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출가 정신 갖춘 직업승 배출 필요하다

발심 출가한 행자들의 50% 이상이 출가 3개월 이내에 환속을 고려했다는 법보신문 최근 기사를 보면서 조계종단과 한국불교의 근본적인 위기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우선은 출가자의 절대 부족이 근본적인 위기이다. ‘조선왕조실록’ 성종조엔 당시 출가자에게 발급된 도첩이 5만이라는 기록이 나온다. 도첩을 받지 않고 출가한 사람까지 고려하면 10만의 승려가 있었다고 추정한다. 불교가 탄압받던 시절임을 감안하고 현재 불교 승려 수와 비교해 보라. 조계종단 스님 총수가 1만 3천 전후라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근본적인 위기 상황이다. 일반적인 종교의 용어로 말한다면 사제의 절대 부족으로 침몰 직전에 있는 종교라 해도 할 말이 없는 지경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해마다 출가자는 격감한다. 매해 200명 이상의 출가자가 있어야 승려의 수가 유지된다고 하는데, 최근 몇 년간 출가 행자의 수가 50명 전후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렇게 출가한 행자들 중 3개월 이내에 환속을 고려하는 숫자가 반을 넘어선다. 그리고 실제로 행자의 퇴사 비율이 최대 25~50%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교수연합회학회지. 2021) 정말로 비탈길을 달리는 바퀴처럼 걷잡을 수 없는 존폐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할 수 있지 않은가?
이런 문제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여러 대책이 강구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조계종 출가장려위원회를 중심으로 대안이 제시되고 있으며, ‘상설행자교육원’을 개설해 행자들의 교육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그런 노력들이 좋은 결과를 내기를 기대하는 마음 크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노력들의 한계 또한 분명하다. 근본적인 문제점을 바로 보고 근본적인 혁신을 꾀하지 않는 한 이런 대책들이 잠시의 효과에 그치는 고식책에 불과하다는 것을 바로 보아야 한다.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가? 출가자 수가 늘 가망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사제의 독신주의 원칙을 고수하는 천주교와 불교에 공통된 현상으로, 이 흐름이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것을 전제로 하여 출가자의 위상과 본분을 재설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가뜩하나 부족한 출가자가 여러 세속적인 업무에 시달리고, 세속적인 종교의례의 집전 등에 수행의 시간을 빼앗기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 이판과 사판이라는 나뉨을 현대적인 체제로 바꾸어, 사판에 해당하는 업무를 보는 승려를 별도로 선발하고 교육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꼭 승려라는 위상을 가져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 그 권위를 인정하지 않으면 종교의 사제역할을 하기 힘들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한 승려들은 기본적으로 직업인으로 양성해야 할 것이며, 수행을 근본으로 하는 출가자와 구별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수행자로서의 출가자와 직업 종교인으로서의 스님이라는 두 계층을 두는 구조를 용인하지 않으면 대책이 없을 것이다.

이렇게 두 개의 트랙을 설정하고, 그것에 맞는 교육과정을 도입해야 한다. 종단의 권위 아래 엄격한 교육체계를 마련하고 두 종류의 사제를 양성한다면 여러 가지 부수적인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출가자의 청정성에 대한 요구가 오히려 더 높아지고, 그 권위도 상승하게 된다. 직업 승려의 교육과정에도 단기출가와 비슷한 과정을 도입하여 출가 정신을 기본소양으로 갖춘 직업 승려를 배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출가 종단이라는 정체성을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렇지만 그 정체성에만 매달리다 보면 오히려 그 정체성의 근본을 잃을 위험도 있다. 수없이 제기되는 스님들의 타락상에 대한 의혹과 질책이 그러한 위험의 조짐일 수도 있다. 직업 승려를 용인한다면 그런 문제도 자연 해소되고 출가수행자의 청정성이 향상된다. 이런 길을 전혀 배제하고 표면적인 정체성만을 고집한다면 두 마리 토끼를 쫓다 한 마리도 잡지 못하는 그러한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열린 마음으로 진지하게 문제의 근본을 마주할 때이다.

성태용 교수 tysung@hanmail.net

[1702호 / 2023년 1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