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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느낌관찰명상과 12연기와의 관계

기자명 일중 스님

묵은 업 소거·정화하도록 도와

접촉 조건으로 일어나는 느낌
관찰 않으면 탐진치 자동반응
사야도 “그저 느낌만 관찰하고
생각·평가 입히지 말 것” 강조

느낌관찰명상은 괴로움으로 가는 길과 해탈로 가는 분기점이자 갈림길이 된다고 했다. 어떤 맥락에서 그러한가? 어떤 원리로 그렇게 설명하는가?

 우리는 그 답을 12연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느낌관찰명상이 12연기의 맥락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설명해보고자 한다. 12연기는 ‘나’라는 존재가 어떻게 태어나고 죽는지, 괴로움과 윤회가 어떤 조건으로 발생하고 소멸하는지 간결명료하게 보여준다. 

12연기의 고리는 무명, 행, 식, 명색, 육입, 촉, 수, 애, 취, 유, 생, 노사이다. 마음챙김과 알아차림이 없고 지혜가 없는 무명으로 시작해서 생로병사 우비고뇌(憂悲苦惱)가 다 일어나는 것이다.

12연기에서 일곱 번째 고리는 느낌이다. 이 느낌은 접촉을 조건으로 일어난다. 접촉이란 여섯 가지 감각기관(六根)이 여섯 가지 감각 대상(六境)을 만나면 여섯 가지 의식(六識)이 일어나는데, 이 세 가지가 화합한 것을 촉, 접촉이라고 한다. 이 접촉 때문에 즐거운 느낌이나 괴로운 느낌, 중립의 느낌이 일어난다. 이런 느낌들을 마음챙김과 알아차림으로 관찰하지 않으면, 탐진치로 무의식적 자동반응을 일으킨다. 그래서 느낌을 조건으로 갈애가 일어나고, 갈애를 조건으로 취착(집착)이 일어난다. 갈애와 취착은 괴로움을 만드는 가까운 원인이자 조건이며 가장 큰 동력이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어떤 여행객이 동남아시아를 여행하다가 코발트 빛 투명하고 아름다운 사파이어를 보았다. “와~ 신비롭고 아름답다. 보면 볼수록 점점 빠져드네” 그 여행객은 사파이어를 보면서 몸과 마음에 즐거운 느낌이 가득 일어났다. 

너무 좋아서 ‘어떻게 하면 이 사파이어를 가질 수 있을까? 다른 건 몰라도 이것 하나 정도는 꼭 갖고 싶은데!’라고 생각했다. 밤에도 보석을 생각하느라 잠이 오지 않았다. 사파이어를 손에 넣고야 말겠다는 강한 집념과 집착이 일어났다. 그래서 다음날 그는 훔칠 계획을 세우다가 회삿돈으로 보석을 사버렸다. 회사에는 거짓말을 했고 결국은 들통이 나 범죄자로 회사에서 쫒겨났다.

좀 과한 설정이긴 하지만 왜 이런 결과가 벌어졌는가? 그 시작점이 어디였는가? 무엇을 조건으로 탐욕과 갈애를 일으켰나? 그것은 바로 사파이어라는 대상을 통해 일어난 즐거운 느낌과 그것에 대한 욕망 때문이었다. 

느낌 감각과 욕망을 지혜롭게 다루지 못했기 때문에, 현재와 미래의 고통을 만들었다. 그러나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나 명상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 즐거운 느낌을 분명하게 느끼되, 거기에 휘둘려 갈애나 탐욕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즉 ‘우와. 좋다. 멋지다. 아름답다. 매력이 있네. 그것을 가지고 싶네’라고 자신의 느낌과 마음상태를 있는 그대로 관찰하되, 그것에 손을 뻗치는 잘못된 갈애는 일으키지 않는다. 그저 느낌 감각을 온전하게 알아차리고 마음챙기며 관찰한다. 그러면 고통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갈애로 고리가 넘어가지 않는다. 

이런 맥락에서 느낌관찰명상이 괴로움의 길로 가거나 법의 길, 해탈의 길로 가는 분기점이자 갈림길이라고 했다.

남방 수행전통에서는 느낌관찰을 매우 중요시한다. 레디 사야도 전통에서는 느낌관찰명상이 주요 수행법이다. 레디 사야도 전통을 계승하는 모곡 사야도는 12연기와 느낌관찰을 매우 강조하는 분으로 유명하다. 그는 ‘아라한의 수행’이라는 책에서 “느낌에서 멈추어야 한다. 갈애로 옮겨 붙지 말라”고 말한다. 떼인구 사야도도 “느낌이 일어나면 그저 느낌만 관찰하라. 생각·판단·평가 등을 덧입히지 마라. 느낌만 아는 것이 실재를 보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렇다. 느낌관찰명상은 부정적인 새로운 업은 만들지 않고, 이미 쌓아온 묵은 업은 소거하고 정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느낌과 감각을 무상·고·무아라는 지혜로써 관찰하는 작업은 ‘원인이 결과로 드러나기 전에 업을 원인체에서 죽이는 것’이라고 스승님들은 종종 설명한다. 

일중 스님 동국대 강사 satiupekkha@hanmail.net

[1700호 / 2023년 10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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