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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수행 신정민(서화·40) - 하

기자명 법보

몸 힘들었지만 수행 간절해
회사 휴가 내고 기도 동참도
다양한 경험, 좋은 도반 덕분
법명처럼 자비 베풀며 살 것

매일 연습했음에도 다리, 허리, 손목, 뱃속 장기들까지 아팠다. 또래 불자와 노보살님들이 아니었으면 몇 번을 그만뒀을 것이다. 

삼천배를 하고 난 뒤 며칠은 힘들었지만, 마음 속에는 수행을 하고 싶다는 간절함이 있었다. 해인사 백련암에서 ‘아비라기도’를 알고 나서는 두 달 뒤 오직 아비라기도를 위해 매일 절을 했다. 한 곳에 모여 앉아 4일 동안 기도하려고 회사 휴가까지 썼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그렇게 수행에 심취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마음이 맞는 도반들과 함께했기에 더욱 힘이 되고 즐거웠던 기억이다.

‘108배 예불대참회문’과 장궤합장 자세로 법신진언을 외우고, 능엄주까지 1시간을 꽉 채우는 기도를 반복했다. 30분이 넘도록 장궤합장을 하면 무릎과 허리가 끊어질 것 같다.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시던 보살님들이 자세가 흐트러지거나 힘들어 할 때마다 친절히 자세를 잡아주시고 격려해주신 덕에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 나중에는 수월해질 만큼 나름의 요령도 터득했다.

이 기도는 매년 4번 날짜를 정해 진행됐다. 한 번 참여할 때마다 너무 힘들었지만 법당 안에 울리던 진언과 백련암 특유의 기운 속에 눈물 쏟으며 기도했던 기억이 왜 이렇게 생각나고 그립던지, 나는 또 휴가를 내고 다음 번 아비라기도에 참여했다. 이 기도를 또 간다고 하니 주변에서 무릎 걱정을 그렇게도 많이 해주셨다. 하지만 매번 참여할 때마다 몸이 단련됨을 스스로 느끼고 있어 그저 환희로웠다.

처음 참여했을 때는 무조건 내 소원이 우선이었다. 여러 번 참여하면서 마음에 여유가 생겼고, 자연스레 욕심을 내려놓게 됐다. 나와 인연을 맺은 모든 분들이 행복해지길 서원했다. 또 어떤 수행을 하던 정진을 마친 뒤에는 나 혼자만의 바람이 아닌  꼭 모두의 행복을 빌며 올바른 길로 차근차근 나아갈 수 있는 힘을 달라고 기도했다. 

아비라기도를 마친 뒤 부산일정을 잡게 되면서 매일 참선을 한다는 도반과 친해지게 됐다. 궁금증에 도반을 따라 참선을 시작했다. 그러나 혼자서는 뭔가 힘들고 잘 몰랐기에 그가 참여하는 철야참선 프로그램에 무작정 동참했다. 

초저녁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가부좌를 틀고 계속 앉아있어야 했다. 온갖 생각이 어찌나 많이 들어오던지, 주어진 화두에 오롯이 집중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러나 내면에 어떤 생각들이 자리 잡고 있고, 과거에 겪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되돌아 본 좋은 경험이었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 동안 졸지 않고 반듯하게 앉아 있던 내 자신이 무척 신기했다. 이 느낌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지금은 전문가의 도움 없이 혼자서도 참선에 들 수 있게 됐다. 

나처럼 모태 불자인 친언니도 내가 힘들어 할 때마다 다양한 수행법을 알려줬다. 절에도 데리고 가주고, 고승대덕의 가르침이 담긴 서적도 추천해 줬다. 언니의 조언을 따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광명진언 기도를 하루 1000독씩 하는 등 기도가 무엇인지 수행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무조건 따라 한 적도 많다.

언니는 내가 스스로 청년회에 들어가 직접 수행터를 찾아다니며 정진하고 있는 것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한다. 어릴적 나는 누가 부처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줘도 듣는 둥 마는 둥 했기 때문이다. ‘고통을 겪어본 사람이 행복의 소중함을 안다’는 어른들의 말처럼 직접 괴로워해보고 나서야 부처님을 찾았다. 

이제는 전국 사찰을 순례하고 있다. 청년회 법우들과 이 사찰 저 사찰 가리지 않고 찾아간다. 함께할 수 있어 너무나 감사할 따름이다.  젊은 불자로서 아직도 배우고 알아가야 하는 것이 많다. 여러 기도와 수행을 해가면서 나만의 공부방법을 찾고 있다.

시작은 절 수행이었으나 훌륭한 도반들을 만난 덕분에 꾸준히 여러 수행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혼자 해나간 것이 아닌 ‘같이’의 힘으로 해왔기에 나를 받쳐주는 이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함을 느낀다.

조계사에서 ‘서화’(서방정토에 피는 연꽃처럼 살아가라) 법명을 받았다.  항상 자비를 베풀고 어려운 이들을 위해 한결같이 기도하며 법명처럼 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1694호 / 2023년 8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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