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외환위기로 경제가 폭락했던 시절, 귀농(歸農)이 반짝 인기를 끈 적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고 삶이 나락으로 떨어지자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이 아마도 두고 온 고향이었을 것이다. 상처 입은 사람들은 귀농을 통해 마음과 몸을 치유하고 삶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얻을 수 있었다.
중앙일보 종교 담당 대기자였던 이은윤 선생은 코로나19로 세상이 온통 암흑으로 변하자 시골에 칩거했다. 고향 집에 내려가 자연과 벗하면서 고전을 읽고 농사를 짓는 전원생활에 묻혀 살았다. 책은 전원생활 틈틈이 사색과 사유를 통해 건져 올린 고품격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책에서 번쇄한 세간을 떠나 자연에 깃들어 살았던 은사들의 문화와 심미관, 그리고 자연관을 담았다. 불교와 도교, 유가 등 3대 동양사상을 아우르며 하루를 영겁의 시간으로 승화시켰던 은사들의 삶을 통해 버리고 비움으로써 채우는 절대 자유의 세계를 이야기한다. 동아시아 은사들의 높은 도덕성과 적게 가지고도 만족하는 삶은 새로운 문명사적 변혁에 훌륭한 본보기가 될 것이다.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698호 / 2023년 9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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