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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몸의 32가지 부위에 대한 관찰

기자명 일중 스님

열반 이르도록 지혜 동력  제공

피부와 살갗으로 포장된 몸
부정한 것 가득참 반조해야
32가지 부위 꾸준 독송하면
몸에 대한 탐욕 내려놓게 돼

몸을 관찰하는 신념처 명상의 네 번째 방법은 몸의 32가지 부위를 관찰하는 부정관 명상이다. 부정관(不淨觀) 명상은 말 그대로 ‘몸(身)이 부정하다고 인식하는(asubha-saññā)’ 명상법이다. 몸은 4대 물질과 파생물질로 구성되었다. 물질은 ‘변형되기 때문에 물질’이라고 초기경전은 정의한다. 본질적으로 물질은 변한다. 시들고 노쇠하며 부패한다. 그러면 냄새나고 썩어서 결국은 흙먼지로 돌아간다. 이것이 물질이 가진 본성이고 본질이며, 특징이고 특성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대념처경(D22)’에서 제시하는 몸의 32가지 부위에 대한 관찰 명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비구들이여, 비구(수행자)는 발바닥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며 그리고 머리털에서부터 아래로 내려가며 이 몸은 살갗으로 둘러싸여 있고 여러 가지 부정(不淨)한 것으로 가득 차 있음을 반조한다. 즉 ‘이 몸에는 머리털·몸털·손발톱·이빨·살갗·살·힘줄·뼈·골수·콩팥·염통·간·근막·지라·허파·큰창자·작은창자·위·똥·쓸개즙·가래·고름·피·땀·굳기름·눈물·(피부의)기름기·침·콧물·관절활액·오줌 등이 있다’고.”

그렇다. 몸은 피부와 살갗으로 포장되어 있다. 그래서 ‘깨끗하다, 예쁘다, 매력적이다’라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만약 몸 안의 모든 장기가 밖으로 다 노출되거나 노출되어 보인다면 어떨까? “으아~!” 당장 눈을 감거나 외면하지 않겠는가? 몸이 피부로 덮여있다는 사실이 한편으로 고맙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부정한 본성을 가려버렸기 때문에 번뇌를 일으키는 구조적인 딜레마를 우리는 안고 살게 되었다. 

부처님은 ‘이 몸은 부정한 것으로 가득 차 있음을 반조하라’고 한다. 무엇이 부정하다는 것일까? “머리털·몸털·손발톱·이빨·살갗·살·힘줄·뼈·골수·콩팥·염통·간·근막·지라·허파·큰창자·작은창자·위·똥·쓸개즙·가래·고름·피·땀·굳기름·눈물·(피부의)기름기·침·콧물·관절활액·오줌”등이 부정하다고 한다. 

이것들이 정말로 더럽고 혐오스러운 것인가? 만약 풀을 베다가 손가락이 잘렸다고 상상해보자. 풀밭 위에 떨어진 손가락 토막이 아름답고 매력적인가? 비싼 음식점에서 주문한 음식이 나왔는데, 거기에 동물의 어금니가 들어있거나 작은 털뭉치가 들어있다고 해보자. 어떨까? 당연히 불결하고 더럽고 혐오스럽다.

이 명상법을 닦으려면 제일 먼저 스승에게 배워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필자는 이 부정관명상을 어느 전통의 어떤 스승에게도 배워서 수행해본 적이 없다. 다만 글과 책으로만 배웠을 뿐이다. 그래서 ‘대념처경’ 주석서가 설명하는 수행 방법론을 간략하게 요약해보기로 하겠다.

먼저 몸의 32가지 부위들을 말로써 독송해야 한다. 32가지를 다섯 개씩 묶어서 순서대로 외우고, 다시 역순으로 외운다. 그 다음 5가지를 또 같은 방법으로 외운다. 그렇게 100번 1000번 말로써 독송하여 중간에 빠트림 없이 주르륵 외울 수 있도록 숙달하라고 한다. 그것이 능숙해지면 마음으로 독송한다. 마음으로 독송할 때 부정함의 특징을 꿰뚫을 수 있게 된다고 주석서는 설명한다. 그다음 색깔과 방위로써 반조하고, 장소와 한계로써 구분하여 익숙하게 해야 한다. 그렇게 순서에 따라 너무 급하지도 지나치게 느리지도 않게 32가지 부분들을 관찰하다 보면, 수행자는 ‘머리털’ ‘몸털’이라는 개념을 극복하고 물질의 혐오스러운 특징에 마음을 확립하게 된다. 즉 몸에서 부정함을 명료하게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주석서는 두 장로 스님들의 일화를 소개하는데, 넉달 동안 이것을 독송하고 반조하면서 수다원이 되었다고 한다. 

21세기 현재, 이 명상법은 주요 수행법은 아니다. 그러나 미얀마 파욱 전통에서는 아직도 이 명상법을 까시나명상과 결부시켜 수행하고 있다. 살아있는 몸에서 부정함을 보게 되면, 자신과 타인의 몸에서 탐욕을 내려놓게 된다. 괴로움의 원인을 만들지 않도록 여러 조건을 차단한다. 그리고 열반이라는 최종의 목적지를 향해 수행자가 순일하게 나아가도록 지혜의 동력을 제공해준다.

일중 스님 동국대 강사 satiupekkha@hanmail.net

[1695호 / 2023년 9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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