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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묘년 하안거 해제법어] 해인총림 해인사 방장 벽산원각 스님

  • 교계
  • 입력 2023.08.28 17:44
  • 수정 2023.08.28 17:48
  • 호수 1695
  • 댓글 0

시·비·장·단 벗어난 본래 마음 바탕 깨달을 때
허공에 손 내젓듯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어

<상당(上堂)하시어 주장자(拄杖子)를 세 번 치시고>

천강유수원귀해 千江流水元歸海하고
일락서산불리천 日落西山不離天이로다.
일월보현일체수 日月普現一切水요.
일체수월일월섭 一切水月一月攝이로다.

천강에 물이 흘러도 원래 바다로 돌아가고
해가 서산에 져도 하늘을 여의지 않음이라.
한 달이 널리 일체 물에 나타남이요.
일체의 물의 달을 한 달이 포섭함이로다.

서산大師는 法名은 휴정 休靜이고 호 號는 청허 淸虛라 하고 西쪽 묘향산에 오래 계셨으므로 西山이라고도 합니다.

선가귀감은 서산대사가 10여 년 동안 묘향산에서 50여권의 경론과 어록을 읽다가 중요한 대목이 있으면 기록해 두었다가 다시 각 구절마다 주해를 달아 풀이하고 차례로 엮어 놓은 선가의 귀중한 책입니다.

선가귀감 첫 머리에 '유일물어차 有一物於此하니여기 한 물건이 있는데 종본이래 從本以來로 소소영영 昭昭靈靈하여 본래로 쫓아 소소영영해서 부증생 부증멸 不曾生 不曾滅이라. 일찍이 난 것도 아니고 일찍이 멸한 것도 아님이라. 명부득 名不得 상부득 狀不得이로다. 이름을 지을 수도 없고 모양을 그릴 수도 없음이로다. 일물자 一物者는 하물 何物고 한 물건이란 어떤 물건인가? 옛사람이 말하길 고불미생전 古佛未生前에 응연일상원 凝然一相圓이라. 옛 부처 나기 전에 뚜렷이 밝았도다. 석가유미회 釋迦猶未會어니 가섭 迦葉이 기능전 豈能傳가 하니라. 석가 부처님도 알지 못하는데 가섭이 어찌 전할까 보냐?'

여기서 모르는 것은 아는데 상대되는 모르는 것이 아니고, 지 知 부지 不知 불속 不屬입니다. 알고모르는 것에 속한 것이 아닙니다.

풍가계 風可繫 공가착 空可捉이나 차일물 此一物 수능설 誰能說이리오.
바람을 얽어매고 허공을 붙잡을 수 있을지라도 이 한 물건은 누가 능히 말하리오.

달마스님은 남천축국 향지왕의 셋째 왕자로서 출가해서 27조 반야다라 존자의 법을 잇고 반야다라 존자의 지시에 따라 중국으로 건너가 법을 폈습니다.

중국으로 건너가 양무제와 만났는데 양무제가 묻기를
“화상은 서천에서 무슨 교법을 가지고 왔습니까?”
“한 가지의 교법도 가지고 오지 않았습니다.”
“내가 절을 많이 짓고 탑도 많이 세우고 스님들도 많이 출가 시켰는데 어떠한 공덕이 있습니까?”

달마스님이 “소무공덕 少無功德이니다. 적은 공덕도 없습니다.”
세상의 함이 있는 복은 되는데, 유위 有爲의 공덕은 되는데 참 공덕이 아니란 것입니다.

양무제가 “여하시 진공덕 如何是 眞功德입니까? 어떤 것이 참 공덕 입니까?”
달마스님이 “정지묘원 淨智妙圓하여 체자공적 體自空寂이라. 여시공덕 如是功德은 불이세구 不以世求이니다. 맑은 지혜는 묘하고 뚜렷해서 본체가 공적함이라. 이와 같은 공덕은 세상에서 구하는 것, 밖에서 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무제가 “여하시 성제 제일의 如何是 聖諦 第一義닛고? 어떤 것이 거룩한 법의 첫째가는 도리입니까?”
달마스님이 “확연무성 廓然無聖이라. 확연해서 거룩하다 할 것이 없습니다.”
무제가 “대짐자 對朕者 수 誰오. 나를 대해서 말하는 당신은 누구입니까?”
달마스님이 “불식 不識 모르겠습니다.”

무제는 이 문답에서 알아듣지 못하였다. 달마스님은 양자강을 건너 위나라 숭산으로 갔습니다.

역천겁이불고 歷千劫而不古요 긍만세이장금 亘萬歲而長今이라.
천겁이 흘러도 옛날이 아니요 만세를 뻗어도 늘 이제라.

남악회양스님은 처음 숭산 安國師를 찾아가니 안국사가 조계에 가서 물으라 하여 육조스님을 찾아갔다.

육조스님께서
“어디서 왔는가?”
“숭산에서 왔습니다.”
“어떠한 물건이 이렇게 왔느냐?”

회양스님이 꽉 막혀서 어쩔 줄 모르다가 팔년 만에 깨치고 나서 “설사 한 물건이라도 맞지 않습니다.”
“도리어 닦아서 증 하는 것이 있느냐?”
“닦아서 증 하는 것은 없지 않으나 물들어 더럽혀짐은 없나이다.”
“다만 물들어 더럽혀지지 않는 것을 모든 부처님께서 수용하는 것이니 네가 그러하면 나도 그러하다.”하고 인가 하셨습니다.

오염부득 汚染不得이요 도할부단 刀割不斷이로다.
물들어 더럽혀지지 않음이요. 칼로 베어도 끊지 못함이로다.
지금은 세상이 많이 복잡하고 혼란스럽고 갈등이 많습니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고 명예가 높으면 성공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부자가 되고 지위가 높더라도 그 자리에 가면 또 좋고 나쁜 것이 벌어집니다.
우리는 시·비·장·단에서 벗어난 본래의 마음 바탕을 깨달아 주인공의 삶을 살 때 허공에 손 내젓는 것처럼 활발하고 자유스러운 삶을 살 수가 있습니다.

계변양류영 溪邊楊柳影은
불애조주행 不礙釣舟行이로다.
시냇가 버드나무 그림자는
고기잡이 배 지나감을 방해하지 않음이로다.

<주장자(拄杖子)를 한 번 치시고 하좌(下座)하시다>

[1695호 / 2023년 9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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