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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 교전’ 중동전 확대는 인류에 불행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3.10.16 14:48
  • 호수 1700
  • 댓글 0

두 지도자 극단으로 치달으면 
무고한 생명 무참히 끊어져
하마스, 무고한 인질 석방하고
이스라엘, ‘전면 봉쇄’ 풀어야

10월7일 토요일 새벽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발발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교전이 전면전으로 확대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지상군 진입도 임박했다고 한다. 10월13일 현재(오후 6시) 양측 사상자는 1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시리아와 레바논은 미국이 개입하면 참전하겠다는 경고까지 해 ‘중동전’으로의 확전 위기까지 일고 있다.

이스라엘 기습 공격 후 하마스 군사 조직을 이끄는 무함마드 데이프 사령관은 “오늘은 이스라엘의 점령을 끝내는 위대한 날”이라며 “책임을 지지 않는 점령 세력의 광란은 이제 끝났다”고 말했다. “오늘 상황은 군사작전이 아니라 전쟁”이라며 전의를 다졌던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야권 일부와 전시 연정 구성에 합의한 직후 하마스를 향해 “모두 죽은 목숨”이라고 말했다. 두 지도자 모두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무장 정파 하마스가 있는 가자지구는 ‘세계 최대의 감옥’으로 불린다. 이스라엘이 자국민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2007년부터 높이 6m의 장벽을 세워놓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이동 통제는 물론 생필품 반입까지 통제했기 때문이다. 국제적십자위원회가 이 같은 봉쇄를 제네바 협약 위반이라고 비판했으나 이스라엘은 모르쇠로 일관하며 그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 

‘세계 최대의 감옥’은 이제 암흑천지로 변했다. ‘전면 봉쇄’ 작전에 따라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물, 전기, 식량, 연료, 의료품 공급을 이스라엘이 끊었기 때문이다. 전기가 없어 승강기는 물론 자체 수돗물도 쓸 수 없다. 유일한 발전소 역시 연료가 바닥나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비상 발전기를 쓰는 병원마저 불과 2∼3일 정도 버틸 수 있다고 한다. 폭격에 의한 부상자는 물론 지병으로 입원해 있는 아이들의 생명도 끊기기 일보 직전이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가 “가자지구 전면 봉쇄는 민간인이 필수적으로 누려야 할 식량과 에너지 등이 부족해지는 상황을 더욱 악화할 것”이라며 적십자의 구호 활동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으나 이 역시 이스라엘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한데 아직 묵묵부답이다.

하마스가 기습 공격을 감행한 이유를 전문가들은 다양하게 분석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한 ‘중동 평화’ 기류를 감지하며 팔레스타인의 고립을 우려하여 도발했다는 분석이 설득력 있다. 또 하나는 ‘이스라엘 정착촌’ 급증이다. 가자‧서안 지구는 엄연히 팔레스타인 자치 영토다. 인구밀집도가 매우 높은 이곳에 이스라엘 사람들은 무단으로 들어와 정착촌을 형성해 왔다. “우리 누울 곳도 없다”는 팔레스타인의 절규는 이제 절망에 가까워지고 있다. ‘물’마저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정착촌은 극명하게 대비된다. 빈민가인 팔레스타인과는 대조적으로 이스라엘 정착촌에는 수영장도 있다. 가자지구 주민들의 1인당 하루 평균 물 사용량은 88ℓ 정도라고 한다. 유엔이 권고하는 최저 물 사용량은 100ℓ다. 팔레스타인 국민이 마셔야 할 식수가 정착촌으로 이어진 대형 파이프라인을 통해 수영장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더 이상의 교전은 안 된다.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과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인접 국가의 개입에 따른 확전은 더더욱 안 된다. 하마스는 억류하고 있는 인질을 조건 없이 석방해야 한다. 이스라엘에 빼앗긴 팔레스타인 영토를 되찾기 위한 투쟁이라는 하마스의 주장을 인정한다고 해도 이스라엘 남부 지역에 침투해 무고한 주민들을 살해하고 민간인까지 끌고 간 건 용납될 수 없다. 이스라엘도 ‘전면 봉쇄’를 하루속히 풀어야만 한다. 교전 중임에도 의약‧필수품까지 통제하며 부상자 치료조차 원천적으로 막는 행위 역시 용납될 수 없다. 유럽연합(EU)이 지적했듯 이번에 단행한 전면 봉쇄는 국제법 위반의 소지가 다분하다. 

‘모두 죽은 목숨’이라는 이스라엘, ‘인질 처형’이라는 팔레스타인의 최고 지도자는 더 이상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무고한 어린아이들과 시민들의 목숨을 앗아갈 뿐이다. ‘숫타니파타’의 가르침처럼 “모든 생명은 폭력을 두려워하고 삶을 지극히 사랑한다.” 두 나라의 교전이 하루빨리 멈춰지기를 불자들도 기도해야 한다.

[1700호 / 2023년 10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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