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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을 넘어 보살의 지혜를 얻다

  • 불서
  • 입력 2023.09.29 17:47
  • 수정 2023.09.29 17:50
  • 호수 1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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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롤모델 유마경
정운 스님 지음 / 불교시대사 / 360쪽 / 2만5000원

대승불교의 서막을 연 사자후
출재가 벽 넘어선 깨달음 제시
해제 통해 불교사적 의미 담아
영원한 재가불자들의 롤 모델

석가모니 부처님 외에 재가불자가 설주(說主)가 되는 대표적 경전으로 두 권이 꼽힌다. ‘유마경(維摩經)’과 ‘승만경(勝鬘經)’이다. ‘유마경’은 재가 거사가, ‘승만경’은 재가 여성이 설주인 매우 독특한 경전이다. 두 경전 모두 대승불교의 꽃으로 불리며 출재가의 경계를 넘어선 차별 없는 깨달음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유마경’은 대승불교에 있어 의미가 남다르다. 출가중심주의와 개인의 해탈을 중시하는 초기불교의 한계를 지적하며 반야(般若)와 공(空), 불이사상(不二思想)을 통해 보살의 삶을 지향하는 대승불교의 첫 출발을 알리는 사자후였기 때문이다. ‘유마경’의 주인공 유마힐 거사는 불이사상의 가르침을 통해 출가와 재가, 너와 나의 구별이 사라진 절대 평등의 세계가 바로 열반이라고 역설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실천으로 중생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해소하는 보살의 길을 역설했다.

“아득히 먼 과거부터 생사를 거치면서 중생이 병들었기에 나도 따라서 병이 든 것입니다. 그러니 중생이 치유된다면 나도 따라서 치유될 것입니다. 만약 중생이 이 병과 고통을 벗어난다면 모든 보살들도 다시는 병이 없게 됩니다. 자식이 병들면 부모도 병들고 자식이 나으면 부모도 낫습니다. 보살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생이 아프면 보살도 병들고 중생이 나으면 보살도 낫습니다.” 

“중생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는 한 줄의 사자후로 요약되는 ‘유마경’의 핵심 가르침은 초기불교와 다른 뭇 중생과 함께 열반으로 나아가는 대승불교의 요체를 웅변하고 있다.

‘유마경’의 본 이름은 ‘유마힐소설경’이다. 유마힐 거사가 체득한 불가사의한 해탈법문을 담고 있다는 의미에서 ‘불가사의해탈경’이라고도 한다. 유마힐 거사가 병이 들었다는 소식을 듣고 문수보살이 병문안을 오자, 이를 계기로 나눈 대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수보살이 묻고 유마힐 거사가 깨친 바를 드러내는 형식이다.

‘내 인생의 롤 모델’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대승불전연구소 소장으로 운문사 명성 스님으로부터 전강을 받았으며, 조계종의 교육과 연구를 전담하는 교육아사리 정운 스님의 작품이다. 스님은 현재 동국대와 중앙승가대에서 강의 중이다.

경전은 아무리 잘 풀어써도 특출난 변별력을 갖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 책은 유달리 이해가 쉽고 읽기에 편하다. 오랜 강의를 통해 쌓아올린 정운 스님의 공력일 것이다. 특히 마지막 부록처럼 더한 ‘해제’는 이 책의 백미다. ‘유마경’의 특징부터 이해, 성립 배경, 불교사적 위치, 끼친 영향, ‘유마경’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사람들, 선사상에 미친 영향, 개요 및 줄거리. 용어해설 등 60여 쪽 분량에 ‘유마경’ 가르침의 골수는 물론 불교사적 의미까지 폭넓게 담아내 이해의 폭을 넓혔다.

중국에서 ‘유마경’이 역경 된 이후 재가불자들의 롤 모델은 단연코 유마힐 거사였다. 선사들 또한 ‘유마경’을 통해 새로운 선의 경지를 열었다. ‘내 인생의 롤 모델’이라는 부제처럼 직접 손에 책을 들고 펼치는 인연과 맞닿게 된다면 유마힐 거사의 가르침이 우리를 끊임없이 보살이 삶 속으로 잡아끌게 될 것이다.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698호 / 2023년 9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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