라한이 된 나꿀라삐타와 아내 나꿀라마따 등이 차례로 등장한다.

불연을 맺기 전까지 이들의 삶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과 전혀 다를 바 없었다. 태어난 배경도, 살아온 과정도, 직업이나 성별도, 고민이나 번뇌의 질과 내용도 모두 달랐다. 그러나 이들은 결국 부처님을 따라 마침내 진리에 스며들었다. 신화가 아닌 이 역사적인 사실들은 그래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성불에 대한 수기이며, 또한 해탈에 대한 약속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부처님 당시 제자들의 삶을 온전히 되살려 낸 것은 냐나뽀니까 장로, 헬무스 헥카, 비구 보디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이를 성균관대와 동국대에서 철학과 불교학을 전공한 김충현 BBS 총괄국장이 아름답고 쉬운 우리말로 풀어냈다.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692호 / 2023년 8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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