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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20년 전법행 “모든 삶은 영광이다”

  • 불서
  • 입력 2023.09.05 14:15
  • 호수 1695
  • 댓글 0

모든 일에는 용기가 필요해
금해 스님 지음 / 행복에너지 / 292쪽 / 2만원

절 뒷마당에 마애부처님을 새로 모시는 날, 이제 겨우 16개월 된 아기는 아장아장 걸어오더니 아직 정비되지 않은 흙바닥 위에 그대로 무릎 꿇고 절을 올렸다. 7년 전 절에서 행자생활을 했던 보살님은 짧은 수행자의 삶을 뒤로하고 결국 속퇴했지만 여전히 고운 시선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누군가는 점심 공양 때 들러서 인사 나누고, 아이들은 학교 마칠 때나, 어머니와 다툴 때도 절에 와서 스님에게 투정합니다. 저는 품 안에서 자식을 키우는 것처럼, 모두가 겪는 세월을 함께 겪습니다.”

서울 상계동에 산문을 연지 20여년, 관음선원 주지 금해 스님은 그렇게 10대의 아이들이 30대의 청년의 되고, 중년의 사업가가 팔순을 바라보는 노거사가 되는 세월을 함께 보냈다. 청춘이었던 어머니들은 할머니가 되었고, 손자, 손녀들은 어느덧 어머니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말한다. “삶이, 세월이 이렇게 짧을 줄 몰랐다”고. 

천일야화처럼 지나간 그 세월을 차곡차곡 담은 금해 스님의 기록이다. 2017년 1월부터 2021는 12월까지 5년을 꽉 채워 법보신문 연재 ‘세심청심’에 게재했던 글들이 책의 뼈대를 이룬다. 그 속에는 아이들이 성장하고, 신도들이 나이 들고, 불사가 진행되고, 신행 풍경이 변해가는 세월이 계절의 변화처럼 이어진다. 

“이 책 속에는 저의 짧은 삶과 긴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제 삶에서 행복하거나 슬프거나 마음 아팠던 이야기들, 며칠 동안 통곡했던 이야기들도 이제 여러분에게 들려드릴까 합니다. 그러나 그 이야기들은 삶의 영광이며 힘이 될 것입니다. 저에게 그랬던 것처럼.”

누구에게나 삶의 이야기가 있다. 행복과 고통의 순간이 있고 이야기와 깨달음이 있다. 그 모두에게 시선 맞추는 관세음보살님처럼 금해 스님의 글은 따뜻한 시선, 함께 호흡하는 위로로 가득하다. “걱정마, 괜찮을 거야”라는 위로와는 결이 조금 다르지만 “모든 일에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덤덤함이 더 진심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20여년 세간에서 함께 호흡하고 정진하며 때로는 함께 부대끼면서도 보통 사람들의 삶 가까이 머물러 온 한결같은 마음에서 전해지는 진실의 힘 때문이다. 책 곳곳에 실려있는 사진들도 금해 스님의 작품으로 따뜻한 시선이 가득하다. 

‘산과 계곡을 둘러싼 황금빛과 염불 소리가 끊이지 않는 꿈’을 꾸고 나서 만난 무너질 듯 작은 인법당에서 꿈속의 도량을 다시 본 금해 스님은 20여년의 세월 동안 무허가 인법당을 관세음보살이 상주하시는 도량, 관음선원으로 일궜다. 그 과정에서 만난 기도 가피와 신묘한 영험담, 관음불교대학의 신심 가득한 교육과 수행 현장, 그리고 어린이 청소년들과 함께한 행복한 시간들도 책 뒤편에 실려있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695호 / 2023년 9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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