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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어사 포교국장 눌은 스님

나와 자녀가 다른 존재임을 받아들이고 기도할 때 삶 달라집니다

서원은 기도의 목표이고 나의 맹세이며 이루고자 하는 방향
좋은 서원을 세우는 것은 좋은 사람이 되고 보살이 되는 길
아이를 위한 기도 목적은 결국 나와 아이 모두 마음 여는 것

눌은 스님은 “나와 아이를 위해 기도하는 법을 잘 실천하면 아이도, 기도하는 부모도 함께 행복할 수 있다”며 올바른 서원과 기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눌은 스님은 “나와 아이를 위해 기도하는 법을 잘 실천하면 아이도, 기도하는 부모도 함께 행복할 수 있다”며 올바른 서원과 기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늘  주제는 대부분의 입시설명회 주제와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나와 아이를 위해 기도하는 법’은 잘 실천하면 분명히 아이도 행복하고 기도하는 부모님도 행복할 수 있는 길입니다. 입시를 앞둔 자녀와 부모인 자신을 위해서 어떻게 평화로운 마음을 간직하고 유지해서 아이가 시험을 치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간단하게 제 소개를 먼저 하겠습니다. 저는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2012년에 범어사로 출가를 했습니다. 범어사승가대학과 율학승가대학원을 졸업한 후 부산 영도 해련사에서 수행하다가 지난해 범어사 주지스님께서 저에게 포교국장 소임을 맡겨 주셔서 이렇게 여러분들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2001학년도와 2002학년도에 수능 시험을 봤습니다. 2001년도 수능을 치고 한 대학에 합격 했으나 아버지께서는 저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셨습니다. 서울에서 1년간 공부를 더 해보면 어떻겠냐는 말씀이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때 더 스님처럼 살았습니다. 힘들지도 않았습니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행복했고 재미있었습니다. 원하는 대학을 가기 위해서 스스로 공부하고 삶의 방향을 정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대학교에 진학하고 나서 1년 동안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물론 그때는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를 더 높은 등급의 대학에 보낼 수 있을까요?”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는 방법이 뭘까요?” 이런 것을 찾는 게 목적이었다면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출가 후 법회를 통해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을 보며 점수를 높이는 방법을 찾는 것이 얼마나 삶에 도움이 되고 부모에게 힘이 되는가에 의문점이 생겼습니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과 확신이 오늘 말씀드리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저의 고민이 녹아든 세 가지를 제안하겠습니다. 첫째, 기도를 시작하기 전에는 어떤 마음으로 하는가. 둘째, 기도하는 중에는 어떤 마음이어야 하는가. 마지막으로 100일 후 수능 시험을 치르고 나면 여러분은 어떻게 마음을 가져야하는가 입니다. 

첫째, 기도하기 전에 명심해야 할 것이 세 가지 있습니다. 먼저 학부모님들은 근본적으로 ‘아이와 나는 같지 않고 다른 존재다’라는 것을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아이에 대한 애정은 부모가 아이를 객관적으로 볼 수 없게 만듭니다. 잘되지 않더라도 이 아이는 나와는 다르다, 다른 생각을 지닌 사람이고,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이고, 원하는 바가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걸 이해하셔야 합니다. 거기서부터 기도를 시작해야 아이의 이야기가 비로소 들리기 시작합니다. 

자녀들이 항상 부모님에게 가지는 불만이 있습니다. “엄마는 왜 나를 사랑해주지 않지?”가 아닙니다. “엄마는 나에게 왜 이렇게 집착하지?” “엄마는 왜 엄마가 원하는 대로 나에게 하라고 하지?” 이런 말을 듣는 학부모는 섭섭하기만 합니다. “이게 다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야.” 아이들은 그 말을 이해해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이에 대한 통제는 대부분 효과가 없습니다. 여러분은 공부하는 아이들의 뒤에서 지켜보겠다고 생각을 합니다. 볼 때는 공부하고 있어도 다른 시간에는 어떻게든 자기가 하고 싶었던 걸 합니다. 또 나의 아이가 남들보다 빼어난 공부 재능이 없을 수도 있다는 걸 받아들여야 합니다. 1등부터 100등까지 공부로 줄을 세우면 우리 아이가 사실 50번째 일 수도 있고 60번째일 수도 있습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부모의 삶은 분명 달라집니다.

