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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문화재관람료 폐지 후 사찰 풍경

  • 기고
  • 입력 2023.10.10 15:31
  • 호수 1699
  • 댓글 0

불교문화재 ‘살아있는 보물’…변화에 적극 대응 필요

5월4일, 문화재관람료 폐지 후 충청지역 사찰 10곳 변화 살펴
관람객 15~25% 증가 등 현장 변화 뚜렷…가족단위 눈에 띄어
관람객 사찰 찾을 때마다 역사적 시간 확장·문화유산 가치 상승

5월4일 문화재관람료가 폐지된 후 충청지역 사찰 가운데 동학사·관촉사·마곡사에서 관람객이 15~25%가량 증가했다. 부모-자녀로 이뤄진 가족관람객이 주를 이뤘다. 입장료 부담이 사라져 마을주민이 산책하러 사찰에 방문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지난 5월4일, 문화재 관람료가 폐지되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시시비비 논란까지 복잡했던 사안이 사라진 것이다. 관람료 폐지가 발표되자 많은 기사가 쏟아져 나왔지만, 실제로 실행된 후에는 관심이 확 사그라들었다. 필자가 살펴보니, 한국일보의 ‘통행세 논란 사찰 문화재 관람료 폐지 첫날, 등산객들 웃었다’(2023년 5월5일자) 정도가 있을 뿐이었다. 그것조차도 기사 말미에 “국민 혈세로 사찰 관람료를 대신 지불하는 것 같아 찜찜하다. 진짜 무료입장이 맞는지 모르겠다”는 등산객의 말을 인용하고 있어, 마치 불씨가 남아있는 듯한 찜찜한 느낌이 들었다. 

문화재관람료가 폐지된 후에 사찰의 풍경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못내 궁금해하던 차에 마침 8월 말, 9월 초에 충청도 권역을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이 기회에 문화재관람료가 폐지된 10곳의 사찰을 둘러보면서 관람객은 늘었는지 현장을 직접 살펴보기로 했다. 물론 하루 종일 머문 것도 아니고, 평일, 주말, 사찰 행사에 따라 모두 오고가는 사람들이 다를테니, 객관적인 비교를 하기는 어려웠다. 그렇지만 분명 변화의 모습을 일부에서는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필자가 받은 인상과 종무원, 인근 상인들과 나눈 얘기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정리해 보았다. 

충청도 권역의 관람료 폐지 사찰 중 특히 동학사, 관촉사, 마곡사가 기억에 남는다. 이 세 곳의 사찰에서는 관람객이 증가한 것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증가세라고 하지만 기대보다는 낮은 편이었다. 관계자의 의견과 필자의 느낌을 굳이 숫자로 표현한다면 한 15~25% 정도라고 말하고 싶다. 게다가 방문 당시는 여름 휴가철이기도 하고, 코로나 해지 원년이라는 요인도 영향이 있을테니, 사찰관람료 폐지만의 영향이라고 말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그러나 이곳을 제외한 충청도의 다른 사찰에서는 관람객 증가세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은 이 세 곳의 증가 현상의 반증이라 할 수 있다. 

관람객이 증가한 동학사, 마곡사, 관촉사의 공통점은 가족관람객이 많다는 점이었다. 물론 동학사에서는 계룡산 등산객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고, 일부 사찰에서 등산객이 단체로 오는 경우가 증가했다는 얘기를 듣었다. 관람료 폐지로 인해 등산객이 늘어난 것은 예상한 범위라서 별로 인상 깊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에서 인근 지역 방문객 등의 관람객도 증가할 거라는 점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필자가 보기에는 관람객들의 형태가 가족관람객이 많다는 것이고, 이런 점은 좀 더 자세하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가족관람객은 주로 2세대 단위였다. 2세대라고 하면, 말그대로 부모-자녀 세대 또는 조부모-손자 세대처럼 다른 두 개의 세대가 함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주로 부모-자녀 세대로 나타났는데, 그 중에서도 젊은 부부와 자녀 세대이거나 중년 부부와 고령자 부모세대로 나타났다. 편의상 젊은 세대와 중년 세대라고 부르자.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온 젊은 세대는 물놀이가 가능한 마곡사, 동학사에서 많이 볼 수 있었다. 동학사와 그 인근은 예전부터 계곡으로 유명하고 상가가 형성된 곳이라서, 계곡에 물놀이하러 왔다가 겸사 사찰을 방문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었다. 

이와 달리, 마곡사에서는 사찰 구경을 하러 왔다가 계곡에 들러 휴식을 취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굳이 구분해봤지만, 먼저 알고 왔는지 또는 왔는데 알았는지의 선후관계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을 듯하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젊은 부부 세대는 자녀들이 즐겁게 놀 공간을 찾아서 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관촉사에서는 중년 세대를 많이 볼 수 있었다. 방문한 시기는 토요일 오후였는데, 미륵보살입상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모습의 중년과 고령 방문객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관촉사는 논산 시내에 위치하고 있어 접근성이 매우 뛰어나다. 그러다보니 중년의 자녀가 거동이 조금 불편할 수 있는 노부모를 모시고도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이러한 나들이 장소 결정에는 부부세대가 아마 큰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는 점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2세대 단위가 인상적이라 주로 다뤘지만, 대가족이나 부부‧연인, 마을주민이 산책하러 오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인근의 상인들이 느끼는 현장의 변화가 궁금해서 여쭤보았다. 한 상인은 “옛날(문화재 관람료 폐지 전)에는 “관람료 내고 방문했던 적이 있는 관광객의 경우에는 재방문하지 않겠다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에는 다들 같이 올라간다”고 말한다. 문화재관람료가 분명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더불어 대부분의 관람객들은 “안 내도 되니 좋다”고 얘기하는데, “멀쩡한 입장료를 왜 없애냐”라고 하는 의견도 가끔 있다고 한다. 또한 상권 회복에 관해서는 문화재관람료 여부가 아니라 코로나로 인한 타격이 너무 크다고 다들 말하고 있다. 대부분 회복세가 미미하거나 살짝 나아지기는 했어도,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는 멀었다고 한다. 그래도 문화재관람료가 폐지되어서 손님과 실랑이하거나 불평 소리가 줄어 분위기는 좋아졌다고들 한다. 

불교문화재는 현재도 끊임없이 재탄생하고 있는 역사적인 문화재이며, 그 역사적 의미와 연관된 사람은 지금 이시간에도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물건의 의미에 역사성을 부여하는데, 역사성의 기간을 그 물건을 사용한 사람과의 기간으로 한정하였다. 이를 불교문화유산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은 해석이 가능하다. 

남춘호
남춘호

국보인 수덕사의 대웅전은 관람객이 찾을 때마다 문화유산로서의 역사적 시간이 확장되고, 사용자의 관계 역시도 계속 넓어져서 문화재 가치가 계속 증가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불교문화유산은 단지 박물관에 고고히 전시되어 ‘시간이 멈춰버린’ 보물과는 다르다. 불교문화유산은 1700년 전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시공간적으로 연결된 ‘살아있는 보물’인 것이다. 

이러한 엄청난 보물을 가진 불교계가 현장의 긍정적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면, 지역사회와 주민, 국민 모두와 긍정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남춘호 동국대 인구와사회협동연구소 연구원

[1699호 / 2023년 10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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