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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수행 고태현(덕명·48) - 하

기자명 법보

‘죽음 앞둔 순간’에 대한 의문
‘니까야’ 읽고 답답함 해소돼
매일 예불하니 마음 맑아져
정법 알려준 부처님께 감사

그런데 문득 지금 하는 일은 내가 정말 원해서 시작했지만, 이 일을 하다가 내일 죽으면 나는 무엇이 남을지 의문이 들었다. “좋은 작품이 나오면 나는 만족스러울까” “유명해지면 나는 그 명성에 만족할 수 있을까” 수없이 고민해 봐도 내게 떠오르는 답은 “전부 아니다”였다. 늘 기도와 수행 속에서도 영화 이외에는 다른 일을 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죽음을 생각해보니 모든 관점이 뒤집어지기 시작했다. “만약 내일 당장 죽는다면 나는 오늘 무엇을 해야 할까”

‘금강경’ ‘화엄경’을 읽어보고 ‘아미타경’도 읽어봤지만 의문은 해결되지 않았다. 그동안 기도를 헛으로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오랜 방황 속에 불혹에 접어들 즈음 우연히 명상을 알게 됐다. 그 길로 동국대에 입학해 선학과 대학원 과정을 밟았다. 

선학을 공부해보니 이번에는 깨달음이라는 장벽에 가로막혔다. “깨달으면 내일 죽어도 괜찮을까” 내게 돌아온 대답은 “글쎄”였다. 더욱 혼미해졌다. 그렇지만 불교 공부를 하면 할수록 “부처님의 정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간절해졌다. 조사선, 간화선, 묵조선, 여러 가지 명상, 불교 이론들을 배워가며 대학원 과정을 마칠 쯤에 ‘니까야’를 만났다. 

‘니까야’를 보니 기존에 보았던 경전과는 다르게 부처님의 가르침이 자세하게 남겨져 있었다. 이렇게 명확한 가르침이 살아 있다는 것에 얼마나 감사하고 또 감사했던지, 곧장 ‘니까야’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니까야’를 읽으면서 그동안의 풀리지 않았던 모든 의문이 풀리기 시작했다. 불교 수행의 시작과 끝은 ‘오계’를 지니고 ‘삼보’에 귀의하는 것임을 알게 됐다. 또 ‘니까야’를 통해 방황의 종지부를 찍고, “내가 내일 죽으면 오늘 뭐하지”에 대한 해답을 찾았다. 내가 이번 생에 불자로써 해야 할 일은 대단한 깨달음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불자로써 지켜야 할 ‘계’를 지니고, ‘삼보’에 귀의하고, 그리고 복덕을 쌓는 것임을 명확히 알게 됐다. 그리고 이것이 ‘마하반야바라밀’을 행하는 것임을 알게 됐다. 

‘계’를 지키는 것과 ‘계’를 지니는 것은 다른 차원이라는 것도 알았다. ‘계’를 지니는 것은 ‘계’를 몸에 지녀서 ‘계’와 한 몸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삼보’의 귀의는 거룩한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 그리고 가르침을 따르는 분들에게 귀의하는 것이다. ‘삼보’에 귀의하고 ‘계’를 지니게 되면서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던 모든 행동과 생각들을 고쳐나가게 됐다.  

부처님의 명상법은 예불로 시작해서 예불로 마무리 된다는 사실도 명확히 알게 됐다. 부처님 수행법의 핵심이자 기본은 ‘오계’를 지니고 ‘삼보’에 귀의하는 것이므로 매일 예불을 드리는 것을 지켜나가니 일상이 정돈되고 생각이 맑아지고, 마음이 밝아지는 것을 느꼈다.

또 불자라면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지, ‘마하반야바리밀’이 무엇인지, 가르침이 무엇인지…. 방황했던 긴 세월,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홉 살의 불법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라 수많은 가피였음을 알게 됐다. 이제야 명확해졌다. 

“오늘 계를 지니고 부처님께 예불 올리면 나는 오늘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을 다 한 것이다.”
절 수행과 기도를 통해 얻게 된 ‘계’를 되새기며 예불을 올리는 것은 내게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이렇게 뚜렷한 가르침, 정법의 길을 만나게 해주신 지난날의 가피에 깊이 감사드리며, 불자의 삶을 이어나갈 수 있게 해주심에 오늘도, 내일도 감사드리고 또 감사드린다.    

‘법화삼매참법’ 지송으로 다겁생 업장 소멸을 발원하며 글을 줄인다. 

“나모 따사 바가와또 아라하또 삼마 삼붓다싸. 붓당 사라낭 갓차미. 담망 사라낭 갓차미. 상강 사라낭 갓차미. 완전한 깨달음을 성취하신, 아라한이시며 세존이신 오직 한 분, 부처님께 예경 올립니다.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가르침에 귀의합니다. 승가에귀의합니다.”

[1698호 / 2023년 9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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