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두 번째 독화살을 맞지 않으려면

기자명 명오 스님
  • 법보시론
  • 입력 2023.10.31 13:40
  • 수정 2023.10.31 13:41
  • 호수 1702
  • 댓글 6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어리석은 사람이 괴로운 느낌과 접촉하면 우울해지고 피곤해지며, 슬픔에 빠지고 통곡하며 미혹에 빠진다. 그는 몸과 마음, 두 가지 고통을 모두 느낀다. 예를 들면, 첫 번째 화살을 맞은 사람이 두 번째 화살을 또 맞아 두 개의 화살로 인한 고통을 느끼는 것과 같다. 어리석은 사람은 괴로운 느낌과 접촉하면 분노를 느끼고, 괴로운 느낌에 대한 분노 성향이 잠재된다. 또한, 즐거운 느낌과 접촉하면 감각적 쾌락의 즐거움에서 환락을 찾는다. 감각적 쾌락 이외에 괴로운 느낌에서 벗어나는 길을 모르기 때문이다. 반면, 지혜로운 사람은 괴로운 느낌과 접촉해도 우울해하지도 미혹에 빠지지도 않는다. 오직 몸의 고통만 느낄 뿐, 마음의 고통은 느끼지 않는다. 예를 들면, 첫 번째 화살에만 맞고 두 번째 화살은 맞지 않은 것과 같다.

이 설법은 몸의 고통은 있어도 마음의 고통은 없도록 하라는 경전의 말씀이다. 두 번째 화살은 맞지 말라는 당부이다. 고통에는 몸의 고통과 마음의 고통, 두 가지가 있다. 몸이 아픈 것이 첫 번째 화살이라면, 몸의 괴로운 느낌으로 인한 마음의 고통은 두 번째 화살이다. 몸은 병들어도 마음은 병들지 않게 하라는 말씀과 상통한다. 

세상에 몸이 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다. 첫 번째 화살은 누구나 맞게 된다. 두 번째 화살은 슬픔과 분노가 되어 스스로를 괴롭힌다. 그런데 요즘은 괴로운 느낌이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해, 두 번째 화살을 자초하는 사람들이 많다. 몸은 멀쩡한데, 마음이 불편한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사회가 점점 풍요로워지고 생활이 편리해질수록, 오히려 마음이 허약한 사람들은 늘어가는 것 같다. 마음이 충족되지 못해 자신의 몸을 해치고, 심각한 사회적 물의와 범죄를 저지른다. 첫 번째 화살이 괴로움이건, 즐거움이건, 어리석음으로 자기 자신을 무너뜨리는 두 번째 화살을 맞는다.

요즘 뉴스는 온통 유명 연예인들의 마약 파문으로 뒤덮였다. 선하고 친근한 이미지의 주인공들이 마약 사범이 되어 인터넷을 달구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괴로운 느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든, 감각적 쾌락과 욕망을 위해서든, 환락과 마약에 빠져든 것이 안타깝다. 인체의 쾌락 중추를 흥분시켜 더 큰 쾌락을 만끽하려는 탐욕이 얼마나 무상하고 고통스러운지, 일탈의 유혹과 마약의 위험이 얼마나 참혹한지 몰랐다면 너무 어리석다. 명성을 쌓는 데는 수십 년의 세월이 걸리지만, 그것을 무너뜨리는 데는 채 5분도 걸리지 않는 법이다.

지난해 마약 사범의 59.8%가 30대 이하로 나타났다. 마약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도 20대는 평균 이하로, 가장 부족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마약의 모습을 감추고 학생들에게는 각성 음료, 젊은이들에게는 다이어트약으로 속여 팔고, 대학가에 버젓이 마약 광고 카드까지 뿌려지고 있는 기막힌 현실이다. 이제는 마약 문제에 개인적·사회적 인식을 강화해야 한다. 

중독성 물질을 섭취하는 데 몰두하는 것은 타락의 입구가 되는 재물이다. 마약은 중독성과 의존성이 생겨 끊기가 상당히 어렵다. 끊었다 하더라도 뇌 손상을 일으켜 완전히 회복하기 어려우니 처음부터 접촉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환락과 탐욕은 칼을 빼든 강도와 같다. 한순간의 달콤한 유혹에 눈 감으면 안 된다. 

어떻게 하면 두 번째 독화살을 맞지 않을까? 마음이 건강할 수 있을까? 마음이 산만해지고 풀어져서 부주의한 상태가 아닌, 항상 깨어있어야 한다. 즐거운 느낌이나 그 대상이 변하더라도, 슬퍼하거나 괴로워하지 말고, 근심하거나 절망하지 않아야 한다. 괴로운 느낌을 거부하거나 집착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관찰하면, 그 실상을 알게 되고 마음의 작용도 제어할 수 있는 것이다. 즐거운 느낌에 욕심내지 않고, 괴로운 느낌에 성내지 않으면,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다. 느낌과 감정의 변화에 마음이 구속되지 않으면, 두 번째 독화살은 맞지 않는다.

명오 스님 동국대 강사 sati348@daum.net

[1702호 / 2023년 1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