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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사회에서 사찰의 역할

기자명 황산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23.10.17 11:29
  • 수정 2023.10.17 11:30
  • 호수 1700
  • 댓글 0

매년 신도들과 봉정암 순례
해가 갈수록 스님·신도 감소
나이들면 사찰 인연 옅어져
건강도 챙길 수 있도록 해야

봉정암은 우리나라 제일 기도 도량이어서 전국 불자들의 순례가 이어집니다. 특히 10월 중순 단풍이 절정일 때는 3000명씩 몰려 도량에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후유증일까요? 저출산 노령화 탓일까요? 아니면 탈 종교화의 영향 때문일까요? 인파가 예전만 못합니다. 

봉정암에서는 2016년 전후 큰법당을 낙성했는데 산중에 108평의 넓은 법당이 들어서 예전에 비하면 천지개벽입니다. 구법당은 크기가 작아 주말엔 앉을 자리도 없었는데 넓은 법당이 생기고 나니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기도할 자리가 부족하지 않습니다.

2008년부터 매년 6월과 10월 신도들과 함께 봉정암을 순례하다 보니 그간의 변화가 눈에 선합니다. 특히 스님들의 숙소가 여러 번 바뀌었습니다. 30여년 전에는 주말이면 스님들이 가득하여 누울 자리조차 없었습니다. 전국 가지각색의 스님들과 같이 방을 쓰다 보면 그곳은 지대방이 되어 별별 이야기로 특별한 경험을 얻곤 했습니다. 

해가 갈수록 스님이 줄어들고 신도도 줄어 코로나 이후로부터는 스님 객실은 작은 방 하나에 배정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는 예약자 1200명 중 출가자는 10명 정도에 불과해 안타까운 생각도 들었습니다. 같은 방을 쓴 스님은 법주사 스님으로 25년 전부터 봄·가을로 순례를 오셨다고 했습니다. 15년을 다닌 저보다 10년이나 더 오래 다니셨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스님 역시 관절이 좋지 않아 매우 천천히 봉정암을 내려가시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대로라면 수년 내 봉정암에 오시지 못할 것 같습니다. 

봉정암을 순례 다니던 그 많은 스님은 어디 계신가요? 주말에 봉정암을 오시는 스님은 대체로 절에서 소임을 맡는 스님입니다. 지방의 작은 절이나 시내 포교당을 운영하시는 분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신도님들이 노령화되어 건강이 허락지 않아 봉정암 다니는 것을 그만둔 사찰도 많을 것입니다. 고령화 광풍이 사찰에는 더 빨리 시작되었고 느리지만 빠르게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과연 10년 후 불교는 어떻게 될까요? 20년 후는 어떤 식으로 존재할까요? 

15년간 포교를 하면서 같이 시작했던 10년 또는 5년 이상된 신도들과 새로 오시는 신도들을 보면서 같이 늙어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로 오시는 분이라 해도 여전히 연세가 있으신 분이 오지 20~30대 청년들이 느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 50~70대이시고 아무래도 이분들과 오래도록 함께할 것 같습니다. 

젊은이들을 절에 오도록 하기 위한 갖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 그만큼 기존의 불자들이 계속 절에 다니게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75세 이상이 되면 노화가 급격하게 진행되어 절에 다니기가 쉽지 않습니다. 교통도 불편하고 몸도 아픕니다. 대부분 불자가 그 경계를 넘지 못하고 사찰과 멀어지면서 인연이 점점 옅어집니다. 

우리 종교인들은 고령화 불자들을 부처님 곁에 오래 머물게 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50~80년대 경제성장과 함께 인구가 빠르게 증가했다가 이후 경제의 저성장으로 인구가 다시 급격히 줄고 있습니다. 노령화에 대비하지 않아 병을 달고 사는 어르신도 많습니다. 사람의 몸은 관리만 잘해도 90세까지 정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방치하면 아픈 몸으로 90세를 맞이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가 될까요? 노인 건강의 3요소가 있습니다, 첫째는 균형 잡히고 규칙적인 식단, 두 번째는 하루 1시간 이상의 운동으로 유산소운동과 심폐운동을 병행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야 합니다. 1인 가구가 많은 지금의 구조로는 어렵습니다. 같이 모여서 운동하고 잘 먹어야 행복하면서 건강할 수 있습니다.
 

사찰이 이런 역할을 해야 합니다. 같이 염불하고 강의 듣고 사경하며 수행과 함께 건강을 챙길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합니다. 90세가 넘어도 여전히 절에 다니고 ‘나무아미타불’을 외우며 부처님 전에 불공드리는 불자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합시다. 저는 90세까지도 봉정암을 순례하는 꿈을 꾸어 봅니다.

황산 스님 울산 황룡사 주지 hwangsanjigong@daum.net

[1700호 / 2023년 10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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