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미술과 서양회화를 접목시킨 추상적 작품 세계를 펼쳐온 정윤영 작가가 열 번째 개인전을 연다.
10월18일부터 11월7일까지 서울 갤러리채율에서 ‘레이어드 컬러(Layered Colors)’를 주제로 30여작품을 선보인다. 대학에서 불교미술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10년여간 일관되게 ‘식물을 통해 바라보는 생명력’을 작업의 주요한 주제로 탐색해왔다. 석·박사 과정서 서양회화를 전공하며 한국의 전통적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기 위한 고민을 깊이 있게 녹여내기 위해 조형 실험을 거듭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업은 비단의 겉면에 동양화 안료를 뭉근하게 녹이듯이 안착시키는 ‘스며듦’이라는 형식과 캔버스 표면에 서양화 안료를 축적하듯 포개어 쌓아 올리는 ‘집적’의 형식을 함께 적용했다. 그는 작품에서 고려 불화의 전통적인 채색기법인 배채법과 배접 방식을 서양회화 방식에 접목시켜 풀어냈다. 식물이라는 존재와 작품을 만들어가는 시간 사이의 관계는 다층적인 색채의 겹으로 구성돼 있다.
정윤영 작가는 “전통이란 단순히 ‘낡고 고루한 옛날의 것’이 아닌 ‘이어져 왔고, 이어져 나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역동적이고 아름다운 화면에 담긴 절개된 꽃의 단면, 잎의 줄기를 연상시키는 유기적인 형태와 색감이 서로 겹쳐지는 과정은 결국 생명의 지속성과 전통의 지속성을 함께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700호 / 2023년 10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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