얼마 전 한 다큐멘터리에서 이평화 군의 삶을 보았습니다. 열일곱 살의 평화 군은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진학하지 않았습니다. 이 친구는 대장장이가 되고 싶어서 실제로 유튜브로 검색해서 대장간을 찾아갔습니다. 무작정 일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대장간이 문을 닫고 말았습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그냥 시간을 보내는 평화 군에게 그의 아버지가 제안합니다. “충남 부여에 전통문화교육원이라는 곳이 있는데 거기서 대장장이 기술을 전수해 주더라. 거기 한번 가볼래?” 평화 군은 집에서 4시간 거리의 부여로 월요일 새벽에 아버지의 차를 타고 가서 밤 10시까지 배우고 다음 날 또 수업을 듣고 저녁 6시가 되면 시외버스로 집에 온다고 합니다. 평화 군은 “몸은 힘든데 마음은 즐겁고 평화롭고 행복하다”며 밝게 웃습니다. 다큐멘터리를 만든 피디님이 물어봅니다. “평화 군이 이런 선택을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입니까?” 평화 군은 망설임 없이 말합니다. “아버지의 사랑입니다.” 

원론적인 얘기로 들리겠지만 요즘 아이든 어른이든 이런 근원적인 질문을 스스로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 내가 즐겁고 행복할 수 있을까. 대부분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 공부 하나뿐이고 아이가 공부를 못하면 인생이 끝났다고 여깁니다. 다른 길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알기만 해도 아이들은 성적 때문에 자살하거나 삶의 의욕을 잃어버리는 일을 겪지 않을 겁니다. 아이들에게 있어서 자기 삶의 목표를 정하는 것은 무척 중요합니다. 아이들이 행복의 길을 정하는데 소극적인 것은 부모의 영향이 큽니다. 부모님이 원하는 바는 안정된 직장, 평화로운 노후, 화목한 가정을 원만하게 꾸려서 무난하게 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도하기 전 먼저 이 사실을 인지하면 아이를 향하던 관심이 나를 향한 관점으로 변화됩니다. 

이제 기도를 하면서 명심해야 할 것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그것은 여러분이 기도의 목표를 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좋지 않은 기도문의 예가 있습니다. ‘우리 아이가 무조건 서울대에 합격하게 해주세요.’ ‘우리 아이가 원하는 대학에 무조건 들어가게 해주세요.’ ‘우리 아이가 남들과의 관계에서 이기게 해주세요.’ 이것은 성취되기 어려운 기도입니다. 

서원은 기도의 목표고 나의 맹세며 이루고자 하는 방향입니다. 좋은 서원의 예는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아이에게 화내지 않겠습니다.’ ‘나는 매일 아이를 위해서 경전을 30분 읽겠습니다.’ ‘나는 아이를 위하는 마음으로 정기적인 봉사활동을 하겠습니다.’ ‘나는 아이를 위하는 마음으로 내 주변 다른 아이들도 살피겠습니다.’ 

아이가 나를 열 받게 하더라도,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더라도, 아이가 제 인생을 책임지지 않고 이 중요한 시기에 지혜롭지 못하게 엄마 속을 썩이더라도, 아이에게 화내지 않는 것을 서원하는 것입니다. 왜, 아이는 나와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아이의 기준과 나의 기준은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이와 많은 대화를 하시기 바랍니다. 아이를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아이를 위해서 복을 쌓고 덕을 쌓고 헌신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이렇게 해서 서원이 등장하는 것입니다. 

