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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과 보살행은 둘 아닌 하나다

기자명 혜민 스님

19. 인생에서 중요한 두 가지 질문

인간은 ‘나’란 존재 궁금하고
세상 나가 어떤 일 할까 의문
두 질문은 종국에 하나로 만나
‘나’ 실체 없음 알면 세상 계합

대웅전에 들어서면 부처님 양옆으로 두 분의 보살님이 모셔져 있는 곳이 많다. 부처님을 양옆에서 모시는 보살이라고 해서 협시보살(脇侍菩薩)이라고도 부르는데, 협시보살의 역할을 문수보살님과 보현보살님에게 맡긴 곳이 많다. 아마도 대승경전들 가운데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법화경’과 ‘화엄경’에서 이 두 보살님이 아주 중요하게 등장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문수보살님은 깨달음의 지혜를 상징하고, 보현보살님은 중생을 보호하고 제도하는 실천력을 보여 주시는 행원으로 유명하다. 이 두 분의 이러한 모습은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두 가지 중요한 질문과도 연관이 되는 것 같다. 그 질문 중 하나는 문수보살님 지혜에서 보듯 우리 내면으로 들어가는 질문이 되겠고, 나머지 하나는 보현보살님 행원에서 보듯 세상 밖으로 나아가는 질문이 된다. 

첫 번째인 내면으로 향하는 질문은 “나는 누구인가?”이다. 우리가 지구라는 행성에 태어나 인간이란 몸을 받으면서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데 지금 이러한 상황이 아이에게는 무척 낯설게 느껴진다. 어떤 서양 철학자는 마치 영화관에서 영화 상영이 시작된 지 15분이 지난 시점에서 스르르 잠에서 일어나 보니 인생이라는 낯선 영화가 우리 눈앞에서 펼쳐져 있더라고 비유한다. 눈을 떠서 보니 지금 여기가 대한민국이라는 곳이고, 나는 남자의 몸을 가지고, 어느 부모 아래서 사는 한 편의 영화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인간이 문명을 만들어 낸 이래로 사람들은 ‘나’라는 존재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 했고 불교를 비롯한 여러 종교나 동서양 철학 전통들도 이 질문을 끊임 없이 하면서 답을 찾아 후세에 전하고 있다. 현대에는 내 어린 시절 유행했던 혈액형으로 보는 성격 테스트나 지금 젊은 친구들이 좋아하는 MBTI 와 에니어그램 검사들도 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싶어서 하게 되는 것 같다. 어른들이 보는 사주나 불자들이 궁금해 하는 자기 전생 체험까지, 이 모든 것들이 다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은 욕망에서 나온다.

두 번째인 세상 밖으로 향하는 질문은 “나는 세상에 나가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아야 되나?”이다. 이 질문은 나에 맞는 직업을 찾고 싶어 하는 욕구 말고도, 사회로 나가 어떻게 타인과 관계 맺기를 하고, 그 안에서 어떤 의미를 느끼며 살아야 하나하는 질문과도 이어진다. 그러다 보면 내가 하는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생긴다.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보살행을 했을 때 비로소 의미와 성장과 성공이 있다는 깨달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이 두 가지 질문들이 종국에는 하나로 만난다는 사실이다. 안으로 향하는 내 정체성에 대한 질문이나 밖으로 향하는 사회 활동에 대한 질문이 처음엔 방향이 완전히 다른 것 같지만 이 둘이 원을 그리면서 저 깊은 곳에선 하나로 만난다. 왜냐하면 처음엔 나라고 고정된 것이 따로 있다고 착각을 해서 몸이나 성격, 생각, 느낌 혹은 과거 경험들을 나라고 동일시하게 된다. 하지만 깊이 들어가 보면 그것들은 마음에서 아는 대상들이지 그 대상들을 아는 내가 아니다. 보여지는 대상(object)은 결코 보는 내(subject)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깊이 들어가다 보면 문득 ‘나라는 고정된 실체가 없구나’ 하면서 온 세상과 하나로 계합이 된다. 

사회 활동도 마찬가지이다. 처음엔 개인 생존과 이득을 위해서 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타인에게 도움이 되어야만 더 큰 성공도 하고 내 일에 의미가 생긴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종종 나를 돌아보지 않고, 자비심이 발동되어 남을 위하는 순간들이 생기게 되고, 세상과 하나 된 것 같은 큰 경험을 하게 된다. 더불어 내가 세상에게 준 것보다 더 많은 것이 돌아오는 신기한 경험을 또 하게 된다. ‘법화경’이 참으로 위대하다고 느끼는 것은 이 두 가지 면을 다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무한한 본래 한마음 자리를 ‘여래수량품’에서 설하고 있는가 하면, 관세음보살님과 보현보살님 같은 큰 보살님들이 그 한마음 자리에서 살고 있지만 아직 깨닫지 못한 중생들을 어떻게 제도하는지가 또 나와 있다. 깨달음에만 치중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보살행만을 강조하는 것도 아닌, 이 둘이 하나인 것을 보여주기 때문에 ‘법화경’이 참 대단하다고 느낀다.

혜민 스님 godamtemple@gmail.com

[1699호 / 2023년 10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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