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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니 스스로 시대 변화 인식하고 대응해야”

  • 교계
  • 입력 2023.10.23 17:46
  • 수정 2023.10.26 15:01
  • 호수 1701
  • 댓글 0

12대 전국비구니회장 임기 마무리 앞두고 있는 본각 스님

“지회 구성으로 열린 소통 창구, 차기 집행부가 넓혀가길”
“학자의 자리로 돌아갈 것”…13대 회장 취임식 11월14일

임기 마무리를 앞둔 본각 스님은 “비구니회장이라는 어려운 소임을 맡아주신 13대 회장 광용 스님에게 깊이 감사드린다”며 “13대 집행부가 해야 할 일을 찾아 때를 놓치지 않고 해 나가길 바란다”는 당부를 전했다.
임기 마무리를 앞둔 본각 스님은 “비구니회장이라는 어려운 소임을 맡아주신 13대 회장 광용 스님에게 깊이 감사드린다”며 “13대 집행부가 해야 할 일을 찾아 때를 놓치지 않고 해 나가길 바란다”는 당부를 전했다.

지난 2019년 11월13일 전국비구니회 12대 회장으로 취임한 본각 스님의 일성은 ‘소통’과 ‘실천’이었다. 역대 어느 선거보다 치열하고 혼란스러웠던 갈등을 딛고 회장에 당선된 본각 스님으로서는 소통을 통해 화합을 이끌어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였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천을 통해 비구니스님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각오의 표현이기도 했다. 그렇게 4년여의 숨가쁜 일정을 달려, 오는 11월14일 제13대 회장으로 선출된 광용 스님의 취임식을 앞두고 있다. 본각 스님은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시대의 변화를 인지하고 그 속에서 비구니 스스로의 인식과 역할이 함께 변화해 나아가야 할 때임을 알리는데 주력했다”며 “이제는 비구니스님들이 중심이 되어 새로운 사부대중의 정체성을 정립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회장으로 일한 지난 4년, 어떤 시간이었습니까.
“지난 4년은 우리 사회가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요동치고 변화한 시간이었습니다. 코로나 확산 이후 사회 전반의 문화가 크게 변화했고 불교계에도 출가자 감소라는 위기가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여성, 사회적 약자, 환경 문제 등이 표면으로 부상했고 그 속에서 비구니스님들에 대한 역할 요구도 커졌습니다. 비구니스님들 또한 사회 문제에 대한 깊은 이해와 참여 없이는 출가수행자로서의 위상을 이어가기 힘든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지난 4년간 이런 문제에 대한 비구니스님들의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돌아보면 아쉬움이 적지 않습니다.”

▲ 아쉬운 부분은 결국 차기 집행부에 대한 당부가 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통입니다. 12대 집행부는 각 지역에 지회를 구성하고 활성화 시키는 일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를 통해 전국의 각 지회가 구성되고 소통의 통로도 확보됐습니다. 차기 집행부에서는 지회와의 소통을 더욱 넓혀 각 지역 비구니스님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결집해 비구니스님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 12대 회장으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입니까.
“모든 일에 최선을 다했을 뿐이니 특별히 한 두가지를 손꼽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회장 소임을 맡고 있는 동안 해야했던 일들은 때를 놓치지 않고 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해 개관 20주년을 맞이한 전국비구니회관은 보수·정비 불사를 해야 할 때였습니다. 미비한 운영규칙과 회칙으로 인해 비구니회 운영에 더 이상 혼란이 야기되는 것을 방기하기 위해서라도 개정을 미룰 수 없는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수행의 기초 위에 비구니스님들의 결속을 다지는 것과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노비구니스님들에 대한 복지 문제, 한국비구니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국제교류 등 모두가 때를 놓쳐서는 안되는 일들이었습니다. 모든 일들이 큰성과를 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반드시 해야할 일들을 놓치지 않았다고 자부합니다.”