오계를 지키지 않고 공부도 열심히 하지 않고 평범한 일반 사람이 빌어주는 기도가 더 효과가 있을까요? 아니면 인격적으로 훌륭하고 성숙하고 남을 위해서 많이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빌어주는 것이 더 힘이 있을까요? 좋은 서원을 세운다는 것은 곧 좋은 사람이 된다는 것이고 좋은 사람이 된다는 것은 궁극에는 내가 보살이 된다는 것입니다. 내가 보살이 되어 빌어주는 것과 보살이 아닌 내가 들어 주는 것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께서는 내 기도로 아이가 바뀌는 것을 목표로 하기 보다는 나의 말을 아이가 들을 만큼 자신이 훌륭한 사람이 되길 기도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학부모님이 절에서 기도를 열심히 하고 집으로 돌아가서 아이에게 말합니다. “엄마가 오늘 열심히 기도하고 왔다. 부처님께서 너를 합격시켜 주실 거다.” 아이는 대부분 되물을 겁니다. “부처님이 어떻게 시험을 잘 치게 해주는데?” 

그런데 엄마가 집에 가서도 삼배를 딱 하고 경전을 읽거나 사경을 하면 아이가 와서 물어볼 겁니다. “엄마 뭐해?” 엄마는 대답합니다. “엄마도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보살이 되어서 너의 기도를 들어줄 거야.”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아이도 엄마를 보는 시각이 달라집니다. 이 구조가 되어야 이 기도는 성취가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도를 하고 나서 마음에 새겨야 할 부분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은 오늘 아침 아이에게 어떤 첫 말을 했습니까? “왜 어제 공부 안 하고 일찍 잤니?” 이 말은 아니었길 바랍니다. 항상 하루를 애정 어린 말로 시작하는 것은 여러분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기도하는 목적은 결국 나도 마음을 열고 아이도 마음을 여는 것입니다. 수능 시험 100일을 앞둔 이 시점에 시작해서, 시험을 치고, 시험을 치고 난 후까지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면 나의 마음도 편하고 아이 마음도 편안한 그런 기도를 이어갈 수 있다고 봅니다.

수능 당일 아이는 굉장한 긴장 속에 있을 겁니다. 시험을 잘 봐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을 겁니다. 그때 엄마가 이렇게 얘기를 해주고 아빠가 이렇게 얘기해 주면 굉장히 힘이 됩니다. “시험 점수와 상관없이 100일이 되는 이날 이때까지 열심히 한 부분을 정말 고맙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점수에 구애받지 말고 열심히 편안하게 시험을 보고 와라. 엄마와 아빠는 만약 네가 10점을 받아도 100점을 받아도 상관없다.”

시험을 다 마치고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시험 몇 점인 것 같아? 많이 틀린 것 같아? 실수 많이 했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을 것 같아?” 절대 그런 것을 물어보시면 안 됩니다. 그냥 “수고했다.”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안아주시면 됩니다. 

여러분께 드린 이야기는 제가 겪고 오랜 기간 수험생 학부모님들과 아이들을 보며 생각하고 겪었던 내용입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제 이야기입니다. 저의 아버지께서는 제가 재수할 때 매일 새벽 3시 30분에 항상 일어나셔서 저를 위해 ‘법화경’을 읽으셨습니다. 수험생인 자식을 위해서 매일 새벽 같은 시간에 경전을 읽어준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입니다. 매일 새벽 ‘법화경’을 읽으시던 아버지의 모습을 저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아버지의 공덕으로 제가 원하는 걸 했고 또 원하는 출가도 했고 스님으로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온전히 아버지의 기도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아이들이 10년, 20년 지나서 엄마를 기억할 때, 아빠를 기억할 때, 아이가 엄마와 아빠의 기도하는 모습을 기억할 수 있다면 이미 여러분의 기도는 성취된 것이고 아이들도 본인들이 원하는 바를 성취하는 인연이 되리라 믿습니다. 여러분의 모든 원력과 아이들의 희망이 부처님의 가피로 늘 성취되고 충만하기를 기도드리겠습니다. 

정리=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이 법문은 8월9일 범어사 선문화관 2층 카페에서 개최된 ‘2023 수능 백일기도 입재 수험생 학부모를 위한 토크 콘서트’에서 범어사 포교국장 눌은 스님이 ‘아이와 나를 위해 기도하는 법’을 주제로 설한 특강을 요약한 것입니다.

[1693호 / 2023년 8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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