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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법으로 불법 알면 견실한 불자 된다

기자명 성원 스님

“선전함에는 가장 효과 있는 것 중에 하나라는 것도 역시 온 세상이 일치하게 인정하는 한 가지 사실이니, 우리는 현양하고 선전함에 이 효과 있는 기념비를 언제든지 세워야 한다. 혹자는 생각하기를 누가 기념비를 한 번 쳐다보고 지나갔다고 그것이 무슨 효과를 낼 것이냐고 할지 모르나 이것은 현대 선전가(宣傳家)들이 약빠르게 이용하는바 사람의 심리가 돌아가는 길을 모르는 말이다. 신문지에 광고를 그처럼 자주 내고 상점 간판을 그처럼 장식하고 전단지를 뿌리고 선전탑을 세우고 하는 것은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서 즉시 물건을 사러 오기를 위함은 오히려 둘째 목적이고 은연중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기 상품의 기억을 넣어주고자 함이 첫째 목적이니 처음에 무심히 보고 그다음에도 무심히 보고 열 번 스무 번 무심히 보는 중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 상품이나 약품의 이름은 머릿속에 깊이 새겨져 있다가 그 후 필요한 때에는 다른 무엇보다도 그 생각이 먼저 머리를 들고 일어서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우리는 그 앞으로 지나는 무수한 사람들에게 영구히 선전할 것이오. 그들이 이렇게 받은 기억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들의 머릿속에 떠오를 것이다.”

갑자기 전형적인 광고 효과에 관해 글을 쓴 이유가 있다. 놀랍게도 이글은 현재의 글이 아니다. 1939년 4월30일 자 ‘경향잡지’ 사설 ‘순교기념비를 왜 세우나?’라는 글을 옮긴 것이다. 여기서 마지막 생략한 몇몇 부분을 원문대로 옮기면 이렇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우리 ‘순교기념비’는 그 앞으로 지나는 무수한 사람들에게 ‘가톨릭의 순교 정신과 순교 역사를’ 영구히 선전할 것이오. 그들이 이렇게 받은 기억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들의 머릿속에 떠오를 것이다.”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기조의 생각이 지금까지 이어져 가톨릭 신자가 대통령에 오르자 전국 방방곡곡에 80여 년 전의 선전 기조를 실천에 옮기듯 무수한 성지화 작업을 역사적 부끄럼 없이 자행해왔다. 천년, 오백 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스며 있던 유적지의 가치를 지우고 갑자기 자신의 종교의 신성함을 알리는 선전의 장으로 둔갑시키며 기념물·조형물을 설치했고, 지금도 그러한 일을 자행하고 있으니 실로 소름이 끼친다.

물론 불교에서도 선사들의 부도가 많이 조성되고 있다. 하지만 그 가치는 확연히 다르다. 근년에 세워진 봉암사 적명선사 사리탑은 평평한 돌 위에 세워진 4각의 기둥 3개가 작고 간소하다. 어떤 문자나 그림도 없이 자연석을 그대로 다듬어 옮겨왔다. 스님의 평소 모습을 닮은 듯 절제하는 자세를 담았다. 더 최근에 조성된 무산 스님의 사리탑에도 의도적 선전 문구는 찾기 어렵다. 사리탑 곁에 승복을 입고 무표정한 듯, 살짝 미소 짓는 듯한 표정의 동상과 오도송 시 한 구절 ‘밤늦도록 책을 보다가/ 밤하늘을 바라보다가// 먼바다 울음소리를/ 홀로 듣노라면// 천경(千經) 그 만론(萬論)이 모두/ 바람에 이는 파도란다’ 뿐이다. 사리탑은 참배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어울림의 대상이었다.

불교는 감동으로 포섭하는 포교를 지향한다. 종교를 선전하는 선교가 아니다. 포교는 선교와 그 기저의 가치가 다르다. 타인의 마음에 감동을 주어 감싸 안고 평안과 이익을 널리 퍼트리고자 하는 포교는 선교와 첫걸음부터 확연한 차이가 있다. 

하지만, 세상이 너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긴 시간 함께하며 감동으로 포섭하기가 쉽지 않다. 얼마 전 상월결사에서 “부처님 법 전합시다”라고 간결하고 명쾌한 전법 선언을 했다. 크게 공감된다. 전법(傳法). 천상천하에 비교할 데 없이 존귀한 법을 모든 사람에게 전하는데 전력해야 한다. 우리가 좋은 가르침을 부지런히 전하지 않아서 자칫 불량한 가르침에 한 사람이라도 휩쓸린다면 너무 가슴 아플 것 같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부처님 법을 접하기가 쉽지 않다. 이제 용어도 확 바꾸는 것은 어떨까. 포교도 좋지만, 전법이 우선이다. 우리의 전법으로 불법을 바로 알면 바로 견실한 불자가 될 것이다.

성원 스님 sw0808@yahoo.com

[1703호 / 2023년 11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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