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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한 선행으로 둘 없는 진리의 문에 들다

  • 불서
  • 입력 2023.10.10 16:00
  • 수정 2023.10.10 16:01
  • 호수 1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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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선동귀집 총송
진우 스님 강설/조계종 출판사/362쪽/2만2000원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 ‘종경록’ 요체인 ‘만선동귀집’ 풀이
선과 교 일치가 특징…불교를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명저

“모든 악을 짓지 말고/모든 선을 받들어 행해/스스로 마음을 깨끗이 하는 것/이것이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칠불통계(七佛通戒)는 ‘법구경’ ‘출요경’ ‘전등록’ 등에 등장한다. 특히 ‘전등록’에 수록된 일화는 극적이다.

중국 당나라 대표하는 시인 백거이가 도림 선사를 만나 물었다. 어떤 것이 불법의 뜻입니까? 도림 스님이 말했다. “모든 악을 짓지 말고 모든 선을 받들어 행하시오.” 백거이가 말했다. “세 살 아기도 그건 압니다.”

도림 스님이 대답했다. “세 살짜리 아기도 말은 할 수 있으나, 팔십이 된 노인도 행하기는 어렵소.”

당대 최고의 선사가 위대한 시인에게 말한 불법의 요체는 ‘칠불통계’였다. 이들 대화에서 알 수 있듯이 불교의 가르침은 간단하고 명료하다. 그러나 실천의 문제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어떤 악도 짓지 않으면서 모든 선을 받들어 행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알지 못하면 실천해야겠다는 의지를 일으키기 어렵다. 실천은 결국 앎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도림 선사와 백거이의 대화에서 말하는 불법의 요체를 다시금 이 시대에 되살리는 책이 출간됐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펴낸 ‘만선동귀집 총송’이 그것이다. ‘만선동귀집(萬善同歸集)’은 송나라 때 크게 선풍을 일으킨 영명 연수(904~975) 스님의 작품이다. 연수 스님은 ‘종경록’ 100권이라는 방대한 저술을 남겼으며, 그 ‘종경록’의 요체를 ‘만선동귀집’ 3권에 담아냈고 이를 다시 ‘총송’이란 이름의 게송으로 축약해 세상에 남겼다. 진우 스님은 이런 ‘만선동귀집’의 법사리가 녹아있는 ‘총송’을 고구정녕한 심정으로 한 권의 책에 풀어냈다. 스님은 담양 용흥사본 ‘만선동귀집’ 소장자라는 인연으로 시간 나는 대로 ‘총송’을 조금씩 번역해왔고, 이해를 돕기 위해 강설까지 더해 SNS에 연재해 왔던 것을 한 권의 책에 담아낸 것이다. 책은 세간의 그만그만한 책들처럼 문자 풀이에 그치지 않는다. 여러 가지 설명과 비유를 곁들여 이야기처럼 들려주기에 읽기도 편하고 이해도 쉽다.

‘만선동귀집’의 만선(萬善)은 무량한 선행을 말한다. 선행은 자신도 이롭고 남도 이롭게 하는 행위다. 동귀(同歸)는 부처의 길로 함께 돌아간다는 의미다. 따라서 만선동귀는 세간 및 출세간의 무량한 선행으로 일심(一心)으로 돌아감을 의미한다. 스님은 “만선은 만 갈래의 길이고 동귀는 한 가지 길이다. 만 갈래는 서로 다름이요, 한 가지는 서로 같음이다. 늘 다르고 늘 같으며 같지도 않고 다르지도 않음을 ‘만선동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배우고 익힌 내용을 앎에서 그치지 않고 실천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법보신문 DB]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배우고 익힌 내용을 앎에서 그치지 않고 실천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법보신문 DB]

‘총송’은 문답식으로 모두 114조로 구성돼 있다. 그 문답을 4장으로 쪼개 싣고 하나하나에 설명을 달았다. ‘만선동귀집’은 선교일치(禪敎一致)의 개론서라 할 수 있다. 연수 스님은 여러 종파로 나눠 다투던 당시의 선(禪)과 교(敎)를 일치시키고, 또 선 안에서의 혼란도 일심(一心)이라는 단 하나의 가르침으로 회통하여 전체 불교를 통합하고자 했다. 그런 의미가 담겨 있기에 ‘총송’을 잘 이해한다면 3권의 ‘만선동귀집’을 이해한 것이 되고, 100권의 ‘종경록’을 독파한 것이며 결국은 팔만사천의 부처님 가르침을 모두 공부한 것이나 다름없다.

책은 편집도 내용도 간결하다. 여백에 의해 군더더기가 더욱 제거된 느낌이다. 진우 스님의 잔잔한 설명을 따라 책 안으로 걸어 들어가면 진리의 문이 열리고 불법의 대의가 환하게 밝아오는 것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다만 책 읽기의 끝은 결국 배우고 익혔던 내용을 앎에서 그치지 않고 실천으로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그것이 저자인 진우 스님의 간곡한 당부다.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699호 / 2023년 10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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