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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수행 신정민(서화·40) - 상

기자명 법보

삶 힘겨웠을 때 낙산사 찾아
템플스테이 뒤 청년회 입부
삼천배 회향 굳게 다짐하고
도반과 해인사 백련암 정진

항상 쉴 틈 없이 일하면서 열심히 살아왔다. 경력을 좇아 새로 이직했던 회사에서도 아낌없이 열정을 쏟았지만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너무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직장 내 괴롭힘에 병원까지 다니게 될 정도로 매일 출근하는 것이 너무 힘겨웠을 때, 문득 템플스테이를 하고 싶어 혼자 낙산사를 찾았다. 

모태불교였기에 절에서의 시간이 너무 좋았다. 그러나 홍련암으로 새벽 예불을 하러 갈 때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파도소리가 마치 천둥번개가 치는 것처럼 크고 무섭게 들려 주춤거리게 했다. 하지만 진짜 천둥번개도 아닐뿐더러 나한테 해를 끼치지 않을 파도소리임을 분명 알고 있었다. 주먹을 불끈 쥐고 올라가 예불을 올렸다. 이윽고 어슴푸레한 구름 뒤로 붉은 빛이 하늘을 밝히자 그렇게 무섭게 느껴졌던 바다가 찬란하게 펼쳐졌다. 그 순간 차가운 물로 세수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일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렇게 첫 템플스테이를 마치고 돌아와 불교에 대한 고민에 빠져들었다. 남들처럼 부처님께 기도도 하고 교리도 배우고 싶은데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 우리 주변에선 교회오빠, 교회언니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처럼 ‘매주 사찰에 모여 신행생활을 하는 절언니, 절오빠는 왜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청년활동을 찾아보다가 조계사청년회에 입회하게 됐다.

그 당시 회사생활을 떠올리면 지금도 눈물이 나올 정도로 너무 힘들었다. 정기법회를 위해 조계사에 가는 주말만 기다리면서 하루하루 버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을 좋아하던 내가 사람을 무서워하게 되었던 시기였다. 이때 한없이 마음을 나누어 주고 품어주었던 청년회 사람들이 있었기에 나도 더 이상 어두워지지 않고 힘들었던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 사람으로 받은 상처를 사람으로 치유한 것이다.

그렇게 얻은 힘은 회사에서 버틸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 시간이 흘러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들이 한 명씩 퇴사하고, 회사에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입사 때부터 희망했던 업무까지 할 수 있게 됐다. 그러기까지 2년이 걸렸다. 만족스러운 회사생활을 이어가며 내 사업을 열겠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꿈이 생기자 그동안 힘들다고 보이지 않던 가족들이 눈에 들어왔다. 항상 지켜봐주고 응원해주던 가족들을 위해 간절한 원을 세우고 싶었다. 코로나19를 지나 청년회에서 여름 수련회로 해인사에 방문하며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사전 정보를 알아보다 해인사 백련암이 성철 스님이 계셨던 곳이며 삼천배, 아비라기도와 같은 수행정진의 성지라는 것을 알게 됐다. 우선 삼천배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정기적으로 모여서 수행하고 있는 카페를 가입했다. 다음 정진은 가을에 있었다. 삼천배를 반드시 회향하겠다는 굳센 다짐으로 매일 108배를 연습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절을 하니 허리와 허벅지에 근육통이 생겼다. 그럼에도 쉬지않고 절을 했고, 근육은 어느새 풀렸다. ‘절로 생긴 근육통은 절로 푸는 것’이라는 어른들의 말이 새삼 떠올랐다. 몸이 단련되는 기분 좋은 느낌이었다.

다같이 삼천배를 하는 날이 다가왔다. 알록달록 단풍이 예쁘게 물든 가을, 해인사 성철 스님 사리탑에 모였다. 1년에 단 한 번 오는 날. 맑은 하늘과 공기, 새소리, 단풍의 모습을 눈에 꾹꾹 눌러담으며 1배씩 해나갔다.

조계사청년회 예불수행부에서는 하안거와 동안거 기간 중에 1080배를 진행한다. 매년 도반들과 함께 참여했기에 1000배까지는 무난하게 할 수 있었다. 1500배, 2000배는 정말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이날 처음 만난 내 또래의 보살님과 서로를 응원하면서 절을 이어나갔다. 

초콜릿을 나눠 먹고 커피믹스를 2봉지씩 진하게 타먹으면서 목표를 향한 의지를 다졌다. 2500배에 다다를 즈음, 이미 다리는 내 것이 아니었다.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와 땀으로 흥건한 좌복. 과연 끝까지 해낼 수 있을지 의심이 들었다. 그때 내 뒤쪽에 연세가 여든도 넘으신 듯한 보살님께서 나비처럼 사뿐사뿐 절을 하고 있었다. 이분들도 이렇게 열심히 정진하시는데 젊은 내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허리를 부여잡고 다시 절을 시작했다.

[1693호 / 2023년 8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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