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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성품의 부처자리 누구나 있다

기자명 혜민 스님

18.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

부처자리, 환히 펼쳐져 있어도
실상 못보고 법상에 집착할 뿐
본래성품은 원래 항상 있는 것
원인‧조건 따라 새로 나지 않아

송광사 구산 스님께서 일반 신도들이 오시면 종종 하셨다는 질문이 있다. 바로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 하는 물음이다. 혹자는 자기 집이나 돈이라고 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사랑하는 가족이나 지금 하는 일이라고 답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본인 건강이나 자기가 믿는 신념이라고 답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 종류의 답이 나오면 구산 스님께서는 아무리 소중하다고 여기는 것이라도, 우리의 마음이 일단 없다면 그 존재가 귀한지 알지도 느끼지도 못하기 때문에 사실 그 어떤 것들보다 더 소중한 것은 먼저 마음이지 않겠냐고 반문하셨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마음이 애초에 없다면 아무리 좋고 귀한 것이라고 해도 경험 자체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존귀한 대상이 존재하는지 아예 모를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질문을 한 가지 던지고 싶다. 만약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이 있어 그것을 아무도 못 찾게 아주 비밀스러운 곳에 숨기고 싶다고 하면 어디다 숨기겠는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유럽의 어느 은행 금고나 사람들이 잘 모르는 외딴 동굴에 숨긴다고 해도 그 위치만 알면 누구든 찾을 수 있게 된다. 즉 어떤 특정 장소에 숨기는 것은 그리 안전한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디에다 숨기는 것이 가장 좋을까? 그것은 바로 우리 눈 앞이다. 태어났을 때부터 귀한 보물을 항상 펼쳐 놓으면 누구도 그것이 귀한 보물인지 알아보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빼앗기지 않게 된다. 즉, 가장 숨기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것을 만천하에 처음부터 드러내 놓는 것이 가장 안전하게 숨기는 일이 된다. 

‘법화경’의 ‘여래수량품’에 보면 석가모니부처님께서 미륵보살님을 비롯한 많은 대중들에게 여래의 비밀스럽고도 신통한 힘을 지금부터 이야기해 줄 테니 자세히 듣고 믿으라는 부분이 나온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을 부처님의 비밀스러우면서도 신통한 힘이라고 하셨을까? 비밀이라고 하면 정말로 어떤 특별한 비밀이 따로 있다는 것을 말씀하신 것일까? 신통이라고 하면 남의 마음을 읽고, 전생을 보며, 하늘을 날아다니는 그런 특별한 능력을 말하는 것일까? 위의 두 질문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바로 우리 구도자들이 가장 귀중하다고 여기면서 찾고 다니는 자신의 본래성품, 부처자리다. 이는 어느 곳에 따로 비밀스럽게 위치한 것이 아니고 바로 우리 눈 앞에 숨김없이 환하게 펼쳐져 있다. 너무나도 단순하고, 분명하고, 생각할 필요 없이 바로 직접적인 눈앞의 실상 그대로를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실상을 바로 보지 못하고 다른 어떤 특별한 깨달음의 경험이나 비밀스런 진리가 따로 있을 것이라고 상상을 하면서 그 법상에 집착을 한다. 절대로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특별한 비밀이나 범상치 않은 신통이라고 하면 전에 없었던 것이 새로 생겨난 것이다. 이것은 시작점과 끝나는 점이 있는 무상한 경계 체험인 것이고 차별이 있는 것이다. 진정한 본래성품이라면 원래부터 항상 있었던 것을 말하는 것이지 어떤 원인과 조건에 따라 새로 태어난 것이 아니다. 

더불어 진정으로 귀하고도 특별하려면 모두에게 평등하게 주어진 성품을 말하는 것이지 누구에겐 있고 누구에겐 없는 것이 아니다. 누구에겐 있고 누구에겐 없는 것은 사실 특별하거나 대단하지 않다. 왜냐하면 우리가 사는 모양의 세계가 바로 차별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키가 큰 사람도 있고 작은 사람도 있고, 크게 성공한 사람이 있고 성공 못한 사람도 있다. 항상 이런 차별에 익숙한 우리에게 정말로 특별하려면 모두에게 하나로 평등하게 주어진 것이어야만 한다. 이미 평등하게 주어져 있기에 어쩌면 너무 평범해서 그 가치를 몰라보는 것이 바로 본래성품이고 부처자리이다. 

그렇다면 모든 중생에게 똑같이 평등하게 주어진 그것은 무엇인가? 바로 밖에서 새소리가 나면 새소리가 난다는 것을 알고, 배가 고프면 배고프다는 것을 아무런 노력 없이 바로 아는 우리의 마음이다. 이런 저런 생각, 느낌, 감각의 대상은 계속해서 변화하지만 그런 것들이 일어났다 사라지는 것을 그냥 바로 아는 마음의 본래성품은 모양이 없기에 변하지도 않고 물들지도 않는다. 어떤 경험이 일어나도 우리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것이지 이 마음 밖을 나가 본적이 없다. 특별하지 않지만 모두에게 있는 마음 하나에서 온 세상이 지금 드러난다. 

혜민 스님 godamtemple@gmail.com

[1697호 / 2023년 9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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