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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사찰이 되다

기자명 황산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23.09.05 11:29
  • 수정 2023.09.05 11:32
  • 호수 1695
  • 댓글 0

탄소 제로는 생명 존중하는 삶
지구 1℃ 상승 생명 25% 멸종
어제보다 덜 쓰는 것부터 실천
노력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어

울산불교환경연대 대표 천도 스님이 찾아오셨습니다. 황룡사도 ‘녹색사찰’ 선언을 하자는 제안이었습니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싶어 현실적인 입장을 말씀드렸습니다. 

“스님, 사실 일찍부터 녹색사찰이 되고 싶었는데 저희 절에는 무료급식을 해서 어렵지 않을까요? 떡을 나누려면 하나하나 랩으로 포장을 해야 하고 주먹밥도 호일에 싸서 줍니다. 법회 후 남는 음식이나 과일도 비닐봉지에 담아 드립니다. 북카페에서 테이크아웃 주문이 들어오면 일회용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녹색사찰 선언을 할 수 있을까요?”

천도 스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황룡사처럼 시내에 있는 사찰부터 녹색운동을 해주셔야 효과가 있습니다. 탄소 제로를 위해서 완벽하게 실천하면 좋겠지만,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운동을 하시면 됩니다. 어제보다 오늘 일회용품을 덜 쓰면 됩니다. 어제보다 오늘 쓰레기를 더 줄이면 됩니다.” 

스님이 직접 오셔서 하시는 말씀에 용기를 내서 황룡사도 녹색사찰 선언을 하게 되었습니다. 선언식 당일 천도 스님과 울산불교환경연대 봉사자들은 환경 5계와 실천 약속이 담긴 안내문을 직접 들고 오셔서 환경보살로 살아가는 길을 친절하게 인도해 주셨습니다. 환경보살로 살아가는 불자 환경 5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천지자연이 모두 연결된 우주 생명임을 알아 존중하며 모시는 삶을 살겠습니다. 둘째, 경쟁 대립하는 죽임의 삶이 아니라 서로 살리는 삶을 살겠습니다. 셋째, 많고 빠른 것보다 작고 적은 것을 추구하며 단순 소박한 삶을 살겠습니다. 넷째, 깨끗·편리함이 마음의 분별인 줄을 알아 적당히 불편한 삶을 살겠습니다. 다섯째, 물질적인 풍요보다 마음의 풍요를 추구하며 수행하고 나누는 삶을 살겠습니다.”

구체적인 실천 약속도 세웠습니다. 텀블러나 다회용 컵, 손수건 등을 늘 지녀서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장바구니를 사용해 비닐·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며, 분리배출 잘하기로 서원했습니다. 빈 그릇 운동도 빠질 수 없습니다. 에너지 절약과 재생에너지 사용하기, 기후 행동에 참여하고 후원하기 등 조금 더 신경 쓰면 충분히 지킬 수 있는 약속들이었습니다. 

녹색사찰 선언식 후 신도회의를 열어서 우리 절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회의하였습니다. 신도들도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모두 공감하였고 환경보호의 실천에도 적극적이었습니다.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라면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일회용품과 비닐·플라스틱 등을 줄이는 방법을 제시해도 국민 대부분이 실천할 것으로 생각이 듭니다. 정부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민간단체도 열심히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여야 합니다. 

녹색사찰을 어렵게만 생각했는데 신도들이 잘 따라 주니 오히려 너무 늦게 시작한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종단 차원에서도 녹색사찰 운동이 더욱 확산이 되길 바랍니다. 전국에 모든 사찰이 녹색사찰이 되어 환경보살의 삶을 살아가길 기원합니다. 

생명 멸종에 대한 경고가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남극과 북극 지역의 빙하가 빠르게 녹고 있으며 티베트나 안데스·알프스 지역의 빙하도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시베리아와 캐나다, 유럽, 인도 등에서 산불이 일어나 꺼지지 않고 있으며, 해수면 온도의 상승으로 허리케인과 태풍·사이클론은 그 규모가 몇 배나 커지고 있습니다. 
 

해마다 모든 생명의 종 중에서 0.5%씩 멸종해가고 있다고 합니다. 멸종되는 생명이 많은 것은 크나큰 위기입니다. 우리나라도 한해 500종의 동식물이 멸종되어가고 있다는데 만약 지금보다 지구 온도가 1도만 더 높아져도 지구상의 생명 중 25%가 멸종한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편하기 위해 자동차·옷·집·도로·선박·전자제품·가구 등을 다른 생명에 대한 배려 없이 써왔습니다. 그것은 공멸로 향하는 길입니다. 기후위기를 막기엔 이미 늦은 것일까요? 아닙니다. 지금부터라도 노력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고 모든 생명과 공생하며 살아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황산 스님 울산 황룡사 주지 hwangsanjigong@daum.net

[1695호 / 2023년 9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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