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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관계 맺고 조율하는 것

기자명 진원 스님

정치는 국민과 다른 정당들과 관계 맺고 연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의 질서는 관계 맺기로 이루어져 있다. 불교적인 용어로 본다면 ‘인연맺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 갑자를 넘기니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관했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세상에 신물이 나서 은둔적으로 바뀌었다고 해야 할까. 자연의 순리대로 세상을 바라보려는 의지가 생겼다고 해야 할까. 한창 혈기가 왕성하고 에너지가 강할 때는 정의에 방점이 있어서 옳고 그름의 가름이 분명했다. 지금은 은둔자처럼 살고 있지만 결국에는 세상과 연대하고 관계 맺고 살아가는 생명이기에 세상을 향한 목소리가 높여진다. 

요즘 주석하고 있는 절은 그야말로 인적이 끊어진 비밀의 사찰로 사람들의 발길이 허락되지 않는다. 아침에 일광욕을 위해 절 마당을 찾아 눕는 산고양이는 인간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본다. 어느 날 녀석에게 처음 먹어보는 고양이 사료를 주었다. 아주 맛나게 먹었다. 나는 그렇게 산고양이와 관계를 맺어가기 시작했다. 

신발장에 터를 잡은 꿀벌들도 그렇다. 들꽃들은 마지막 꽃을 피우고 벌들은 겨울을 나기 위해 부지런히 꿀을 모은다. 할 일 없는 나는 그들의 관계를 관찰했다. 꽃은 혼자 종자를 번식 시킬 수는 없다. 반드시 벌과 나비라는 다른 종의 매개체와 관계를 맺지 않으면 안 된다. 이들은 공생관계 즉 서로 연대하고 있는 것이다. 꽃은 꿀과 화분을 내어주는 대신 열매를 맺어 종자를 번식시키고, 벌은 수정을 시키는 일의 대가로 꿀과 화분으로 종을 이어가고 있다. 

이렇듯 자연에서도 서로 다른 종들이 관계 맺고 연대하면서 각자의 생명을 유지해 가고 있다. 또 모든 생명들은 서로 다른 종들과 마치 갈대의 단처럼 서로서로 의지하고 경쟁하고 있다. 곤충의 세계에서도 서로 다른 종들과 협력하고 연대하고 공생하고 있는데, 하물며 같은 종인 만물의 영장 인간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을까?

정치는 늘 갈등과 경쟁이 속성이라고 하지만, 요즘은 경쟁도 하지 않고 오직 독불장군 같고 갈등만 극심해지는 듯하다. 국민을 위한다지만 도통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아 보인다. 정치는 국민들을 이익 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때문에 국민들의 가치와 이념을 대변하는 정당들은 국민들과 관계 맺고 서로 다른 정당과 조율해 정책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정치인의 일신을 위한 명예나 출세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는데 국민들의 눈에는 그들만의 리그처럼 보인다. 

동물세계 침팬치도 지도자가 있고 정치를 한다고 한다. 인류도 마찬가지이다. 인류 문명이 발달하면서 질서를 위한 원시적인 정치는 있었다. 그러나 현재 대통령이 야당 대표들과 국정을 논의했다는 뉴스는 들은 적이 없고, 여야의 대표들이 국민들의 민생을 위해서 머리를 맞대었다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 

정말 국민들은 내일이 불안하다. 시장에서 들었다 놨다 몇 번이나 하다가 결국에는 헐렁한 장바구니로 돌아와야 하고, 높은 이자 때문에 투잡, 쓰리잡을 해도 텅 빈 통장은 내일이 두려워지게 한다. 

수출분야에서는 한 달에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임에도 적자라고 한다. 점포들은 세 놓는다는 종이만 공허하게 바람에 펄럭인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은 이러한 광경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철지난 반공 이념은 먹고 사는 문제에 도움이 될 수 없다. 또 날마다 집 비워 놓고 밖으로 나도는 일이 민생에 어떻게 도움이 된단 말인가. 대통령, 여당,야당도 모두 국민들과 제대로 관계를 맺고 연대하기를 바란다. 국민들과 관계 맺고 연대하지 않는다면 민생과 정치는 있을 수 없다.

마치 서로 다른 종인 꽃과 꿀벌이 관계 맺고 연대하여 종을 번식시키고 유지하듯이, 정치인들도 이해관계 따지지 말고 국민을 바라봐야 한다. 국민과 상생해야만 각자 정치의 종을 유지시킬 수 있을 것이다.

진원 스님 suok320@daum.net

[1700호 / 2023년 10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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