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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운동서 배운 교훈

기자명 하림 스님

축구경기서 찬 킥 상대편 강타
승부 집착해 배려치 못한 결과
과하면 나는 물론 상대에 피해
현실에 빠지지 않는 삶 살아야

“스님이 너무 세게 차요! 위험해요!” “스님이 차면 사람이 다쳐요!” “골만 넣으려고 하니 그래요!” 

오늘 아침 조기축구를 나갔다가 들은 말입니다. 허리보다 낮은 작은 골대에 10여명이 넘게 공을 차는 그야말로 아침에 하는 가벼운 운동입니다. 그런데 내가 너무 열심히 했던가 봅니다. 왼발로 슛을 한다는 것이 허리 밑으로 낮게 차야 하는데 잘못 맞아 공이 떠 20대 젊은이의 얼굴에 맞았습니다. 너무 미안한 마음인데 여기저기서 이런 말들이 들려옵니다. 아마도 오래 참았다가 상황이 발생하니 나타나는 마음들인 것 같습니다. 순간 너무 부끄러워서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해서 했습니다. 다행히 청년은 강한 볼은 아니어서 괜찮다고 했습니다.

참 신기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보다 더 세게 찬 것도 본 것 같은데 왜 나한테만 이러나!’ 하는 억울한 생각도 순간적으로 들었습니다. 또, ‘내가 너무 공을 잘 넣으니 상대편이 부담스러웠나?’하고 잘난 척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무튼 그 뒤로는 사이드로 빠져서 공격을 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팀에서는 점점 더 앞으로 가서 공을 넣으라고 압력을 넣습니다. 한 골을 넣어야 서로 마무리가 된다는 분위기입니다. 그 말들에 영향을 받았는지 결정적인 찬스가 왔지만, 집중이 되지 않아서 놓치고 결국 운동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돌아와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제가 일이나 상황에 너무 빠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매사에 너무 열심히 하려다 보니 과로하게 됩니다. 이것저것 모든 인연에 좋은 소리를 들으려고 하고 모든 일에 잘 하려고 하니, 늘 바쁘다는 소리를 듣고 살게 됩니다. 

어릴 적부터 ‘일에 임하면 열심히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를 잡았던 것 같습니다. 이런 마음은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나타납니다. ‘열심히’ 그리고 ‘잘 해야 한다’라는 생각에 상황이 생기면 생각이 많아지고, ‘실수하면 안돼’하는 불안 때문에 너무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 삶의 연속이었습니다. 그게 옳다고 생각해 왔고 남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이 과하면 번뇌가 생기고 남에게도 그것을 기대하니 상대와의 관계도 힘들어졌던 것입니다. 

‘매사에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이 왜 나와 남을 힘들게 할까요? 아침운동을 돌아보니 축구에서 골을 넣으면 이기게 되고 이기면 기뻐하게 됩니다. 그것이 성공한 느낌을 주고 열심히 한 보람이 있어서 성취감을 맛보게 합니다. 그래서 골을 넣고 이겼을 때 기쁨과 보람을 느끼는 방식이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믿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도 그것을 다 알고 인정합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과도하게 욕심을 내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것이 기쁨을 준다는 것을 알지만 나처럼 땀을 뻘뻘 흘리고 숨이 넘치게 헐떡거리면서 몸이 지칠 때까지 뛰어다니고 골을 넣기 위해서 열심히 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가볍게 운동하고 중요한 일을 하러 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그들은 깨어있고 저는 이기는 것에 그리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좁은 생각에 빠져 있었던 것입니다. 

틈이 나는 날에 아침이면 나가던 조기축구에서 큰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15분 명상을 하였습니다. 명상을 하고 앉아 있으면 몸과 마음이 편안합니다. 누워서 하는 명상도 그렇습니다. 그러나 아침 운동장에서 그 소리를 들었을 때에 일어나는 배움은 제게 더 큰 깨우침을 주었습니다. 제가 살아가는 한 생은 어찌 보면 아침 운동장에서 일어나는 조기축구와 같지 않나 싶습니다. 기쁨도 슬픔도 있지만, 경기가 끝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너무 과도하게 열심히 하는 것은 나와 남에게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눈에 보이는 승리가 아니라 그 너머에 있는 무엇이라는 것을 잊지 않는 것입니다. 현실에 빠지지 않도록 정신 차리고 오늘 하루와 내일 조기축구에서 깨어있는지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고맙습니다.

하림 스님 부산 미타선원장 whyharim@hanmail.net

[1693호 / 2023년 8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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