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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신뢰받던 불교언론인의 사표 ‘성역 없는 비판’ 신문 정체성 확립

  • 창간특집
  • 입력 2023.10.17 12:01
  • 수정 2023.10.17 12:02
  • 호수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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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신문’ 창간 주역들 선원빈 초대 편집국장 (상)

미당도 격찬한 청년 문학도
1971년부터 불교언론 외길
1993년 10월 과로로 왕생

‘이제 돌이켜보건대 23년 동안 오직 한 길만의 불교언론에의 길이 당신의 생애를 다한 길이었습니다. 어찌 그렇게도 심심산천에서 금방 내려온 순정입니까? 어찌 그렇게도 깊은 땅속에서 솟아난 단단한 뿌리를 가진 마을의 당산 나무였습니까? 그런 당신의 넉넉한 시절 인연을 어디 가서 찾아야 합니까? 나도 그렇고 우리 불교언론의 젊은 식구들 모두, 당신의 큰 눈동자 하나씩 받들어 눈물 가득히 서천의 여래 곁에 노니는 당신을 오래도록 추모할 따름입니다. 부디 잘 가소서. 선 국장 영가이시여!’(고은 시인의 추도사 중)

1993년 10월29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는 교계, 문학계, 예술계 등 각계의 애도 속에서 영결식이 봉행됐다. 10월21일 근무 중 과로로 쓰러져 고려병원으로 옮겨졌던 선원빈 법보신문 편집국장. 그가 6일 만인 10월27일 새벽 3시30분 사바의 인연을 접었던 것이다. 그의 나이 51세 되던 해였다.

가을비가 내리는 가운데 치러진 영결식에 참석한 이들은 23년간 불교와 신문만을 생각하며 헌신해온 고인을 추모했다. 훗날 조계종 총무원장을 역임한 월주 스님은 “선 국장은 보살도 정신으로 불교의 정법을 바로 세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불교언론의 대부였다”고 안타까워했다. 고인의 친구 김정웅 시인은 조시에서 “아무리 회자정리라지만/ 고춧잎 하나라도 질 때가 따로 있는 법 아니더냐/ 그러나 떠날 때를 잘 모르고/ 네 함부로 세상 뜨니/ 독한 마음 아니면 보내기 힘겨워라/ 잘 가거라, 그러나 이르노니/ 다시는 그리 태어나지 말거라”라며 흐느꼈다.

당시 재가불자의 영결식에 한국불교종단협의회장 의현 스님과 동국학원 이사장 녹원 스님을 비롯해 각 종단의 수장과 불교학계, 문학계 인사들이 애도를 표명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법보신문 주필이었던 정휴 스님이 “(선 국장) 당신이 교계신문의 산 역사요, 그 역사는 당신의 법신이 되어 영원히 변치 않고 남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교계신문을 위한 고행자였다. 그러나 이제는 구원자이다”라고 밝혔듯 많은 이가 선 국장이 언론인으로서 재가불자로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잘 알기 때문이었다.

‘불교언론의 대부’로 일컬어지던 선 국장은 1942년 강원도 철원에서 4남1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고교시절부터 문학에 재능을 보였던 그는 동국대 국문학과에 입학해 동국문학회장과 동대신문 기자로 활동했다. 시 ‘탄주(彈奏)’로 동대문학상 본상을 수상하며 미당 서정주 시인으로부터 격찬을 받았던 그는 졸업 후 문학인이 아닌 불교언론인의 길을 선택했다. 

1971년 11월 현 불교신문의 전신인 대한불교에 입사했으며, 1980년 전두환 정권의 언론 통폐합 조치에 따라 대한불교가 폐간되고 불교신문 편집부국장이 됐다. 이 무렵 불교계를 뒤흔든 10·27법난의 여파로 10여년간 일했던 불교신문을 떠나 1982년 주간불교 전신인 불교회보를 창간했다.

이어 시대의 흐름을 읽고 시대의 변화를 이끌어갈 새로운 불교 언론의 필요성이 요구되면서 선 국장은 1988년 법보신문 창간을 주도했다. 초대 편집국장을 맡은 그는 ‘성역 없는 비판’과 ‘범불교 정론지’를 표방한 법보신문의 정체성을 차근차근 만들어갔다. 불교언론의 변신과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이끌어갔다. 시사칼럼을 통해 불교계의 폐단을 과감히 지적했으며, 다양한 연재를 통해 불자들에게 자긍심을 불어넣었다. 후배들에게는 전문기자로서의 자질 함양을 강조하는 동시에 열악한 불교언론 환경 개선을 위해 불교 지도자들에게 인식 전환 및 재정투자를 촉구했다. 선 국장은 승속을 막론하고 가장 신뢰받는 언론인이었고, 후배들에게는 불교언론인의 사표였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700호 / 2023년 10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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