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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지수화풍 4대 관찰명상

기자명 일중 스님

몸 구성 4대 물질 고찰하며 마음챙김

백정이 소 잡아 부위별 해체해
소 아닌 고기 판다고 인식하듯
4대 요소의 관찰 통해 ‘나’ 극복
존재 실상·본성 아는 지혜 형성

4념처 중에서 몸을 관찰하는 신념처(身念處) 명상은 위빠사나명상을 시작하는 출발점이자 지혜가 일어날 수 있는 중요한 토대이다. 몸은 마음에 비해서 매우 구체적이며 분명하고 거친 대상이다. 그래서 마음과 법을 관찰하는 심념처나 법념처에 비해서 신념처 수행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현재 이 순간에 현존하는데 확고한 기반을 제공한다.

신념처의 다섯 번째 명상법은 4대(四大)관찰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지수화풍 4대라는 ‘물질 요소(dhātu)들에 대한 주의집중(manasikāra)’이다. 즉 몸을 구성하는 4대 물질의 특징을 숙고하고 고찰하면서 마음챙김을 확립한다. 그리고 물질이 가진 본성(본질)을 무상·고·무아로 통찰하여 지혜를 얻고자 하는 위빠사나명상법이다. 그럼 먼저 ‘대념처경(D22)’에서 제시하는 4대관찰을 살펴보자.

“비구들이여, 비구는 이 몸을 처해진 대로, 놓여진 대로 요소(界)별로 고찰한다. ‘이 몸에는 땅의 요소, 물의 요소, 불의 요소, 바람의 요소가 있다.’고. 비구들이여, 마치 솜씨 좋은 백정이나 그 조수가 소를 잡아서 각을 뜬 다음 큰 길 네거리에 이를 벌여놓고 앉아 있는 것과 같다.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비구는 이 몸을 처해진 대로 놓여진 대로 요소[界]별로 고찰한다. ‘이 몸에는 땅의 요소, 물의 요소, 불의 요소, 바람의 요소가 있다’고.”

그렇다. 몸이 어떤 상태에 놓여있든지, 수행자는 몸에서 4대 요소를 요소별로 고찰해야 한다. 이것은 땅의 요소(地大), 물의 요소(水大), 불의 요소(火大), 바람의 요소(風大)라고. ‘땅의 요소(地大)’라고 할 때, 흙으로 된 실제 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땅이 가지고 있는 고유 성질을 가진 물질이란 뜻이다. 예를 들면 살이나 뼈, 이빨, 머리털 등은 땅의 요소들이다. 그리고 이 물질 요소들의 특징을 대상으로 관찰해야 한다.

그럼 땅의 요소가 가진 특징은 무엇인가? 단단함이나 딱딱함, 무거움이나 가벼움, 거침과 부드러움 등이 지대의 특징이다. 수행자는 몸의 감촉과 감각을 통해서 땅의 요소를 분명하게 알아차린다. 그리고 단단함이나 부드러움, 무거움을 관찰할 때, 그 현상들이 영원한지 고정되어 있는지, 아니면 미세한 차원에서 끊임없이 변화 생멸하는지 예리하게 마음챙기며 관찰해야 한다.

물의 요소를 관찰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피와 땀, 오줌 등이 물의 요소인데 그 특징은 응집력과 유동성이다. 입자들을 뭉치고 물질을 서로 붙잡게 하는 힘이 응집력이고 흐름의 특성을 가진다. 그러니까 그것을 알 수 있는 것은 몸의 감촉과 감각을 통해서이다. 이름이나 개념으로 아는 것이 아니라, 감촉 감각과 깊게 접촉하면서 있는 그대로를 명상하는 것이다. 그럼 불의 요소의 특징은 무엇인가? 따듯함이다. 따듯함의 특성이 있어 물질들이 익고 타고 늙으며, 음식들이 소화된다. 온몸에 걸쳐 불의 요소들이 퍼져있다. 그럼 바람의 요소의 특징은 무엇인가? 움직임과 팽창함, 지탱함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몸이 움직일 수 있고, 배변작용이 일어나고 호흡의 순환작용이 일어난다. 풍대 중에서도 우리가 가장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는 대상은 바로 들숨 날숨이다. 

그럼 4대 관찰 명상은 어떻게 하는가? 몸 전체에 온전하게 주의를 기울이며 요소별로 알아차린다. 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차례대로 내려오면서 몸의 부분 부분에서 요소들의 특징을 관찰할 수 있다. 그리고 행주좌와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든지 간에, 바로 그 자세 그 움직임 속에서 4대 요소들을 알아차리고 관찰하면 된다. 

백정이 소를 잡아서 안심, 등심, 다리살, 꼬리뼈 등 부위별로 해체하여 따로따로 분리한 다음 사거리에서 판매한다. 그렇게 할 때 ‘소’라는 개념은 사라지고 이런저런 고기를 판다고 인식한다. 마찬가지로 수행자도 4대 요소 관찰을 통해서 ‘나, 인간, 사람’이란 개념을 극복하고, 몸은 단지 물질 요소들 뿐이며 결합일 뿐이지 영원하고 견고한 자아가 아니라고 통찰하게 된다. 이것이 존재의 실상과 본성을 있는 그대로 아는 위빠사나 지혜, 통찰지혜이다.

일중 스님 동국대 강사 satiupekkha@hanmail.net

[1696호 / 2023년 9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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