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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산대재, 정체성‧대중성 조화 필요하다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3.10.23 13:57
  • 호수 1701
  • 댓글 1

‘재’ 속에 공양‧잔치 포함 돼
나눔의 축제 마당 ‘문제 없어’ 

사찰 정서 이반 전시‧공연 ‘그만’
불교문화 창달 큰 마당 지향해야 

가을 산사로 향한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통도사, 해인사, 봉은사 등 천년 고찰의 개산대재와 그에 따른 축제가 연이어 개막했기 때문이다. 사찰마다 축제 기간이 다소 다르지만 길게는 한 달 동안 지속된다. 조계종을 비롯한 태고‧천태종 소속의 유수 사찰도 개산대재를 봉행하는 걸 고려하면 ‘가을은 개산대재의 계절’이라 할 만하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프로그램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에 해를 거듭할수록 개산대재는 좀 더 풍성하고 깊어지고 있다. ‘대재’라는 불교 고유의 정체성과 ‘축제’라는 대중성의 조화로 개산대재는 불교문화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산문을 열었다(개산‧開山)’는 건 사찰이 세워지고 전법을 시작했다는 의미이다. 처음 사찰을 짓고 법음을 전한 조사(祖師)를 일컬어 개산조사(開山祖師)라고 한다. 일례로 통도사의 개산조사는 자장 스님이다. 통도사는 자장 스님의 가르침을 계승하고 실천하겠다는 서원을 담아 재(齋)를 올려 왔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개산의 개념을 좀 더 다양하게 해석하고 확대해 복합적인 행사를 가미한 개산대재(開山大齋)를 봉행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개산대재란 ‘사찰 창건을 기념하며 그 의미를 되새기고 개산조의 사상과 가르침을 계승하기 위해 개최하는 큰 법회’로 정의할 수 있다. 전해진 바에 따르면 1981년 통도사가 처음으로 개산대재를 열었다. 

개산대재를 독립 주제로 한 학계의 연구성과는 찾아보기 어려운데 다행스럽게도 ‘동아시아불교문화 32집’에 실린 윤영해 교수(동국대)의 ‘개산대재의 역사와 의미-통도사 개산대재를 중심으로’가 개산대재의 어제와 오늘을 비춰주고 있다. 윤 교수가 주목한 ‘재(齋)’와 ‘잔치’의 연결성은 개산대재의 이해를 돕는다. 

재(齋)의 어원은 포살로 음역 된 ‘우파바사타’이다. 포살의 마지막 부분에서 재가 신자는 출가 대중에게 음식이나 승복(의복)을 공양했다. 시간이 흐르며 우파바사타의 의역 ‘재’는 출가수행자의 공양을 가리키게 되었다. 즉 출가 수행자에게 음식을 공양하는 의식, 또는 그 의식을 포함한 법회 전체를 ‘재’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따라서 개산대재를 직역하면 ‘사찰의 창건을 기념해 개산조사에게 공양을 올리는 법회’이다.

그러나 이 법회는 공양을 올리는 단순한 행사로 끝나지 않는다. 올렸던 공양을 법회에 참석한 모든 사람이 함께 나누는 회향이 남아 있다. 이 지점부터는 ‘잔치’의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개산대재는 윤 교수가 말했듯 “창건 기념일에 올리는 재(齋)이자 여는 법회이며 벌이는 축제”다. 통도사는 바로 이 ‘잔치‧축제’에 방점을 찍고 사찰의 역사와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다채로운 문화프로그램을 더해 발전시켜왔다. 그 결과 통도사의 ‘개산대재’는 ‘복합축제’로 거듭났다. 2000년을 전후로 전국의 유수 사찰도 개산대재와 함께 흥겨운 축제 한마당을 열기 시작했다. 

현시점에서 짚어야 할 게 있다. 사찰 정서와는 이반 되는 전시, 공연은 물론 댄스 경연, 뮤지컬 하이라이트 갈라쇼, 락 밴드 공연, 농수산물 장터 등 불교적 정체성과 거리가 먼 행사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 축제라고 하지만 개산대재와 직결된 ‘불교적 축제’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윤 교수의 당부는 의미 깊다.

‘개산대재는 1700여년 한국불교사 전체를 담아낼 수 있는 문화축제가 될 수 있다. 학술, 예술, 전법, 수행, 생활, 문화재 등 유형‧무형의 모든 문화를 재현하여 전승하는 큰 기회가 되어야 한다. 또한 미래의 새로운 불교문화를 창달할 수 있는 큰 마당이 되어야 한다.’

물론 불교 정체성만을 고집하자는 건 아니다. 지역민과 시민이 큰 거부감 없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놀이와 전시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천편일률적인 유사한 행사는 지양해야 한다. 전국의 각 사찰은 이제 저마다 개산대재의 의미와 정체성을 진지하게 정립해 나아가야 한다. 사찰의 역할에 따라 개산대재도 연등회의 위상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그러려면 좀 더 체계적인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 불교문화 전문 연구자와 축제 기획자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데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1701호 / 2023년 10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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