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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은사, ‘미리 닦는’ 생전예수재 독창성 집약된 ‘택전의식’ 설행

  • 교계
  • 입력 2023.10.12 21:30
  • 수정 2023.10.13 14:21
  • 호수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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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봉은사, 10월12일 법왕루서 봉행
스님·신도 원력 모아 지전이 공양금으로
“생전예수재 독창성 생생히 계승된 현장”

죽기 전에 자신의 업을 참회하고 공덕을 쌓아 극락왕생을 발원한다는 의미에서, 재의식인 동시에 수행의 의미까지도 담고 있는 생전예수재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나는 ‘택전의식’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특별한 자리가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10월12일 서울 봉은사(주지 원명 스님)에서는 10월16일 봉행되는 생전예수재 6재를 앞두고 택전의식이 봉행됐다. 택전의식은 생전예수재 과정에서 사용되는 ‘함합소’와 ‘금은지전’을 조성하고 점안하는 일종의 사전 준비과정이다. 함합소는 생전예수재 동참대중들이 자신의 죄업을 직접 명부에 고하는 일종의 상소문으로 여기에 경전과 금은지전, 다라니 등을 함께 넣어 구성한다. ‘예수시왕의문’에 따르면 명부에 이른 인간은 살아 생전 읽지 못했던 경전을 마져 읽고, 생전에 진 빚을 모두 갚아야 하는데 생전예수재는 사실상 이 과정을 미리 수행하는 의식이다. 따라서 함합소와 금은지전은 생전예수재에 사용되는 가장 중요한 의식물인 셈이다.

택전의식은 생전예수재 과정에서 사용되는 ‘함합소’와 ‘금은지전’을 조성하고 점안하는 일종의 사전 준비과정이다.
택전의식은 생전예수재 과정에서 사용되는 ‘함합소’와 ‘금은지전’을 조성하고 점안하는 일종의 사전 준비과정이다.

이 함합소에 들어가는 구성물 가운데 하나인 금은지전을 만드는 택전의식의 핵심은 동전모양으로 만들어진 종이에 스님들의 기도와 손길로 청정한 공양금의 의미를 부여는 과정이다. 이 때문에 택전의식은 조전의식 또는 성전의식이라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그 과정이 길고 여러 스님들의 손을 거쳐야 하는 까닭에 오늘날 생전예수재에서 택전의식이 직접 설행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대신 불교용품점 등에서 ‘예수재함’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하는 함합소를 구입해 사용함으로써 이 과정을 생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날 봉은사에서 봉행된 택전의식 현장에 문화재청 문화재위원들과 불교의식 연구자 등이 직접 참석해 참관한 이유이기도 하다.

스님들은 각 동참자들의 함합소에 들어가 있는 금은지전을 꺼내 먼지를 털어내며 이 지전이 청정한 공양금이 되도록 조전진언, 성전진언 등을 염송했다.
스님들은 각 동참자들의 함합소에 들어가 있는 금은지전을 꺼내 먼지를 털어내며 이 지전이 청정한 공양금이 되도록 조전진언, 성전진언 등을 염송했다.

봉은사 주지 원명 스님을 증명법사로 조계종 어산어장 인묵 스님과 생전예수재 어장 법안 스님을 비롯해 생전예수재보존회 소속 스님들과 신도 500여명이 함께한 이날 택전의식은 법왕루에 마련된 조전도량에서 봉행됐다. 동참불자들이 신묘장구대다라니를 독송하며 업장소멸을 발원하는 동안 스님들은 각 동참자들의 함합소에 들어가 있는 금은지전을 꺼내 먼지를 털어내며 이 지전이 청정한 공양금이 되도록 조전진언, 성전진언 등을 염송했다. 또 쇄향수진언을 염송하며 청정수를 뿌려 금은지전이 명부전에 올릴 수 있는 청정한 돈이 되기를 거듭 발원했다. 이렇게 점안된 함합소와 금은지전은 명부시왕전에 봉안된 후 생전예수재의 마지막 절차인 봉송회향에서 소대로 옮겨져 소지될 예정이다.

이날 봉은사에서 열린 택전의식은 생전예수재의 목적과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는 의식인 동시에 서울시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는 봉은사 생전예수재가 전통을 올곧게 계승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리로 평가됐다.

택전의식 전 과정을 함께 한 봉은사 주지 원명 스님은 “현재 서울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돼있는 봉은사 생전예수재가 국가무형문화재로서의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장”이라고 강조하며 “불교무형문화로 독자적인 전통을 지니고 있는 생전예수재의 계승과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 관계자 등은 봉은사 생전예수재 택전의식의 전 과정을 상세히 기록했다.
문화재청 관계자 등은 봉은사 생전예수재 택전의식의 전 과정을 상세히 기록했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700호 / 2023년 10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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