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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마조의 선법 ➂ 즉심시불(卽心是佛)-하

기자명 정운 스님

제자들 깨달음 인도하는 방편설

문자, 진리 전달하는 도구
마조는 언설 집착을 경계
즉심시불도 선교방편 불과
마음서 진리 구하라는 경책

2주에 걸쳐 즉심시불(卽心是佛)의 의미를 여러 각도로 살펴보았다. 이번 주, 마지막으로 즉심시불에 대해 정리해본다. 마조는 ‘반주삼매경’ ‘관무량수경’ ‘화엄경’ 등의 설에 의거해 제자들을 제접했지만, 즉심시불을 교조화하려거나 기록을 남기려고 하지 않았다. 마조가 즉심시불이라고 설한 본 의도는 수많은 제자들의 개오(開悟)의 기연(機緣)에 보여진 일상어일 뿐이며 수시(隨時)의 방편설이다.

‘전등록’ 권6 ‘마조장’에 마조의 즉심시불과 비심비불 사상을 단적으로 알 수 있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어느 승려가 물었다. 

“화상께서는 어찌하여 ‘마음이 곧 부처’라고 설하십니까?”
“어린 아기의 울음을 그치게 하기 위해서다.”
“울음을 그치면 어떻게 합니까?”
 “마음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다.” 
“이 두 가지를 제외하고 다른 사람이 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에게는 ‘물건도 아니다’라고 하겠다.”
“바로 그런 사람이 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에게 대도(大道)를 손에 쥐어 주도록 하겠다.”

선종사에서는 방편의 이 비유를 황엽지제전(黃葉止啼錢)이라고 한다. 낙엽을 반짝거리게 해서 황금이라고 속이는 것이다. 맨주먹을 보이며 좋은 것을 주겠다고 하는 것과 같다. 울음을 그친 아이에게는 황엽의 지제전은 필요 없다. 마조는 또 그런 사람을 위해 비심비불이라고 설한다. 즉심시불이라고 하는 것도 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한 것과 다름없다. 울기 때문에 본래 부처라고 하는 것이다. 아기는 원래 착한 아이도 나쁜 아이도 아닌, 단지 아기일 뿐이다. 실은 상대가 울지 않으면 “아가야! 너는 착한 아이다”라고 말할 필요도 없다.

즉심시불이니 비심비불이니 하는 따위의 언설에 집착하지 말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진실한 부처는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도, 언어로 표현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자는 진리를 전달하는 방편으로써 꼭 필요한 존재이다. 곧 즉심시불이나 비심비불이나 모두 선교방편(善巧方便)에 불과할 뿐이며 자신의 마음이 아닌 다른 곳에서 구하려고 하는 이들을 경책하기 위한 설이다. 

한편 즉심시불에 관해 경계하고 염려하는 어구들이 많은 것으로 보아 마조 생전이나 사후에 즉심시불을 지나치게 교조화하는 이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폐단과 곡해를 마조 교단은 바로잡아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것이 비심비불이다. 특히 마조 사후에는 즉심시불을 금과옥조로 삼는 이들이 많은 반면, 한쪽에서는 이러한 시류(時流)를 비판하는 제자들이 있었다. 제자 남전은 마조가 즉심시불이라고 하는 것은 우는 아기를 달래는 잠시의 방편설로써, 공권(空拳)이나 황엽(黃葉)과 같은 것이라고 하였다. 또한 복우자재는 “즉심시불은 병도 없는데 약을 구하는 것과 같은 말이다. 비심비불은 병에 응해서 약을 주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와 같이 살펴본 대로 즉심시불은 마조가 제자들에게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기연이고, 수많은 제자들을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도구였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마조는 제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즉심시불이라고 말하지 않았으나 마조의 가르침은 곧 즉심시불의 언구를 함축하고 있다. 즉 마조가 각자 스스로의 마음이 부처라고 믿는 이 마음이 부처이다[各信自心是佛 此心卽佛], 다만 지금 말하는 것이 너의 마음이다[但今語言卽是汝心], 지금 알지 못한다고 하는 마음 그것이 부처 자리다[未了底心卽是], 그렇게 묻고 있는 자네가 보물 창고다[卽今問我者 是汝寶藏]라고 다양하게 표현한 것이 모두 즉심시불로 귀결된다. 그런데 후대로 갈수록 수시의 방편설에 불과한 즉심시불을 지나치게 교조화하는 수행자들이 많아지자, 이를 경계하는 의미로 비심비불과 불시물이 나오게 된 것이다.

정운 스님 동국대 강사 saribull@hanmail.net

[1693호 / 2023년 8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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