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과 종교인구 감소로 출가자가 급격히 줄고 있다. 한 해 평균 500여명에 달하던 출가자가 최근 60명대로 주는 등 ‘출가절벽’ 시대를 맞고 있다. 이대로라면 1700년 유구한 전통을 이어오던 한국불교의 명맥마저 단절될 수 있다는 위기론이 불교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계종이 출가자 감소의 대안을 모색하고 출가자 확대를 위한 범종단적 대응방안을 준비하기 위해 ‘출가장려위원회’를 발족했다.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9월8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접견실에서 출가자 확대를 위해 출가장려위원회를 발족하고 위원들을 위촉했다. 위원장에는 조계종 교육원장을 역임한 해인사 주지 혜일 스님이, 군종특별교구장 능원, 중앙종회 교육분과위원장 덕현, 포교분과위원장 정운, 총무부장 성화, 교육원장 직무대행 지우, 미래본부 사무총장 성원, 한국불교문화사업단장 원명, 쌍계사 율감 승덕, 전국비구니회 문화포교부장 동환 스님이 위원으로 위촉됐다.
진우 스님은 “갈수록 출가자 감소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은 모든 종도들이 공감하는 내용”이라며 “현실적으로 문제해결에 어려움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위원장 혜일 스님은 교육원장 재임 당시부터 그 어떤 사업보다 출가자 확대를 종단의 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원력을 세워 왔다”며 “위원장 스님을 중심으로 위원들이 자주 만나 좋은 대안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혜일 스님은 “총무원장 스님의 뜻을 잘 받들어 위원 스님들과 잘 논의해 5년 안에 출가자가 매년 200명이 넘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위촉식 이후 출가장려위원회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대회의실에서 1차 회의를 진행했다. 첫 회의에서 교육원은 출가자 현황과 관련한 통계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출가자는 1991년 517명에 달했지만, 2000년대 들어 눈에 띄게 감소했다. 2010년 287명에 이어 2015년 204명으로 줄었고, 2020년에는 131명으로 100명대로 내려왔다. 지난해에는 그마저 무너져 61명에 불과했다. 출가에 대한 관심도 줄고 있다. 조계종이 출가에 관심 있는 이들의 정보제공을 위해 운영하는 출가상담 전화도 2020년 월평균 40건이 넘었지만, 지난해에는 20여건으로 크게 줄었다. 상담을 의뢰하는 연령층도 40~50대가 33.7%로 가장 많아 젊은 층보다 고령층에서 출가에 대한 관심이 높음을 반영했다.
출가자 감소가 이어지는 가운데 그나마 발심해 출가한 행자들이 교육을 받다 중도에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아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교육원이 2016년 행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중도 포기를 고민한 주된 이유로 남행자는 ‘교육시스템 부재’와 ‘강압적 명령’을 꼽았고, 여행자는 ‘강압적 명령’을 들었다. 사찰 내의 권위주의적 문화와 행자 교육에 대한 전문성 부족 등이 출가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교육원장 직무대행 지우 스님은 이 같은 현황을 토대로 그동안 교육원 차원에서 논의됐던 출가자 확대 방안에 대해 보고했다. 교육원은 이를 위해 △행자교육 내실화를 위한 상설행자교육원 운영 △출가자를 많이 배출한 스님에 인센티브 제공 △초·중·고·대학생들을 위한 단기출가학교 운영 △직장인들을 위한 주말 단기 출가제도 도입 △은퇴출가자를 위한 전문 수행처 설립 △청소년을 위한 쉼터 제공 △종단 내 출가전담팀 구성 △출가홍보 및 청소년들과의 소통을 위한 인스타그램 활용 △유발상좌 확대 등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정운 스님은 “위원회는 더 많은 재가자들이 출가에 관심을 갖고, 출가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고, 덕현 스님은 “종단 내에 출가전담팀부터 꾸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위원장 혜일 스님은 “첫 회의임에도 출가자를 늘리기 위한 위원 스님들의 고민을 살펴볼 수 있었다”며 “사회 변화에 따라 아무리 종교인구가 줄더라도 불교에 호의를 가진 인구가 1000만명 이상 유지될 것으로 본다. 우리가 절박한 마음으로 노력하면 이들 가운데 매년 200명 이상 출가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오늘 제기된 여러 의견들을 토대로 차기 회의에서 위원회를 어떻게 운영하고,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해 나가자”고 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696호 / 2023년 9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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