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컨테이너 벨트에 팔 잃고 두 딸 생각에 눈물만

  • 상생
  • 입력 2023.10.10 09:24
  • 수정 2023.10.10 09:31
  • 호수 1699
  • 댓글 0

‘코리안드림’ 태국인 우사씨
공장에서 일하다 오른팔 잃어
사고 트라우마 등 후유증 심각
재활치료·의수제작비도 걱정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범한 날이었다. 올해 6월30일 오전 7시, 공장에 출근한 태국 이주노동자 우사(31)씨는 돼지고기를 기계에 하나하나 넣어 잘게 다지기 시작했다. 휴일을 하루 앞뒀기에 한 주를 빨리 마무리하려는 생각뿐이었다. 컨테이너 벨트를 따라 가공된 첫 번째 돼지고기가 나왔다. 두 번째 고기를 넣는 순간, 그만 장갑이 기계에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으드드득” 뼈가 갈리는 끔찍한 고통이 몸을 뒤덮었다. 우사씨는 비명을 내질렀지만, 이른 시간 공장에 출근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결국 팔이 반이나 잘린 뒤에야 기계가 멈췄다. 사방이 피투성이였다. 

“응급실에 실려 가면서 고통에 못 이겨 끊임없이 비명을 질렀어요. 내 입에서 나오는 건지도 몰랐어요. 중간 중간 혼절을 했는지 자세히 기억나지 않아요. 진통제도 수없이 먹었어요. 봉합 수술을 받고 병실에 누워서 잠깐 잠들었어요. 일어나서 오른쪽을 보니 아무 것도 없는 거예요. 도저히 믿기지 않았습니다.”

팔을 이어붙이는 건 불가능했다. 형체도 없이 망가졌기에 팔을 더 잘라 봉합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앞으로 평생 외팔로 살아가야 한다. 더 이상 공장에서 일할 수도 없다. 우사씨의 코리안 드림은 3년 만에 그렇게 저물어갔다. 

고향에서 남편 통씨와 어린 나이에  결혼한 우사씨는 두 딸을 낳고 쌀농사를 짓는 부모님과 함께 가난하지만 화목하게 살았다. 자식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가장 큰 낙이었다. 풍요롭진 못했지만 두 딸이 항상 웃을 수 있도록 갖은 노력을 다했다. 시간이 흘러 자식들이 어느새 중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됐다. 좋은 형편을 마련해주지 못해 항상 미안한 마음이었다. 자식들을 부모님께 맡기고 컴퓨터 부품 공장에 취직했다. 새벽에 출근해 밤늦도록 일했다. 야근도 마다하지 않았다. 기관지가 상하고 어깨가 쑤셨지만, 아이들이 좋은 학용품으로 공부하는 모습을 떠올리면 힘이 솟았다.

그럼에도 벌이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하루종일 일해도 400여밧, 한국 돈 2만원을 넘기지 못했다. 자연스레 눈길은 한국으로 향했다. 

“남편과 저는 젊어요. 제가 첫 아이를 낳을 때가 16살이었거든요. 아직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나이잖아요. 남편이랑 많은 얘기를 나눴어요. 오랜 고심 끝에 한국에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아이들은 부모님이 잘 돌봐주고 있었으니까요.”

남편과 함께 2020년 한국에 도착한 우사씨는 곧바로 공장에 취업해 3년 동안 쉬지 않고 일했다. 몸은 고됐지만 가족과 함께 할 날만을 고대하며 견뎠다. 그러나 갑작스런 사고로 그의 희망은 수포로 돌아갔다. 남편 통씨는 “아내가 다친 것을 안 딸들이 고향에서 매일같이 울고 있다고 한다”며 “딸들을 두고 온 것이 후회된다. 아내가 치료를 마치는 날만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우사씨는 현재 김포시외국인주민지원센터에서 도움을 받아 지내고 있다. 팔을 내려다보면 앞날에 대한 걱정에 마음이 덜컥 내려앉는다. 팔이 빨려 들어가던 순간의 트라우마로 한동안 악몽에 시달리기도 한다.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상황이다. 병원비는 커녕 당장 생활비도 부족하다. 사정을 안 공장 사장이 1800여만원에 달하는 병원비를 지원해줘 한시름 놓았지만, 매번 나가는 재활치료비와  의수 제작 등을 생각하면 막막하기만 하다. 우사씨 가족이 아픔을 딛고 두 딸과 재회할 수 있도록 불자들의 자비 온정이 절실하다. 

모금계좌 농협 301-0189-0356-51 (사)일일시호일. 070-4707-1080

고민규 기자 mingg@beopbo.com

[1699호 / 2023년 10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