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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영유권은 민족자존 걸린 근본적 가치다

“나라와 민족을 이 꼴로 만든 세대인 주제에 무슨 염치로 생일상을 받겠는가?”하면서 돌아가실 때까지 차려드리는 생신상을 받지 않으신 스승이 계셨다. ‘이 꼴’이라는 것은 지금 우리나라 우리 민족의 가장 아픈 상처인 분단 상황을 말하는 것임을 다시 말할 필요가 있을까? 그 스승은 그렇게 이런 우리나라 우리 민족의 상황을 단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돌리지 않고 자신을 비롯한 그 세대 모두의 책임으로 생각하고 부끄러워하였다. 그런 스승의 모습이 새삼 떠오르는 것은 요즈음 독도를 둘러싼 우리의 상황 때문이다. 혹시나 얼마 지나서는 세계 지도 위에 일본해(日本海) 가운데 다케시마[竹島]라고 표기된 지도를 보지 않을까 두렵기 때문이다. 그러한 결과가 온다면 과연 우리는 어쩔 것인가? 우리가 그 책임을 져야 하는 세대임을 통감하고, 생일상 받지 않던 스승과 같은 모습을 보일 수나 있을까 두렵기 때문이다.

독도 문제에 대한 일본과 한국의 대응 양상을 보면 우리의 걱정이 단순한 기우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 외무성은 홈페이지에서 “한국의 다케시마 점거는 국제법상 아무런 근거가 없이 행해지는 불법 점거”라고 주장하며 그러한 어떤 정당성도 없다고 주장한다. 또 일본 방위성은 2023년 방위백서에서 독도 영유권을 당당하게 주장한다. 그러한 주장의 정당성을 대내외적으로 홍보하기 위한 예산을 증액하여 3억엔(약 27억원) 정도의 예산을 배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하여 우리나라는 예산을 대폭 줄였다. 동북아역사재단의 일본의 역사왜곡 대응 연구사업 예산은 올해 20억2800만원에서 내년엔 5억3600만원으로, 73.6%(14억9200만원) 삭감됐다. 독도주권수호 예산은 25% 삭감됐다. 올해 5억1700만원에서 내년 3억8800만원으로 편성돼 1억2900만원이 깎였다. 이 얼마나 대조적인 현실인가?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그 귀결이 어찌 될 것인가? 이것 또한 윤석열 대통령이 내세우는 ‘가치 외교’의 일환인가? 만약 그렇다면 그 가치라는 것의 기준의 뿌리를 따져보아야 할 일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된 수산물 안전관리 정부정책을 홍보하는 데 10억원 가량의 예산이 투입되었다 하는데, 이러한 예산배정의 가치는 분명하게 일본과의 우호를 해치지 않는다는 방향성을 지닌다. 애초에 거의 모든 나라들이 극렬하게 비난하고 반대하는 오염수의 방출을 거의 어떤 대가도 없이 찬성한 것부터가 문제이지만, 그 뒤에도 이렇게 지속적으로 그 결정의 타당성을 홍보하기 위해서 애쓰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에 대비되는 독도의 문제에 대한 예산 삭감이 추구하는 방향은 어떤 가치 지향성을 지니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일본과의 우호를 해치지 않기 위해서인가? 그런 지향을 위해서 독도가 우리 영토라는 것을 지키고 홍보하는 것은 방해가 된다고 판단한 것인가를 묻고 싶다는 말이다. 

이 문제는 일본과의 우호와 적대를 넘어서는 근본적 가치에 관계된다. 민족적 자존감을 해치지 않고 고양하는 것은 하나의 나라와 민족으로 바로 서기 위한 근본 조건이다. 일본이라는 나라를 적대할 필요는 없다. 과거의 역사에 얽매여 현실을 그르칠 이유도 없다. 그렇지만 서로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교류하는 것이야말로 올바른 우호를 쌓아나가는 기본이다. 여기에 이상한 ‘가치 외교’가 적용될 여지는 없다. 그런데 우리가 당당하여야 할 영역에 대한 인식과 정책적 지원은 왜 이렇게 줄어들어야 하는 것인가?

독도 영유권 문제는 민족의 자존(自尊)이 걸린 근본적 가치임을 바르게 보아야 한다. 이 문제에서 흔들리면 우리의 뿌리가 흔들릴 위험성이 있고, 그 반동으로 극렬한 혐오의 역사를 써 내려가게 될 것이다. 지나친 걱정이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서리를 밟다 보면 단단한 얼음이 닥친다.”(‘주역’)는 말이 있지 않은가? ‘가치 외교’란 이름 아래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는 국가 외교의 방향성이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성태용 교수 tysung@hanmail.net

[1697호 / 2023년 9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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