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82. 수행이론의 총망라(71)-깨친 이의 능력; 각론 ⑥

누구나 여래의 광대한 지혜 갖춰

여래출현품 37 주요 내용은
여래 지혜 갖춘 줄 모른 중생
성인 가르침 활용해 알려줘
보현행 닦으면 본래지혜 찾아

방대한 ‘화엄경’ 80권을 분류하는 전통의 방법으로 ⑴회(會), ⑵처(處), ⑶품(品), ⑷설주(說主), ⑸오주인과(五周因果), ⑹사분(四分) 등 여섯이 있음을 지난 <81>회 연재에서 언급했다. 여섯 분류 중, 하나하나 모두 ‘화엄경’ 이해에 의미 있는 한몫을 한다. 특히 ‘보현행품 제36’과 ‘여래출현품 제37’의 두 품의 내용 이해에는 ‘오주인과(五周因果)’가 매우 효과적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오주인과’의 분류법은 39품 전체를 인과 관계로 나누어 보는 방법인데, 이 방법에 따르면 제36품은 인행(因行; 수행이라는 원인)에, 제37품은 과각(果覺; 깨침이라는 결과)에 해당한다. 그것도 평등한 ‘인과’란다. 즉, 36품에 나오는 보현행을 닦으면 누구나 그리고 언제나 어디에서나 여래가 출현한단다.

‘화엄경’ 구성작가는 전체 80권 중 총 세 권 분량을 ‘여래출현품 제37’에 할당했으니 분량적으로도 꽤 중요하게 여겼음을 짐작할 수 있다. 훗날 경학 고승들도 그 의도를 간파하고 ‘여래출현품’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청량 스님이 이런 전통을 종합했고, 청량의 경학은 조선 고승들도 수용하여 오늘날도 전해지고 있다. 그 한 사례로 이제는 고인이 되셨지만, 봉선사의 월운 스님도 ‘여래출현품’을 매우 중요하게 여겨 일반 재가 대중 강의에 인용한 적이 있다. 그 부분을 운허 스님의 ‘한글대장경’에서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이상하다, 이상하다. 중생들이 여래의 지혜를 구족하고 있으면서도 어째서 어리석고 미혹하여 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는가? 내가 마땅히 성인의 도로 가르쳐서 허망한 생각과 집착을 영원히 여의고 자기의 몸속에서 여래의 광대한 지혜가 부처와 같아서 다름이 없음을 보게 하리라.”

부처님은 대체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치려 하셨는가? 즉, 불의 교[佛敎]란 무엇인가? 이런 질문에 월운 스님은 위의 인용문으로 대신 대답하고 있다. 자신의 이야기보다는 경학자답게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신다. 그러면서 ‘화엄경’이 설해진 시기가 “시성정각(始成正覺)”이란 점도 상기시킨다. 

이제부터는 필자의 이야기이다. 위의 인용에서 “성인의 도로 가르쳐서”에서 ‘성인의 도’란 각종 법회나 교리 강연장에서 많이 들을 수 있는 이야기로, 연기법이니, 4성제 8정도니, 공·무상·무아니, 6바라밀이니, 사마타니, 위파사나니, 이런 모든 게 해당할 수 있다. 다 좋고 맞는 말씀이다. ‘화엄경’ 구성작가도 물론 기존에 유행되고 언급되던 이런 수행법들을 수집하여 다양한 각도에서 연출(演出)해내고 있다. 

그런데 ‘화엄경’의 구성작가가 보기에 이전에 출현한 각종 불교의 각종 교설이 추구하는 궁극의 목표는 무엇인가? 그는 말하고 있다. 첫째, 누구나 ‘여래의 광대한 지혜’를 가지고 있다. 둘째, 어리석고 미혹해서 그게 있는 줄도 모른다. 셋째, ‘성인의 가르침’을 활용해서 그걸 알려주겠다. 넷째, 그리하여 그걸 스스로 체험하게 하겠다. 위에서 나온 지시어 ‘그’는 모두 ‘여래의 광대한 지혜’로 향하고 있다.

비유하면, 세상의 모든 정보를 다 기록한 티끌 먼지 크기만 한 반도체 기억장치가 있다. 여래에게는 물론 우리게도 간직된 ‘지혜’ 활용만 하면, 그 반도체 메모리에 간직된 정보를 자유자재로 꺼내 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세상에는 그런 티끌 크기의 메모리가 무수히 많다. ‘화엄경’의 ‘여래출현품’에 나오는 유명한 ‘방대한 경전[大經卷]’ 이야기를 필자가 위와 같이 비유했다. 

이상과 같이 ‘여래출현품 제37’ 읽기를 할 수 있다. 즉, 보현행으로 대표되는 수행을 닦으면 그 결과 자신의 본래 지혜를 하여, 세간에 간직된 무수한 정보와 재화를 알맞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읽는 방법이 ‘오주인과(五周因果)’ 방법이고, 한편, ‘문답상속과(問答相屬科)’로 읽는 방법도 있다. 즉, 신(信)-해(解)-행(行)-원(願)-증입(證入)-등불(等佛)의 방법으로 수행을 닦으면 얻게 되는 결과가 무엇이냐? 이런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여래출현품 제37’이 설해졌다고 읽는 방법이다. 질문이 나온 구체적인 품(品)을 특정하면, ‘여래현상품 제2’와 ‘여래명호품 제7’이다. 이렇게 ‘질문-대답’ 관계로 읽는 방법은 다음 호에서 소개하기로 한다.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 ananda@yonsei.ac.kr

[1699호 / 2023년 10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