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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습·오류로 잘못 굳어진 의례문·절차 바로 잡아

  • 출판
  • 입력 2023.10.17 16:07
  • 수정 2023.10.17 18:12
  • 호수 17014
  • 댓글 0

‘불교상용의식해설’
정오 스님·이성운 역해/정우북스/190쪽/2만원

한국불교전통의례전승원 학장 정오 스님
상용의식 속 오류 찾아 해설·대안 제시
“정보공유시대, 올바른 의식문 정립해야”

‘불교상용의식해설’정오 스님·이성운 역해/정우북스/190쪽/2만원
‘불교상용의식해설’정오 스님·이성운 역해/정우북스/190쪽/2만원

하나의 종교가 성립하고 다른 종교와의 차이를 명확히 드러내기 위해서는 교조와 교의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필요하지만 의식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건이다. 의식은 그 종교의 성격을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동시에 대중들의 참여 공간을 열어주는 수단이기도 하다. 하지만 불교는 부처님 재세시 의식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만들지 않았다. 부처님이 열반하고 이후 불교가 각지로 전래되는 과정에서 각 시대와 지역의 특성을 흡습하며 의례의 형식을 갖춰 나갔다. 한국불교 역시 불교 전래 이후 한민족의 정서와 특성을 담아낸 의례를 오랜 세월에 걸쳐 정립시켜 왔다. 그 과정에서는 불가피한 실수와 오류가 벌어지기도 했고 그 또한 오랜 관습으로 자리 잡으며 답습되는 한계를 낳기도 했다. 문제는 그렇게 굳어진 의례·의식의 오류를 발견해 지적한다 해도 하루아침에 바로 잡기가 힘들다는 데 있다. 한국불교전통의례전승원 학장 정오 스님은 “그럼에도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알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늘날은 모든 이들이 쉽게 정보에 접근하는 시대입니다. 예전에는 문자를 알고 경전을 접하고, 의식을 집전할 수 있는 이들이 소수의 특수 계층이었습니다. 틀리게 말하고, 의식을 잘못 집전해도 그것이 발견되고 지적되는 일이 거의 없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오늘날은 누구나 정보를 검색하고 대조해 오류를 찾아낼 수 있는 시대입니다. 불교의식 또한 예외일 수 없습니다. 잘못된 것을 관습이라는 이유로 계속 고수한다면 사람들의 놀림거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스님은 일상에서 행해지는 예불을 포함 상용불교의식 전반에 스며들어 있는 오류들을 꼼꼼히 바로 잡아 지난해 ‘예식의궤’라는 책으로 출간했다. 상단불공부터 신중단 예경, 천도재, 사십구재 등 사찰에서 행해지는 대표적인 의식들의 순서와 각 의례문의 오류들을 바로잡은 책이다. 다만 사찰이나 스님 개인에 따라 의식 집전에 조금씩 편차가 있는 만큼 조계종 교육원에서 간행한 ‘상용불교의식’을 기준으로 개정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무엇이, 왜 잘못됐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최근 ‘불교상용의식해설’을 재차 출간했다. “대부분의 스님들이 기존의 형식에 익숙해져 있으니 이렇게 바꾸는 것이 옳다는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는 스님은 “하지만 이 책을 계기로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기 위한 논의가 시작되고 장기적으로는 개정의 토대가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불교전통의례전승원 학장 정오 스님.
한국불교전통의례전승원 학장 정오 스님.

책에서는 현재 행해지고 있는 의례문에서 형식적이나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들을 찾아내 그 이유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매일 아침저녁 봉행되는 예불의 상단·중단 권공에서 거불이 들어가는 것은 맞지 않다. 이미 불단에 점안된 부처님이 상주해 계시는데 다시 부처님을 모셔 온다는 것은 맞지 않기 때문이다. 거불 후 이뤄지는 보소청진언에서 ‘향화청’은 ‘향화찬’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청’은 의례 자체를 지칭하는 것이다. 향화로 예경 드리며 찬탄한다는 의미에서 ‘향화찬’이 맞다는 설명이다. 또한 향화찬 이후에 ‘헌좌게송’을 하는 것도 형식상 맞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미 부처님께서 앞에 앉아 계신데 이제 다시 앉으시라 청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오류들은 예수재나 수륙재 등에서 행해지던 의례문을 그대로 차용해 별다른 점검 없이 일상의례에 사용하면서 정착됐거나 단순한 오류로 잘못 기록된 것이 이후 계속 사용되면서 굳어진 경우들이다.

이에 대해 정오 스님은 “출가자가 줄어들고 불자들의 의식과 이해 수준이 높아진 만큼 부처님에 대한 예경의식이 스님들만의 전유물인 시대는 끝났다”며 “이제는 사부대중 모두가 일정 정도 의식을 집전하고 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되는 만큼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는 의식이 될 수 있도록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 나가는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701호 / 2023년 10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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