▲ 2020년 시작한 ‘화엄경강론’과 2021년 입재한 ‘수행결사’는 지난 4년간 회장스님이 직접 챙기며 이끌었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습니까.
“‘화엄경강론’은 스님들뿐 아니라 재가자와 함께한 경전 공부였습니다. 출가자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수행자의 길과 재가불자의 길이 둘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재가불자들도 경전에 대해 깊이 공부하고 직접 수행함으로써 불교의 중심축이 되어야 합니다. 스님들 또한 재가불자들을 수행의 도반과 다름없이 대함으로써 새로운 사부대중의 정체성을 정립해 나가야 합니다. 물론 출가수행자들은 전문 수행인으로서 스스로의 수행을 견고히 하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특히 비구니스님들은 수행결사를 통해 불교수행의 중심을 계승하고 있다는 자긍심을 키워가길 바랐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화엄경강론’과 ‘수행결사’는 전국비구니회의 지향점을 가장 잘 담아낸 활동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취임 당시 제시했던 공약, 어느 정도 이행하셨다고 생각하십니까.
“복지분야에 있어서 광용요양원 등 산하 시설에 대한 정비와 의료사각지대 축소 등은 일정정도 이상 성과를 냈다고 평가합니다. 특히 ‘항상 열려있는 전국비구니회를 만들겠다’는 공약에 대해서는 반드시 지키기 위해 노력했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이뤘다고 자평합니다. 사회문제에 대한 능동적 참여 또한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비구니스님들의 위상을 높이는 성과로 이어졌다고 평가할 만합니다. 하지만 출가자 감소의 대안으로 제시했던 글로벌인재 육성은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자평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 지난 4년간 소임을 맡아 12대 집행부의 핵심종책 수행을 위해 노력해주신 모든 소임자스님들에게 감사 인사 드리고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회원스님들에게 죄송한 마음 전하고 싶습니다.”

▲ 선학원 문제와 가톨릭의 역사왜곡 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선학원 문제는 안타까운 마음이 큽니다. 포교와 수행을 위해 도량을 일구었던 많은 비구니스님들이 종단과 선학원 양측 어디서도 보호받지 못하고 양자택일의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12대 집행부 역시 이 문제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나름의 노력을 지속했지만 결국은 종단과 선학원이 모두 한발 물러서 결단을 내리지 않는 한 그 피해와 상처는 포교와 수행에 매진하고 있는 스님들에게 오롯이 돌아가게 될 뿐입니다. 종단과 선학원의 대승적 결단을 다시 한번 간곡히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천진암과 주어사를 중심으로 시작된 가톨릭의 역사왜곡에 대한 대응은 퇴임 후에도 계속 이어나갈 생각입니다. 이 문제는 하루아침에 마무리될 사안이 아닌 만큼 전국비구니회 외곽에 전문가 그룹을 형성해 연구와 대응을 지속하며 전국비구니회와 연대함으로써 외연을 더욱 확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문제는 전국비구니회장으로서가 아니라 불제자의 사명감입니다.” 

▲ 퇴임 후 계획은 무엇인가요.
“취임 전이나 지금이나 저 스스로의 모습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평생 학자로 살아오다 어느 날 갑자기 전국비구니회장이라는 행정 중심의 소임을 맡아 일상이 180도 바뀌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막상 스스로는 그렇게 느끼지 않았습니다. 사람 사는 곳에서 필요한 일은 학교나 절이나 회관이나 다 마찬가지입니다. 손볼 곳 있으면 일하고, 만날 사람 있으면 정성을 다해 만나고, 수행하고 공부할 시간에 열심히 정진하는 것이 수행자의 일상입니다. 학자의 자리로 돌아가겠지만 조금 시간에 여유가 생긴다면 이곳저곳 못 가본 곳들을 자유롭게 다녀보고 싶은 바람은 있습니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701호 / 2023년 10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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