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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막고굴 제148굴 천수천안관음경변

기자명 오동환

중생 고액 무량하니 부처 출현도 무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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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중생 이롭도록 천수천안 구족하겠다” 서원의 화현
현세 중시한 중국 전통 맞물려 계층 막론한 신앙 대상으로
148굴 관음상·열반상 함께 모신 건 우연 아닌 의도된 구성

막고굴 제148굴 천수천안관음경변(부분). 전체 경변에는 천수관음의 양측에 보살, 천신, 신장, 용왕 등 20존의 권속이 호위하고 있다.

“한량없는 중생이 마땅히 열반에 들 것이로되, 결핍된 것이 있어서 그 마음을 방해하고 어지럽히기 때문에 얻지 못한다.”(‘대반열반경’)

부처님께서는 온갖 필요한 물건을 요구하는 비구의 청을 들어주면서 위와 같이 말씀하셨다. 그 비구는 마침내 아라한의 도를 깨달았다.

당 대력11년(776)에 조성된 막고굴 제148굴은 서벽에 주존으로 열반상을 모셨다. 그리고 남벽과 북벽에도 감실을 열고 각각 여의륜관음보살상과 불공견색보살상을 안치하였다. 이와 같은 구성은 돈황석굴에서 최초로 밀교사상을 주제로 한 석굴이 등장하였음을 알리는 것이자, 돈황의 밀교신앙이 본격적으로 발전하는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신호이다. 

동벽에 난 입구 상단에는 다소 기이하지만 익숙한 보살상이 그려졌다. 보살은 연못에서 피어난 연꽃의 대좌 위에 가부좌한 채, 이마에 제3의 눈을 갖추고, 머리에 쓴 보관에는 입상(立像) 화불이 자리하고 있다. 보살의 형상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보살이 구족한 여러 쌍의 손이다. 각각의 손은 합장을 하거나, 아미타정인·촉지인·설법인·여원인 등의 수인을 취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손에는 연꽃·금강저·경전·정병·버들가지·마니보주·옥환·발우·발절라 등등의 다양한 지물(持物)을 쥐고 있으며, 어떤 손에는 화불·해·달·궁전 등을 받치고 있기도 하고, 심지어 창·방패·도끼·활 등과 같은 무기들도 쥐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지물을 든 팔들 뒤에는 검게 퇴색한 원형이 마치 보살의 신광(身光)처럼 둘러싸고 있는데, 세세히 살펴보면 무수한 손들이 빼곡히 채워져서 사방을 향하고 있다. 또 보살의 손바닥을 보면 저마다 눈이 열려 있어 사방을 응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도상적 특징은 이 보살이 천 개의 손과 천 개의 눈을 구족하고 중생을 온갖 고통과 재액으로부터 구호한다는 천수천안관음보살(이하 ‘천수관음’)임을 알려준다.

천수관음은 경전의 핵심인 다라니의 호지자로서, “만일 내가 오는 세상에 모든 중생을 이롭고 즐겁게 할 수 있다면 당장 나의 몸에 천수 천안이 구족됨이 있으리라”는 관세음보살의 서원에 따라 화현한 몸이다. 천수관음은 ‘마원(魔怨)을 굴복시키는 신령한 자취’로서, 현세의 안락을 중시하는 중국의 전통문화와 맞물려 계층을 막론한 신앙의 대상이 되었다. 천수관음 신앙이 중국에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것은 7세기 중반 지통(智通)의 ‘천안천비관음보살다리니신주경’과 가범달마(伽梵達摩)의 ‘천수천안관세음보살광대원만무애대비심다라니경’이 잇따라 역출된 이후이다. 그 외에도 보리류지, 선무외, 금강지, 불공 등 여러 밀교승들에 의해 관련 경전 및 의궤가 한역되었고, 이와 함께 천수관음상도 세간에 유포되었다. 지통본에 의하면, 중천축의 구다제바 스님이 당 고조에게 경의 범본과 함께 천수관음상을 진상하였지만, 황제가 반기지 않았다. 나중에 지통이 역경을 완수하고 천수관음상을 측천무후에게 진상하였다. 여황제는 이 상을 모본으로 자수나 회화의 형식으로 천하에 유포하였다. 천수관음 신앙과 조상(造像)의 성행은 돈황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148굴 천수관음경변이 출현한 이후 원대에 이르기까지 6세기 동안 70여 건의 변상이 조성될 정도로 천수관음에 대한 신앙이 식을 줄 몰랐다. 

이제 다시 148굴의 천수관음상을 경전과 대조하여 살펴보자. 지통본은 상을 그리는 법에 대해 “보살신은 단금으로 칠하되, 얼굴에 세 개의 눈을 그리고, 천 개의 팔을 그리며, 각각의 손바닥에 눈을 하나씩 그린다”라고 명시하였다. 148굴 경변에서 표현된 눈과 팔은 이에 근거한 것이다. 그렇다면 보살이 들고 있는 수십 가지의 지물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가범달마본은 갖가지 소원하는 바의 종류에 따라 여의주수진언·견색수진언·보발수진언·금강저수진언 등 총 40가지의 수진언(手眞言)을 소개하고 있다. 보살의 지물은 곧 이 40수법(手法)을 시각화한 것이다. 경문에서는 이 40수법이 천 가지 수진언의 일부일 뿐이라고 설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저마다 다른 지물들은 중생마다 각기 다른 고난에 호응하는 보살의 방편을 의미한다. 지통은 범본(梵本)을 근거로 천수관음상에서 손과 눈의 수의 많고 적음이 중요하지 않다고 주석하였는데, 이러한 단서(但書)들은 돈황석굴에서 경우에 따라 천수관음상의 손의 수, 지물의 수와 종류, 심지어 보살의 얼굴 수가 다양하게 표현되는 이유를 가늠케 한다. 

통상 보살이 보관에 부처님을 모신 것은 다음 생에 결정코 성불하리라는 일생보처의 수기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천수관음 경전에서는 “이 관세음보살의 불가사의한 위신력은 과거 무량한 아승기 겁 전에 이미 성불하여 호를 정법명여래라 하였으나, 대비원력 때문에 모든 중생을 안락하게 성취시키고자 하여 보살로 나타난 것”(가범달마본)이라 하여, 관음보살이 불신(佛身)의 변현(變現)임을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보관의 불타는 ‘보살의 미래’가 아닌, ‘보살의 현재’를 밝히는 표식으로 읽을 수 있다. 

‘법화경’ 보문품에서 밝힌 관세음보살의 대자대비한 위신력은 천수관음에서 극대화된다. 보살이 천 개의 눈과 천 개의 손을 구족한 것은 천 명의 중생이 있고 천 가지 고액이 있기 때문이다. 지통본에서 주석하기를, 보살이 과거 비바시불(毗婆尸佛)이었을 때, “천 개의 눈에서 각각 하나의 부처가 나와 이로써 현겁의 천불을 삼고, 천 개의 팔에서는 각각 하나의 전륜성왕이 나와 제일의 항마신(降魔身)으로 삼았다”고 하였다. 천수천안은 중생에 호응하여 구족된 것이므로, 만약 중생의 수가 무량하다면 무량한 눈에서 무량한 부처가 출현할 것이다. 일천의 중생에서 일천의 부처가 나고, 일천의 고액에서 일천의 깨달음을 얻는다. 148굴에 천수관음과 열반상이 함께 모셔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오동환 중국 섬서사범대 박사과정 duggy11@naver.com

[1697호 / 2023년 9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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