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정부는 지금이라도 조세이탄광 수몰사고 희생자 유해 발굴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합니다. 그것이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고 한일 양국이 상생의 길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관음종 종정 홍파 스님은 조세이탄광 수몰사고 희생자 유해 발굴을 위해 한일 정부가 나서야 함을 강조했다. 스님은 2017년 관음종 차원에서 조세이탄광 수몰 희생자 위령재를 봉행한 이후 매년 추모단을 이끌고 사고 해역을 찾고 있다. 스님이 조세이탄광 수몰사고를 접한 것은 2015년 무렵이다.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한중일 불교우호교류대회에서 조세이탄광 수몰사고로 183명이 희생됐고, 그 가운데 조선인도 136명이 수장됐지만, 일본 정부와 탄광회사의 철저한 은폐로 수십 년이 지나도록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처음 접하게 됐다.
스님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데 추모는커녕 지금까지 차가운 바닷속에 수장돼 있다는 사실이 너무 참담했다”며 “한국불교계가 나서 희생자의 넋을 달래고, 유해 발굴을 위해 나서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했다. 스님은 종단협 대표들과 한국불교계 차원의 위령재를 제안했고, 이듬해 처음으로 사고 해역에서 위령재를 열 수 있었다. 한국불교계가 처음으로 위령재를 봉행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었지만, 희생자 유해발굴 및 반환을 위해서는 일회성 행사로 그쳐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스님은 ‘조세이탄광 수몰사고 희생자 위령재’를 종단 원력 사업으로 정하고, 매년 추모단과 함께 현지에서 위령재를 봉행해왔다.
스님의 이 같은 원력은 일본 불교계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었다. 일한불교교류협의회장 후지다 류죠 스님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위령재에 추모사를 보내와 “조세이탄광 수몰희생자 추모사업에 협력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스님은 “일본 시민단체와 불교계가 적극적으로 수몰 사고를 알리면서 일본 정계에서 일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며 “그러나 일본 정부는 여전히 희생자 유해 발굴에 대해 부정적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외교활동이 필요하다”고 했다. 때문에 스님은 “조만간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조세이탄광 수몰희생자 문제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공식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703호 / 2023년 11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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