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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탈리즘에는 동양(東洋)이 없다

기자명 성진 스님

과거 오리엔탈리즘 서양 시각
우리 문화 그 시각 맞춤 안돼
진정한 K-불교와 K-명상은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불교

대학시절에 본 헐리우드 영화 가운데 뭔가 모를 불쾌함의 기억으로 남아있는 장면이 있다. 선악의 대결이라는 전체적 주제아래 선(善)을 대표하는 백인 주인공과 악(惡)을 대표하는 인물의 결투 장면이었다. 그 때 절대악의 형상이 유럽 절반을 지배했던 몽골 칭기스칸(1162~1227)을 그대로 묘사한 것이다. 유럽사회가 과거 칭기스칸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영화에서 조차 동양에 대한 편견된 시각아래 표현된 장면이라는 것에 실망감이 있었던 것이다.

동양의 영어적 표현중 하나가 오리엔트(orient)이다. 라틴어로 ‘해돋이’ ‘해가 뜨는 방향’이라는 어원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또 하나 내포되어 있는 의미로 ‘교화’ ‘~지향하게 하다’ ‘(특정 목적) 맞추다’라는 것이 있다. 이러한 언어적 배경에서도 서양에서 바라보는 동양에 대한 시각은 권력자로서의 서양인의 눈과 상상력에 치우쳐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 동양주의라고 하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서양의 작가, 디자이너, 예술가들이 동양 문화의 여러 측면을 묘사하거나 모방하는 것을 이른다. 이러한 사상을 개념화한 인물은 팔레스타인 출신의 미국 문학평론가인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Said, 1935~2002)이다. 그는 그의 저서 ‘오리엔탈리즘’에서 ‘서양이 자신들의 상상력에 맞게 창조해낸 가공의 동양’이라고 비판한다.

사실 아시아를 구분하는 ‘중동’ ‘극동’이라는 표현들의 기준 또한 유럽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나를 기준으로 표현된 유럽인들의 매우 자의적 표현의 언어라고 한다. 한때 한국 사회에서 ‘세계화’라는 단어가 유행했던 적이 있다. 그 당시에 ‘김치의 세계화’를 놓고 서양인들이 먹어도 맵지 않는 김치를 개발해서 세계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사고는 동시대에 나온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라는 우리 농산물 표어와는 사뭇 모순되는 발상이었다. 지금 전 세계 마트에서 한국 마트에서 사먹는 김치 제품 그대로 수출되어 서양 사람들 장바구니에 담기고 있다. 이러한 모습을 생각하면 얼마나 당시에는 우리 스스로가 자신의 문화에 자부심이 없었는지 알 수 있다.

BTS이후 필자가 2019년 영국 런던의 뒷골목 음반 가게에서 처음으로 매우 작은 칸이지만 J-pop이라는 표지 옆에 K-pop이라는 표를 본 기쁨이 떠오른다. 이제는 ‘세계화’라는 단어보다 ‘K’라는 단어를 앞에 붙여 지금 한국 사회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고 전달하려고 한다. 물론 어느 한 문화가 다른 문화권 사람들의 호감이나 긍정적 판단이 그 문화의 가치 기준이 되서는 안 된다. 단지 우리의 문화를 애써 그들의 시선으로 가공하려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BTS의 노래는 한글 가사 그대로를 부른다. 그리고 그들의 노래를 서양 사람들이 한글가사로 따라 부른다. 여기에 우쭐해야 할 이유는 없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늘 우리는 서양의 팝송을 영어로 따라 불렀다. 문화는 서로 편견 없이 경험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K-불교, K-명상 이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지금 한국 사찰에서 한국 불교신자가 만나고 있는 불교 그 자체를 당당하게 드러내야 한다. 하나의 가감도 없이 서양 사람들이 좋아 할 것 같은 것이나, 서양 사람들이 생각하는 불교를 위해 우리 것을 가공할 필요가 없다. 언어나 전달자는 단지 수단이지 본질이 아니다. 영어로 외국인에게 우리 것을 전달해야 ‘K-불교’가 만들어지거나 알려지는 것은 아니다. 정말 그 문화를 알고 싶으면 서양이든 동양이든 상대의 언어를 배우게 되는 것이다. 단지 친절하게 접근 할 수 있는 배려와 편견 없는 자세일 것이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의식을 애써 숨기거나 지금 서양 사람들이 관심 있는 ‘명상’이나 ‘선(禪)’만을 한국불교라고 보여줘서는 안 된다. 진정한 K-불교를 보여줄 자세는 우리가 우리 것을 얼마나 소중히 생각하고 명확히 알고 있느냐 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진정한 ‘K-불교와 K-명상’은 오늘도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불교 그것일 것이다.

성진 스님 남양주 성관사 주지 sjkr07@gmail.com

[1701호 / 2023년 10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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