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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찾은 130여 청년들 “명상해봤더니 참 좋더라~”

  • 수행
  • 입력 2023.08.28 18:11
  • 수정 2023.08.28 23:43
  • 호수 1695
  • 댓글 0

세계명상마을, 8월25~27일 ‘제2회 청년명상힐링캠프-마음의 길 가다’ 개최
봉암사 인근서 트래킹·별보기·선무도 등 체험…각산 스님 “자유롭게 즐기길”

“걷기 명상을 하는 동안은 묵언입니다. 자연을 느끼면서 걷는 거예요. 그리고 내가 살아오면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는지, 지금은 어떤지 되돌아보세요. 나아가 지금 이 순간 내 감정에 집중하며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겁니다.”

묵언을 당부한 지도법사의 안내에 산길은 산새와 풀벌레들이 부르는 노래로 가득 찼다. 얼마나 걸었을까. 옷이 땀으로 흠뻑 젖을 무렵 고즈넉한 오두막과 바위 틈새로 힘차게 흐르는 계곡이 모습을 드러냈다. 청년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달려가 물에 발을 담그고 웃음꽃을 피웠다.

참가자들은 세계명상마을 명상대웅전의 넓은 툇마루에 누워 자연을 만끽했다.

문경 세계명상마을(선원장 각산 스님)에서 팍팍한 삶에 지친 청년들에게 ‘온전한 휴식’을 제공하는 ‘제2회 청년명상힐링캠프-청년 휴(休), 마음의 길을 가다’가 개최됐다. 8월25~27일 진행된 캠프에는 만 18세부터 39세 청년 130여명이 참여해 숲과 시골길 트래킹, 밤하늘 별보기, 크리스탈 싱잉볼 명상, 종소리 명상과 더불어 비베카 킴 인도 비베카난다요가대학 한국지부 대표와 채희걸 세계선무도총연맹 이사 등 명상 대가들이 지도하는 요가, 선무도를 즐기고 체험하며 알찬 시간을 보냈다.

이번 캠프가 눈에 띄는 점은 지난해보다 ‘자유로움’을 더욱 부여한 것이다. 금연과 금주를 지키되 프로그램 참여 여부는 오직 참가자의 의지에 맡겼다. 참가자들은 세계명상마을 명상대웅전의 넓은 툇마루에 누워 자연을 만끽하기도, 숲속 오두막 꾸띠에서 혼자 명상에 들기도 했다.

세계명상마을 선원장 각산 스님은 26일 오전 10시 참선에 앞서 ‘다르마 토크’를 열고 청년들에게 자유를 한껏 만끽하되 명상할 때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참여할 것을 당부했다. 스님은 “축구 경기에서 점수를 얻으려면 공이 절로 굴러가길 기다리지 말고 직접 골대에 차 넣어야 한다”며 “사흘 동안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천혜의 환경이 마련됐다. 여기 있는 누구도 억압하지 않으므로 사흘 동안 그저 쉬어갈지 마음을 다스릴지 선택하는 건 그대들의 몫”이라고 했다.

이어 “오늘날 진행되는 다양한 실험 중에 금붕어와 사람의 순간집중력을 연구한 게 있더라”고 운을 뗀 스님은 “금붕어는 평균 9초인 반면 오늘날 사람은 7초라고 한다. 스마트 기기가 발명되기 전에는 13초를 넘었는데 십수년만에 5초 이상 줄은 것이 밝혀져 충격이었다”며 “나조차도 몇 년 전에는 지도만 보고 전국을 찾아다녔는데 네비게이션이 나온 뒤로는 갔던 길이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여러분들에게 오래 앉아있으라고 하지는 않겠다. 1분을 앉든 5분을 앉든 자유로움 속에 의지를 갖고 참여함으로써 ‘명상을 하면 참 좋더라’는 동기부여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각산 스님의 ‘자유’ 의지는 청년들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유채인(28)씨는 이곳에서 명상을 처음 접했다. “마음공부에 관심이 많던 차에 전국 청년들에게 온전한 쉼터를 마련해준다는 소식을 듣고 참여했다”며 “프로그램에 강제성을 띠지 않고 아침에 일어날 때도 강요하지 않다보니 오히려 더 배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하는 참선에 사실 허리가 많이 아팠다”며 “잠시 툇마루에 앉아 등을 기대고 쉬다보니 솔솔 불어오는 바람과 풀벌레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이번 경험을 계기로 일상에서 명상을 실천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김한울(33)씨도 “다른 수행센터에서 엄격한 청규와 시간에 맞춰 정진했을 때와 색다른 경험”이라며 “탁 트인 하늘과 맑은 공기, 드넓은 숲 등 좋은 환경 속에서 힐링할 수 있어 기쁘다. 다음번에도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진행된 선무도 수련도 모든 청년들이 참여했다. 채희걸 세계선무도총연맹 이사는 들숨과 날숨의 균형을 강조하며 여러 가지 부드러운 동작을 펼쳐보였고, 청년들은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몸에 멋쩍은 웃음을 보이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특히 채 이사는 “선무도는 온몸을 곧게 펴고 균형을 잡아줌으로써 명상이 잘 될 수 있는 최적의 상태로 만들어 준다”며 “집중이 어려울 때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억지로 멈추려 하지 않고 관찰하며 숙고한다면 마음이 편안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청년들은 선무도와 함께 따뜻한 차로 몸을 이완시켜 집중을 돕는 ‘선차명상’, ‘밤하늘 별보기’에 이어 세계적인 명상지도자 아잔 브람 스님에게 출가한 외국인 스님의 법문을 들으며 26일 일정을 마무리했다. 마지막날인 27일, 각자 기상한 청년들은 ‘전통산사예불’ 체험을 마지막으로 캠프를 회향했다.

한편 지난해 참가자들도 봉사자로 다수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홍준석(37)씨는 캠프에서 마음이 맞는 도반들을 만난 추억이 자원봉사로 이끌었다. 그는 “힐링캠프 이후 각산 스님이 주석하는 참불선원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명상을 배웠다”며 “자유로움 속에 스스로 참선할 수 있도록 도와준 스님과 나를 행복하게 해준 도반들에게 감사하다. 이번에 참여하는 청년들도 그 행복을 누렸으면 해서 봉사에 참여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김서현(60) 불자도 “청년들에게 공부를 강요해선 안된다는 각산 스님의 가르침에 극히 공감한다”며 “이곳에서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모두 내려놓고 편하게 쉬어갔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경 세계명상마을은 중년을 위한 ‘K-명상·국민프로젝트2-간화선 중년명상힐링캠프’도 계획중이다. 40~50대가 대상이며 11월3일~5일 진행된다. 참가비는 무료다. 문의는 1577-4327

늦여름 심술에 일찍 떨어진 밤송이들이 한발 한발 내딛는 청년들을 반겼다. 인사하듯 굽이진 나무와 이끼 낀 바위가 장난스레 길을 막아섰지만, 활기 가득한 청년들을 붙잡진 못했다. 
늦여름 심술에 일찍 떨어진 밤송이들이 한발 한발 내딛는 청년들을 반겼다. 인사하듯 굽이진 나무와 이끼 낀 바위가 장난스레 길을 막아섰지만, 활기 가득한 청년들을 붙잡진 못했다. 
선차 명상을 체험하는 청년들.
선차 명상을 체험하는 청년들.

문경=고민규 기자 mingg@beopbo.com

[1695호 / 2023년 9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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