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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수행이론의 총망라(69)-깨친 이의 능력; 각론 ④

열 가지 법을 닦아 화 다스리기

열 가지 법 부지런히 닦으면
청정함과 지혜를 갖추게 돼
중생 속으로 들어갈 수 있어
묘한 마음‧교묘한 지혜 생겨

보살에게 성내는 마음을 일으키는 것보다 더 큰 과실은 보지 못했다고 보현보살이 화엄 회상의 여러 대중에게 발표한다. 이어서 성내는 마음을 다스리려면, ⑴열 가지 법을 부지런히 닦고[勤修], ⑵열 가지 청청함[淸淨]을 구족하고, ⑶열 가지 광대한 지혜[廣大智]를 구족하고, ⑷열 가지로 중생 속으로 두루 들어가고[普入], ⑸열 가지 묘한 마음 먹기[勝妙]를 하고, ⑹열 가지 교묘한 지혜[善巧]를 내야 한다고 한다. 

위에서 괄호에 한문을 넣었는데, 경학자들은 이렇게 이름을 붙여 내용을 외운다. 독자 여러분도 기왕에 경학(經學)에 초대되었으니 외워두시길 권한다. 기왕이면 ⑴~⑹의 관계에 대해서도 알아두면 좋다. 청량 국사는 이 여섯의 관계를 ⑴이 시작이고 나머지 ⑵, ⑶, ⑷, ⑸, ⑹은 결과라고 한다. ⑵, ⑶, ⑷, ⑸, ⑹의 관계도 중층적으로 연결된다고 경학자들은 해석한다. 즉, 일다(一多)의 상즉상입(相卽相入) 논리를 활용해서 말이다. 

성내는 마음을 다스리는 첫 시작인 ⑴의 내용을 ‘한글대장경’ 운허 스님의 번역을 인용하여 함께 읽어보기로 한다.

“그러므로 보살마하살이 모든 보살의 행을 빨리 만족하려거든 열 가지 법을 부지런히 닦아야 하나니, 무엇이 열인가. ①이른바 마음에 일체 중생을 버리지 않음과 ②여러 보살에게 여래라는 생각을 내는 것과 ③일체 불법을 영원히 비방하지 않음과 ④모든 국토가 다하지 아니함을 아는 일과 ⑤보살의 행에 믿고 좋아함을 내는 일과 ⑥평등한 허공 법계 같은 보리심을 버리지 않음과 ⑦보리를 관찰하여 여래의 힘에 들어감과 ⑧걸림 없는 변재를 부지런히 익힘과 ⑨중생 교화에 고달픔이 없음과 ⑩일체 세계에 머무르되 마음에 집착이 없음이니, 이것이 열입니다.”

이상의 열 가지 내용은 한글 번역만 읽어도 어떻게 닦아야 할지 가늠할 수 있지만, ②는 좀 애매하다. 한문을 보면 좀 해결될까? “어제보살생여래상(於諸菩薩生如來想)”이다. 우리가 보살을 대할 때, 그분들이야말로 여래의 심부름꾼[如來使] 또는 현신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이상의 열 가지 부지런히 닦음[勤修]에 대해서도 경학에서는 분석적으로 읽어간다. 열 가지를 둘씩 짝지어 다섯 겹으로 묶는다. ①과 ②는 사람을 기준으로 잡은 수행으로, 겸허히 하고 공경하는 수행이다. 즉, 아래로 중생에게 겸허한 마음을 가지고 위로 부처님께는 공경한 마음을 낸다. ③과 ④는 가르침을 기준 잡은 수행으로, 불법의 원리 순응하고 세상 이치를 제대로 아는 수행이다. ⑤와 ⑥은 마음 씀씀이를 기준 잡은 수행으로, 드넓은 마음으로 두루 수행하여 굳건히 지켜가는 수행이다. ⑦과 ⑧은 지혜를 기준 잡은 수행으로, 안으로는 부처님께서 체험하신 지혜에 들어가며, 밖으로는 뛰어난 논증과 언론을 구사하여 중생에게 전법하는 수행이다. ⑨와 ⑩은 자비와 서원을 기준 잡은 수행으로, 중생이 끝이 없으니 보살의 보살행도 끝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읽어가는 게 소위 경학의 독서법이다. 이렇게 ⑴열 가지 법을 부지런히 닦으면[勤修], ⑵열 가지 청청함[淸淨]을 구족된다. 나아가 ⑴과 ⑵의 수행이 이루어지면, ⑶열 가지 광대한 지혜[廣大智]를 갖추어진다. 다시 나아가 ⑴과 ⑵와 ⑶의 수행이 갖추어지면, ⑷열 가지로 중생 속으로 두루 들어가는[普入] 수행의 결과를 얻게 된다. 다시 ⑴과 ⑵와 ⑶과 ⑷의 수행이 갖추어지면, ⑸열 가지 묘한 마음 먹기[勝妙]가 된다. ⑴과 ⑵와 ⑶과 ⑷와 ⑸의 원인으로 결과적으로 ⑹열 가지 교묘한 지혜[善巧]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렇게 중층적인 ‘인-과’의 연결 고리로 자리이타의 수행을 엮어가는 것이 ‘화엄경’ 구성작가의 솜씨이다.

독자들은 상기하시기 바란다. <79>회 연재에서 필자가 말한, “본래부터 중생이 간직한 보살행과 불성이 드러난다”라는 말, 또 “수행하여 번뇌를 제거하여 (본래 가지고 있던 능력) 드러냄[修顯]”이라는 말이다. ⑴에서 ⑹에 이르는 수행을 하면, 누구나 보살행이 드러나고 부처 마음이 발현된다는 것이다. 그게 보살불교를 자처하는 출가 불자건 재가 불자건 제대로 사는 길이란다.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 ananda@yonsei.ac.kr

[1697호 / 2023년 9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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