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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조사선의 정의와 사상

기자명 정운 스님

중국적 견해·사상 가미된 선

인도서 중국으로 건너온 ‘선’
중국 문화와 결합되며 정착
‘조’, 만물의 근본이라는 의미
조사선 등장하며 여래선 폄하

필자는 늘 한국선을 이렇게 말한다. “우리나라 조계종 선사상은 이론적으로 조사선이요, 실천 방법은 간화선이다.” 지난주 선사들의 관용과 교육사상에 대해 언급했다. 바로 이 시대가 조사선이 시작되는 기점이다. 그렇다면, 조사선은 무엇이고, 언제부터 쓰인 것인가를 보자. 

일반적으로 조사선 이전 시대를 여래선(如來禪)이라고 한다. 여래선은 ‘능가경’에서 최고의 선을 여래선이라고 한데서 유래한다[여기서는 이것만 제시]. ‘능가경’은 달마가 혜가에게 ‘이 경의 현리를 의지하라’고 한데서 중국 선종 초기의 소의경전이었다. 

조사선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호칭한 선사는 위앙종의 앙산혜적(807∼883)이다. 앙산이 향엄에게 물었다. “최근에 깨달은 것이 있어 다시 말할 것이 있습니까?” 향엄은 게를 설해 “작년 가난은 가난이 아니요, 금년 가난이 참 가난이네. 작년 가난에는 송곳 꽂을 땅이라도 있더니 금년 가난에는 그 송곳조차 없구나”라고 답했다. 그러자 앙산이 “그대는 여래선은 보았지만, 조사선은 아직 보지 못했군요”라고 말했다. 이후 선종사에서는 조사선이 여래선보다 더 수승하다는 사상이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어록에 ‘조사서래의’라는 질문이 곳곳마다 등장한다. 여기서 조사는 달마를 가리키는데, ‘선의 본질은 무엇이냐?’ ‘부처란 무엇이냐?’를 내포하고 있다. 

그렇다면 조사선의 정의를 내리기에 앞서 ‘조사’에 대한 의미를 살펴보기로 하자. 조사의 ‘조(祖)’는 뿌리 의식의 표현이다. 만물의 시초요, 근본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노자는 이것을 천지의 근원, 만물의 스승이라고 하였다. 중국불교사에서 ‘조사’라는 호칭은 천태지의(538~597)의 ‘마하지관’에서 용수보살(150~250)을 천태종의 원조로 추앙하여 ‘고조사(高祖師)’라고 부른 것이 최초이다. 

이런 여러 관점을 토대로 보았을 때, 조사선 이전부터 ‘조사’라는 의미는 근본·근원·본질, 혹은 최초의 원류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조사선 시대에 어록인 ‘보림전’에는 조사의 의미에 대해 “불심(佛心)의 근본을 밝혀 조금도 착오가 없는 생활방식이 깨달음과 합치하는 자를 ‘조(祖)’라고 한다”라고 하였다. 또한 ‘전등록’에는 “대도에 통달하지만 도에 무한하며, 불심에 통하지만 불심에 어떤 경계가 없으니 범부와 성인, 모두에 발자국을 남기지 않고 초연한 것”을 조사라고 하였다. 

마조의 4세 임제(?∼866)는 이런 사람을 ‘조불(祖佛)’이라고 하였다. 조사와 부처라는 뜻이 아니라 조사인 부처, 조사가 바로 부처라는 것이다. 부처보다도 조사에 더 중점을 둔 표현으로 조사선 특유의 용어이며 조사선에서 표방하는 이상적 인간상이기도 하다. 임제는 이것을 다른 말로 ‘활조(活祖)’라고 하였다. 

앞에서 살펴본 내용을 토대로 조사선의 정의를 내려보자. 인도선에서 비롯해 중국에 선이 전래된 후 완전히 중국화된 선으로 정립되기까지 선을 여래선이라고 보고, 이후 중국적인 견해와 사상이 가미된 선을 조사선이라고 할 수 있다. 조사선은 인도 선에 중국의 문화·종교와 결합이 되기 시작하면서 부처의 가르침에 따른 정통적이고, 인도 고유의 선적인 측면이 아니라 점차 중국의 노장사상이 가미되어 중국적인 토양으로 변이된 선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다. 

우리나라만의 조사선 사상이 있다. 나말여초 9산선문 가운데 사굴산문 범일 국사의 진귀조사설(眞歸祖師說)이다. 즉 진귀조사(문수보살의 화신)가 설산에서 석가를 기다렸다가 석가에게 심인(心印)을 전해 주었다는 설이다. 또한 조선 말기, 백파긍선(1767~1852)은 ‘선문수경(禪文手鏡)’에 선을 3종류로 구분했다. 즉 조사선·여래선·의리선(義理禪)이다. 그러면서 조사선을 교외별전의 선이라고 하면서 여래선·의리선보다 최상승의 선이라고 보았다. 

여하튼 불교사에 조사선이 등장하면서 여래선을 폄하하는 경향이 보편화되었다. 필자 입장에서 볼 때, 조사선과 여래선의 우열을 논할 의미가 없다고 본다. 여래선이라고 하는 체계가 있었기에 조사선이 나올 수 있는, 선종사의 한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정운 스님 동국대 강사 saribull@hanmail.net

[1700호 / 2023년 10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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