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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사 흥망성쇠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생로병사·성주괴공·생주이멸은 불교의 역사관이다. 이 법칙에 의한다면 불교 또한 예외일 수 없다. 그래서 정법·상법·말법이라는 독자적인 시간관이 등장했다. 언젠가는 세상 모두가 괴겁(壞劫)의 시기에 들어설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존재의 이유와 목적을 이해하고,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아갈 당위성이 있다. 이를 위해 세계 곳곳에서 숱한 성현들이 나와 우리를 바른길로 이끌고자 얼마나 고군분투해 왔던가. 불교 또한 개인과 세계의 고통을 직시하고 해소하기 위해 줄기차게 노력해왔다. 그 세월이 무려 2500년이 되었다. 타자를 배척하지 않고, 객관적인 모든 환경을 끌어안으며 성장해온 불교야말로 인류의 심성을 파고들어 세계적인 주교(主敎)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8월25일 서울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는 ‘불교평론’ 주최로 이처럼 장구한 세월에 걸친 불교의 흥망성쇠에 대한 학술발표가 있었다. 인도,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서역 실크로드, 중국, 일본, 한국의 불교에 대해 각각의 전문가들이 진단했다. 필자 또한 일본불교에 관해 발표했다. 불교 쇠퇴나 멸망의 조건과 이유는 지역의 상황에 따라 약간씩의 편차를 보였다. 대체로 열악한 자연환경, 이웃종교의 침투, 왕권국가의 전횡이 주를 이룬다. 이러한 외형적 이유와 함께 실제로는 불교 내부의 다양한 요인이 결합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교단의 부패나 분열이 말법을 초래한다는 ‘대집경’의 법설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불교가 흥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이미 많은 불교사에도 나타나 있지만, 필자는 다음의 세 가지로 본다. 첫째는 최초의 조상인 석존의 재현이 끊임없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무위도에 이른 아라한은 깨달음의 수준에서는 석존과 동일하다. 윤회를 끊고 자유의 경지에 이른 존재다. 대승불교에서도 석존의 법을 이은 조사들이 즐비하다. 선종은 아예 깨달음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종파다. 여래장 사상에 기반한 불성의 보편성, 수행의 일반화는 불교의 지속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실존의 의미와 삶의 가치를 이보다 높게 끌어올린 세상의 교육이 어디에 있는가.

둘째는 수준 높은 교학의 발전에 있다. 아비달마와 부파불교, 대승불교와 밀교에 이르는 고도의 교학 성장의 역사는 인간 진화를 촉진시킨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야만에서 문명으로 전진하는 도정에 불교도 한몫한 것이다. 인도에서 실크로드, 중국, 한국, 일본으로 동진하면서 불교는 지역의 다양한 문화와 결합해 고도의 국제성을 갖추게 되었다. 무아(無我)가 불교의 정체성 형성의 한계를 보여주었다는 주장도 있지만, 오히려 지역 전통과 조우하면서 다양성을 꽃피우는 발판이 되었다고 본다. 중국의 유교나 도교, 일본 신도와의 습합은 시너지효과를 발휘해 양자가 더욱 성장했다. 문화의 통로인 한반도의 불교는 교학의 세련미와 통합성을 이뤄 세계성을 갖추게 되었다. 

세 번째는 국가와의 관계에 있다. 물론 중국의 삼무일종의 난이나 조선의 숭유억불, 근대 일본의 폐불훼석 등 법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아쇼카왕이 보여주듯 국가 통치이념에 도움이 된 시기에 불교가 활성화되었다는 점이다. 특정집단을 초월한 불교가 이익결사체인 국가를 다루는 것은 양날의 칼과도 같다. 역사에 나타나듯 타락하거나 권력화되는 순간 스스로를 파멸로 몰아넣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가에 대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법(law)의 정의에 기반한 국가를 인도할 진리(dharma)적 정의를 확고하게 지켜나가는 것이다. 

흥하고 망하고는 한 마음에 달려있다. 또한 종교야말로 악조건에 대한 응전으로 성장한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 문명과 궤를 같이한 불교는 다시 한번 지구의 운명에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던져넣어야 한다. 불교가 구축해온 지혜는 지구를 구하고, 불교 자신도 구제할 것으로 확신한다.

원영상 원광대 원불교학과 교수 wonyosa@naver.com

[1699호 / 2023년 10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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