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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고통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기자명 법보신문

왜 ‘나’라고 고통 당해선 안되나
고통을 받아들이는 태도 가져야

세상을 살다 보면 “왜 나만 이런 고통을 당하는가” 이런 식으로 원망하는 마음이 드는 일이 많다. 우리 사회에 정치적 혹은 사회적 혼란이 오래 지속되고 있는데다가, 경제 불황으로 인한 구조조정, 취직문제, 경제적 어려움, 가정의 불화, 학교성적, 이성문제 등으로 고민하다가 자살충동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고통은 누구에게나 찾아오기 마련이다. 사람에 따라 고통이 찾아오는 시간, 고통의 내용이 다를 뿐 누구나 고통을 당하게 된다. 사바세계는 “고난 없이 살 수 없는, 고난을 견디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감인(堪忍) 세계”가 아닌가. 왜 나만 이런 고통을 당하는가 라는 반응에 오래 머물러 있지 말고 자신이 당하는 고통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그런 생각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왜 나라고 그런 고통을 당하면 안되느냐” 라고 자기 자신에게 되물어보는 것이 어떨까. “‘왜 나만 고통을 당하는가” 라는 질문은 그 원인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는 일종의 투정이다. 하지만 “왜 나라고 고통을 당하면 안되느냐’” 라는 물음은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는 보다 성숙된 문제제기이다.

이런 식으로 질문의 내용이 한 단계 올라서면 자신에게 주어진 고통에 순응해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식으로 마음이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죽음이나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것이라면 “왜 나라고 고통을 당하면 안되느냐” 라고 스스로에게 묻는 편이 훨씬 바람직할 것이다. 고통을 수용해야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통을 수용하는 첫 걸음은 “왜 나라고 그런 고통을 당하면 안되느냐” 라는 물음으로 옮아가는 것이다.
어떤 고통을 당하게 될 때, 우리가 어떤 태도로 임하느냐 하는 것은 사람마다 취하는 태도는 제각기 다르다. 고통이 다른 게 아니라, 고통을 바라보는 방식이 다른 것일 뿐이다.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절망할 수도 있고 희망을 계속 유지할 수도 있다. 고통을 수용하는 당사자의 태도가 문제인 것이다.

죽음도 마찬가지이다. 인간은 누구나 죽음 앞에서 평등하다. 그러나 죽음을 바라보는 눈, 죽음을 수용하는 방식이 사람마다 다르므로, 죽어가는 마지막 모습은 크게 다르다. 죽음의 순간에 우리는 절망할 수도 있고 희망을 느낄 수도 있다. 죽음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죽음을 바라보는 방식이 문제인 것이다.

우리는 때때로 죽음이나 고통이 없는 삶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지니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삶은 동화책 속에서나 가능할 것이다. 고통이나 죽음은 우리가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100세까지 장수한 노인들의 삶을 살펴보면 백세인은 엄청난 고통과 스트레스를 겪은 사람이다. 한국전쟁 앞에서 자식이 눈앞에서 죽는 모습을 직접 보기도 했고 풀을 뜯어 먹으면서 겨우 연명하던 시절도 있었다.

따라서 스트레스나 고통을 받지 않아야 장수하는 게 아니다. 백세인들은 고통을 이겨 나가는 자기만의 방법을 개발하면서 100세 너머까지 장수할 수 있었다. 백세인들은 고통이나 스트레스를 피하지 않았고 이를 수용하면서 보다 유연하게 대처했기 때문에 그처럼 오래도록 장수할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스트레스나 죽음의 고통을 전혀 받지 않으면서 사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고통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노력이 요구된다. 무엇보다도 죽음이나 고통을 인생의 도전이자 자극, 삶의 한 부분으로 수용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죽음이든 고통이든 결코 회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적극적으로 수용해 받아들이는 편이 훨씬 현명할 것이다.

한림대 철학과 오진탁 교수 jtoh@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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