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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수행 고태현(덕명·48) - 상

기자명 법보

부모 손 이끌려 찾은 사찰서
108배 도전하며 불법 인연
불광사 청소년법회 찾아가
‘덕명’ 법명 받고 본격 정진

불교와의 첫 인연은 아홉 살 때다.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종로구에 있는 ‘관음사’라는 작은 암자에 갔던 기억이다. 어른들이 부처님께 절을 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저렇게 절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무작정 108배에 도전했다. 그런데 절을 하는 것이 어렵기도 하고, 절을 잘 못하는 것이 부끄럽기도 해서 어른들이 모두 공양하러 가셨을 때 몰래 법당에서 아무도 모르게 절을 연습했다. 막상 시작하니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못할 것도 없었다. 부처님 앞에서 절을 하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다.

법당의 기도문 중에서 우연히 보게 된 문구가 기억에 남는다. ‘모든 이를 살리는 이 몸이 되겠다’는 그 글씨에 “저는 모든 이를 살리는 이 몸이 되겠다”고 소원하며 절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소원이 이뤄질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보단 부처님께 절을 올리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다.

내가 절하는 것을 유심히 지켜보신 보살님 한 분이 계셨다. 땀에 흠뻑 젖어 쉬고 있는데, 그 보살님은 무엇이 신기했던지 “꼬마가 108배를 했다”고 난리법석이었다. 나는 부끄러워서 법당 밖으로 뛰쳐나갔다. 민망한 마음에 그 절에선 다시 절할 수가 없었지만, 틈틈이 집에서 혼자 조용히 부처님께 절을 올리며 불법과의 인연에 감사드렸다.

절 수행을 시작한 내게 심적으로 큰 변화가 일어난 사건이 있었다. 절에는 다니고 싶었지만 집과 가까운 절이 없었고, 그렇다고 멀리 다니기엔 너무 어린 나이였다. 방황하고 있을 때 관악구에서 송파구로 이사를 갔다. 이사한 동네에는 아주 큰 절이 있었다. 조그만 절에 다니다가 거대한 절을 보니 선뜻 들어가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몇날 며칠을 앞에서 배회하기만 했다.

중학생이 되었을 때 용기를 내어 큰 유리문을 열고 들어갔다. 다행히 청소년 법회가 열리고 있어 어린이가 드나들어도 눈에 띄지 않았다. 그렇게 불광사에서 본격적인 신행 생활을 시작했다. 

법회가 끝나면 혼자 조용히 절을 할 수 있었고, 동네라서 틈틈이 찾아가기도 부담이 없었다. 마음이 힘들 때는 절 앞에서 합장만 하고 와도 마음이 편안했다. 청소년 법회보단 일반 법회에 더 자주 참석했다. 

청소년 법회는 친구들과 활동하는 것이 중심이었지만 일반 법회는 예불 드리고 큰스님 법문을 자주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2년이 지나 광덕 스님께 첫 수계와 ‘덕명’이라는 법명을 받았다. 아직 중학생이었기에 주민등록증이 없었지만 ‘수계증’을 받으니 마치 부처님 제자로 인증 받은 것 같아 뿌듯하고 스스로 어른스러워진 것 같았다. 

그때 들은 법문이 있는데, 그 법문은 내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일체 모든 일에 앞서 기도를 세우고 해라.”

스님께서는 늘 ‘마하반야바라밀’을 행하라고 신신당부했다. 기도를 앞에 세우라는 가르침은 금방 이해가 됐지만, ‘마하반야바라밀’을 행하라는 가르침은 이해되지 않았다. 그저 마음에 담아두고 우선 기도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에서 시련이 닥쳐올 때마다 기도로써 정면 돌파하고 꿋꿋하게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그때 광덕 큰스님께서 말씀해주신 기도수행 법문이 큰 힘이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절만 할 것이 아니라 본격적인 기도를 해봐야겠는 생각에 10년 계획을 세우고 관음기도에 매진해 보았다. ‘관음경’을 매일 읽고, ‘관세음보살’ 염불 수행에 매진해 보았다. 그렇게 10년의 세월이 채워질 때쯤 새로운 경험을 하기 시작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 보이고,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전에는 어렵다고 느껴졌던 경전들이 술술 읽히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삶을 살아가는 동안 큰 풍파를 만나고, 가까운 사람의 죽음도 겪게 되면서 방황하기 시작했다. 30대가 된 나는 영화 만드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었다. 어릴적 영화 보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커서 꼭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하겠다는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1697호 / 2023년 9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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