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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불수행 이강수(담연·66) - 하

기자명 법보

존재 풍성하도록 돕는 자비
실천하고자 정진 거듭할 것
염불하는 순간 그저 즐거워
모든 중생 지혜로 나아가길

월정사와 상원사 적멸보궁에 다녀온 이튿날 새벽, 잠을 자다가 갑자기 눈이 떠졌는데 누운 채로 하나의 분명한 이해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의 차이에 대한 이해였다. 좋아하는 것은 나도 미처 모르는, 본능적으로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주는 상대방의 어떤 점에 이끌리는 마음. 사랑하는 것은 어느 존재가 그 존재 자체로 건강한 모습으로 있거나 더 풍성해지는 데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려는 마음. 이것이 바로 불교의 자비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비를 실천하기 위해선 여러 준비물과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지혜로워야 하며 여기서 비롯된 방편을 활용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선과 악은 대개 인간의 기준으로 선정된 것이 많아 내가 알고 있는 진실과 도덕적 개념이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지혜로써 선과 악을 올바르게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나는 지혜롭지도 못하고, 별 능력도 없다. 그러나 부처님의 자비광명 덕에 삶에 대한 올바른 방향은 알고  있다. 

남들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이 때서야 알았다. 다만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닌, 가슴으로 알게 된 것이다. 그 순간 신비로운 환희심이 온 몸을 감쌌다. 누운 상태에서 양쪽으로 굵은 눈물이 관자놀이를 지나 귀로 흘러내렸다.

2019년 5월, 갑작스럽게 허리에 문제가 생겼다. 통증이 점점 심해지고 있었지만 그동안 아내와 국내여행조차 못한지 꽤 되었기에 모처럼 예약한 제주도 여행을 취소하고 싶지 않았다. 아내의 만류에도 여행을 강행했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은 가능했다. 다행히 방사선 치료로 인한 통증은 왼쪽다리로만 왔기 때문이다. 제주공항에서 차를 렌트해 신나게 운전했지만, 결국은 내 배낭조차 아내가 들 정도로 건강이 악화되고 말았다.

여행 2일차 새벽, 서귀포 어느 리조트에서 잠이 깬 나는 천천히 창밖을 내다보았다. 비가 왔는지 대지가 촉촉하고 수목이 더욱 싱그러웠다. 어둠이 태양빛에 흩어지며 어슴푸레 밝아오는 것을 보고 있자니 그 모든 것이 그렇게 맑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살아오면서 지금까지 한 번도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본적이 없던 것처럼 각각의 존재그대로 아름다웠고 사랑스러웠다. 만물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이 느껴졌다. 몸상태와 별개로 내 마음은 무결점의 편안함과 완전한 자유 속에 머물고 있었다.

아내가 잠에서 깨어나고, 대화를 나누면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 체험은 일시적이었지만 ‘누구나 불성(佛性)을 가지고 있다’는 가르침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된 순간이다.

이제는 불자로서 부처님 가르침에 대한 확고한 믿음으로 살아간다. 앞으로 거리낌 없이 자비를 베풀고, 지혜를 실천하는 길을 향해 끊임없이 정진해야 함을 안다. 이제 막 출발한 것이다. 

1년 7개월에 걸쳐 나무아미타불 10만 8000번 필사를 마쳤다. 동산불교대학 3층 법당 아미타부처님 앞에 그 500장을 올린 것이 제주도로 여행 가기 전이었다.

이후 매년 제6차 전국염불만일회 염불정진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어느새 5년째다. ‘신나게 힘차게 멋있게’ 염불하는 그 순간이 그저 즐겁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끊임없이 정진하면서 때때로 특이한 체험을 한다. 마치 과거의 내가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 달라진 현재의 나를 발견할 때도 있다. 그러나 주위에 미치고 있는 선한 영향력이 아직 너무나 미약하다. 모든 중생에게 아미타 부처님의 가피가 함께하길 바라며 부단히 정진 또 정진할 것이다.

오늘도 부처님 앞에 앉아 기도를 올린다. 

“모든 중생이 자유롭고, 안전하기를 발원합니다.” 
“모든 중생이 건강하고, 행복하길 발원합니다.”
“모든 중생이 자비와 지혜의 길로 나아가길 발원합니다.”

[1696호 / 2023년 9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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